2014-01-23 | 17면
[긴급 진단-부산문화회관] 하. 대안과 해법
민간인 관장에 권한 주고 혁신 맡겨야
▲ 부산문화회관이 부산 대표 전문공연기관이자 최고의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민간인 관장제가 제대로 안착해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사진은 부산문화회관 전경. 정종회 기자 jjh@
부산문화회관에 첫 민간인 관장이 취임한 지 6개월이 지났다. 부산문화회관이 부산 대표 전문공연기관이자 최고의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민간인 관장제가 제대로 안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관장에게 더 많은 권한을
먼저, 민간인 관장제로 전환한 취지에 걸맞게 관장에게 권한을 줘야 한다. 요컨대, 인사권이 대표적이다. 현재 관장에게는 문화회관 직원에 대한 인사권이 없다. 6급 이하 공무원에 대한 배치권한만 있을 뿐이다.
박성택 부산문화회관 관장은 "지금은 어느 조직이고 전문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공무원도 1~2년 하고 다른 곳으로 가버릴 게 아니라, 이 분야에 대한 전문가를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관 직영 시스템의 경직성에서 벗어나야 부산문화회관이 발전할 수 있다는 얘기다. 민간인 관장을 뽑아놓고 상응하는 권한을 주지 않으면, 별로 달라질 것이 없다. 공연·예술경영 전문인력 육성기능 부재와 장기 기획역량 부족도 부산문화회관이 앞으로 풀어야 할 또 하나의 숙제다. 전문성을 갖춘 기획·경영인력을 키워 부산문회회관에서 일할 수 있어야 한다.
인사권 없어 관 직영 폐단 여전
특정인 중심 운영도 손보고
예술경영인·기획역량 키워야
또 하나의 과제는 고객 중심의 문화회관 운영이다. 관리자 중심의 운영 관행을 벗어나 시민과 관객을 중심에 놓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예술 사업에 적합한 경영방식과 조직체계를 도입하고 고객 서비스 업무를 확충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이번 부산문화회관 사태가 특정인에게 집중된 구조 때문이라는 지적도 많다. 지역의 한 문화 전문가는 "지금 문화회관 사태는 사실상 특정인 중심 체제로 운영돼 온 조직에 또 다른 전문가인 관장이 오면서 시스템, 행정절차 등을 놓고 갈등이 빚어진 양상"이라며 "특정인에게 지나치게 무게가 쏠리는 현 시스템에서 모든 문제가 비롯됐다"고 비판했다. 지역 예술인들 사이에 공통적으로 이런 지적이 나온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부산시가 빠뜨리지 않고 점검해 봐야 할 사항이다.
■ 중심 가치는 공공성 제고
변화라고 해서 무조건 옳을 수는 없다. 부산문화회관 시스템의 변화에서 가장 중심 가치로 내세워야 할 것은 시립 문화시설로서의 공공성 제고라는 지적이 많다.
최근 문화회관이 시향 최고 관람료를 배로 올리기로 한 사례를 들면 시민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선행되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창욱 음악평론가는 "부산문화회관은 수익 창출을 목적하는 곳이 아니라 공공재이므로 예술단의 역량을 향상시키고, 시민의 문화적 만족도를 드높이는 일이 먼저다"며 "부산문화회관이 시민과의 소통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회관 발전을 위해서는 시설 등 주변 환경 개선도 필요하다. 동서대 연기과 이종근 교수는 "문화회관을 시민의 일상적 생활공간으로 변모시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고객 편의시설과 아카데미 사업 등을 확대하고 대극장 로비의 상시 개방으로 공연이 없을 때도 시민들이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시설 확장이나 공연장 리모델링 등 공사에서는 사전에 뚜렷한 방향성 수립을 위한 세밀한 분석을 반드시 거치고, 사후 감사도 꼼꼼히 벌여야 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장기적인 조직의 발전을 위해서는 독립 법인화 추진도 검토해볼 만하다. 최근 부산시는 부산문화회관의 법인화 용역을 진행 중이다. 문화회관 운영 조직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지만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지역의 한 예술인은 "법인화로 재정 자립도를 높일 수 있지만 관람료 인상이나 공공성 축소와 같은 부작용도 우려된다"며 "어떤 방향이 합리적인지를 토론하는 자리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부산시의 용역 결과가 나오면 시민 의견을 폭넓게 수용하는 절차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공론의 장이야말로 부산문화회관 공공성 제고의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정달식·김상훈 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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