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저널21' 2011. 2. 20
서울대학교 음대 교수 폭력, 누구의 책임인가 | ||
<기고 칼럼> 침묵하는 엘리트 보신주의가 부정을 키워왔다 | ||
그는 서울대 음대를 나와 미국 줄리아드음악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귀국 후에는 숙명여대 교수를 거쳐 1998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난파음악상과 쇼메 음악인상 등을 받았고, 최근 SBS-TV의 인기 프로그램 ‘스타킹’에 출연하면서 대중적 인기를 모으고 있는 중이다. 언론보도(경향신문 2011. 2. 18)에 따르면, 그런 그가 같은 대학의 클래스 제자들에게 상습적으로 폭력을 행사해 왔고, 나아가 고액캠프 참가 강요, 티켓 강매, 명품선물 강요, 수업일수 조작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학생들에게 발성을 가르칠 때 배나 등을 때리고 머리를 꽉 쥐거나 흔든 적이 있고, 수백만원에 달하는 음악캠프에 불참하겠다는 학생들을 때렸다는 의혹도 있다. 또한 그는 자신이 출연하는 공연 입장권을 조교를 통해 강매했고, 기념일마다 명품선물을 강요하고, 값이 싼 선물을 하면 집어던지기도 했다는 의혹에도 휘말려 있다. 뿐만 아니라, 그는 한 학기 15회로 규정되어 있는 개인레슨 수업일수를 채우지 않으면서 학생에게 정상적으로 수업했다는 일지를 작성케 했다는 의혹도 이미 제기된 상태다. 그와 관련된 숱한 의혹에 대한 사실은 머잖아 대학의 조사결과를 통해서 세상에 드러날 전망이다. 그러나 폭력․폭행․학대․강요․강매로 얼룩진 이 사건이 음악사회에서, 그것도 대학사회에서 일어났다는 사실만으로도 심히 부끄러운 일이다. 나는 이 사건을 지켜보면서 음악하는 자의 이중성(二重性), 음대교수의 지나친 권력욕(權力慾), 음대 학생들의 비판적 성찰의 부재 따위를 새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음악은 아름답다’는 말이 있다. 음악의 고귀함을 나타낸 표현이다. 음악이 아름다우면, 아름다운 음악을 행하는 이들도 마땅히 아름다워야 할 터이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음악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음악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실천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아름다운’ 음악의 탈을 쓰고, 이를 통해서 돈이나 지위, 혹은 또 다른 이익을 얻으려 애를 쓰는 까닭이다. 음악을 수단으로 생각하는 음악행위자의 이중성은 음악하는 자뿐만 아니라, 급기에야 음악마저 추한 존재로 만든다. 이번 사건은 또한 음대교수의 지나친 권력욕도 엿보이게 한다. 음악과 예술, 나아가 자유와 진리를 토론하는 대학, 이를 학생들과 진지하게 논하는 교수는 마땅히 대학의 상징적 권위를 가질 만하다. 그런데 사건에서 나타난 교수는 권력욕에 사로잡힌 자의 이미지밖에 보이지 않는다. 엘리트 코스를 밟고 드디어 엘리트가 된 그는 마치 전장에서 승리한 장수처럼 늠름하고 당당하다. 그는 학생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도 그것이 “성악분야에서는 당연한 도제식(徒弟式) 교육방식”이라거나, “나도 그렇게 배웠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나는 이번 사건에서 무엇보다 알다가 모를 일이 하나 있다. 사건의 전조는 이미 10년 전부터 있어 왔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동안 불미스러운 사건을 직접적으로 경험한 클래스 제자 학생들은 도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는 것이다. 꿇어 앉아 매를 맞는 굴욕을 당하면서도, 수백만원에 이르는 음악캠프에 울며 겨자먹기로 참가하면서도, 교수가 출연하는 공연에 티켓을 강매 당하면서도, 때마다 명품선물을 강요 받으면서도 그들은 왜 침묵했느냐는 것이다. 심지어 사건이 터지고도 그들의 침묵은 계속되었다. ‘찍히면’ 불이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눈 딱 감고 졸업만 하고 나면, 만사 끝나기 때문에? 남들이 어떻게 되던 나만 성공하면 되기 때문에? 여기서 우리는 대한민국 최고의 음악엘리트 집단의 보신주의(補身主義)와 이기주의, 나아가 출세지향주의가 그들 깊숙이 내면화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보이지 않는 침묵의 카르텔, 그것은 그들 스스로의 예술과 자유를 박탈시켰다. 젊은이들이여, 결코 진실은 잠들지 않아야 한다. 김 창 욱(음악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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