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예술도 노동이다

浩溪 金昌旭 2014. 2. 24.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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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4 | 20면

 

[예술인칼럼 '판']

예술도 노동이다

 

 

김창욱 /음악평론가

 

 

바야흐로 재능기부(talent donation)가 붐을 이루고 있다. 그것은 각자 가진 재능을 개인의 이익이나 기술개발에만 쓰지 않고, 사회단체나 공공기관 등에 기부함으로써 사회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여기에는 지식인의 ‘강연기부’, 의사의 ‘진료기부’, 연주자나 화가의 ‘예술기부’ 등이 있다.

 

오늘날 재능기부에 대해서 “공존의 미학”, “윈윈의 방정식”,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출발점”, “국격의 척도”와 같은 긍정적 언설이 잇따른다. 더구나 주요 재능기부자로 유명 스타들이 소개된다. ‘국민엄마’ 김혜자는 월드비전 친선대사로 아프리카 오지를 돌며 소외된 자들의 슬픔을 달래주고, 탤런트 차인표는 해외 불우 어린이들에게 베풂을 통해 수십 배의 행복을 얻는다. ‘국민가수’ 조용필은 또 어떤가? ‘돈 되는’ 온갖 스케줄을 뿌리치고 소록도 한센인(나환자)들을 찾아 그들의 허전함을 노래로 한 가득 채워준다. 다들 감사와 감동의 눈물을 흘렸음은 물론이다. 

 

재능기부 캠페인이 온 나라를 뒤덮었다. 이제 재능이 있는 자가 기부를 행하지 않는다면, 나눔·관용·배려가 없은 자로 낙인 찍힐 판이다. 마치 유행처럼 번지는 재능기부가 과연 아름답기만 한 것일까? 

 

예술분야의 경우 그것이 무형의 자원을 생산한다는 이유로 재능기부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경향이 많다. 돈벌이·밥벌이에 나서야 할 입장인데, 공짜로 기부해야 한다는 사회적 강요는 예술 종사자들을 퍽이나 당혹스럽게 만든다. 

 

예나 지금이나 등 따습고 배 부른 예술가가 얼마나 될까? 평생 전업으로 일해도 월 100만원 수입이 보장되지 않는 예술가들이 허다하다. 

 

얼마 전, 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로 생때같은 대학생들이 희생되었다. 그 가운데는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난 죽음도 있었다. 40대 초반의 최정운 씨가 그랬다. 그는 ‘배고픈 연극인’이었고, 생계를 위해 온갖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2년 전 베트남 아내와 결혼한 그는 본업 대신에 가능한 ‘알바’를 많이 뛰었고, 이번 참사도 행사 영상촬영 ‘알바’ 도중에 벌어진 일이었다. 

 

예술 재능기부는 무엇보다 자발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예술재능은 사람의 타고난 천분에 수십년 간의 끈질긴 노력 끝에 비로소 얻어질 수 있는 것이다. 예술도 노동이다. 그것도 고된 노동이다. 그런데 그 재능을 공짜로 요구하는 것은 실로 고약한 심보다. 돈 안내고 고기를 날로 먹으려는 일과 무엇이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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