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정녕 통(通)하였느냐

浩溪 金昌旭 2014. 1. 27.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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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27 | 20면

 

[예술인칼럼 '판']

정녕 통(通)하였느냐

 

 

김창욱 음악평론가

 

한때 ‘대화가 필요해’라는 개그 프로가 꽤 인기를 모은 적이 있다. 소통이 없는 우리 시대 가정의 단면을 풍자한 코너다. 그런데 이 소통이라는 것이 비단 가정에만 없는 것이 아니다. 내가 사는 사회나 국가도 소통이 없기는 매한가지다. 오늘날 불통행정·불통정권이라는 말이 오히려 즐겨 소통되고 있는 걸 보면 더욱 그렇다.

 

소통의 부재는 어디에나 있다. 특히 관(官)의 소통부재는 비단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부산문화회관 관장과 부산비엔날레 운영위원장 선임논란은 부산시의 소통부재에 있었고, 최근 부산시향 관람료 인상 및 회관 법인화 논란은 부산문화회관의 소통부재에 따른 것이다.

 

올해 들어 문화회관이 보여준 첫 번째 행보는 부산시향의 정기연주회 관람료를 100% 이상 끌어올린 것이다. 물론 이유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20년 넘게 관람료가 한 푼도 오르지 않았다, 타 도시와 비교해서 관람료가 낮다, 공연의 질적 수준 향상과 운영 합리화를 위해서 불가피하다 등과 같은.

 

그러나 문제는 관람료 인상이 아니다. 이와 관련해서 최소한의 시민 여론수렴이나 공론화 과정이 없었다는 것이 오히려 문제였다. 공공기관은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설립·운영된다는 점에서 그 실질적인 주인은 시민이다. 그런데 주인의 동의도 받지 않고 뜬금없이 관람료 인상을 결행한 것은 절차적 민주주의를 훼손시킨 일일 뿐더러 시민에 대한 도발이자 능멸이다.

 

최근 부산시는 문화회관의 독립 법인화와 관련, 타당성 검토 용역에 들어갔다. 이것은 지난해 9월 신임 박성택 관장이 시장에게 건의한 바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떤 제도든지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이다. 문화회관 법인화도 마찬가지다.

 

1999년 재단법인으로 전환한 세종문화회관은 재정자립도를 80%로 끌어올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그 결과 19.5%에 불과했던 재정자립도가 2000년 26.3%, 2011년 31.1%, 2012년 37%로 상승했다. 그렇지만 그 댓가는 공공성의 현저한 축소로 이어졌다. 관람료가 대폭 올랐고, 임대료 수익을 위해 각종 편의시설이 들어섰다. 예술단의 정기공연 예산이 줄어들었고, ‘돈 되는’ 대관공연이 대폭 늘어났다. 예술단원과 시설관리자들은 구조조정과 고용불안에 시달렸다.

 

이른바 선진국이라 불리는 유럽 국가들도 문화기관의 재정자립도를 30% 이상 넘기지 못한다. 아니, 넘기지 않는다. 공공성 때문이다. 전기·수돗물 등 공공 서비스가 국가나 시의 재정지원 아래 시민들에게 값싸게 제공되는 것처럼 그 원리가 문화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차제에 이 문제도 시민 여론수렴이나 공론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소통이 돼야 공감도 생긴다. 부산시 공공기관은 시민들과 얼마만큼 통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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