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7.07 | 20면
['문화도시 부산' 이것부터]
④ 왜 온통 '국제'인가?
너도나도 '국제' 간판, 지역엔 '빛 좋은 개살구'
▲ 부산의 국제 문화행사가 지역과 접점을 찾고 명확한 콘셉트를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왼쪽부터 부산국제연극제, 부산마루국제음악제, 부산국제무용제. 부산일보 DB
부산에는 '국제'라는 명칭을 갖고 개최되는 문화행사가 많다. 부산국제영화제와 부산비엔날레가 선발 주자로 나섰고 부산국제연극제, 부산국제무용제, 부산마루국제음악제 등이 과도기를 거치며 진행되고 있다. 과연 이들 '국제' 축제가 부산과 부산시민, 부산문화에는 어떤 도움이 되고 있을까? 국제 행사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짚어 본다.
■ 과시용 국제행사 강박증
부산시 문화체육관광국의 2014년 주요 행사를 보면 '부산국제' 타이틀을 단 행사가 유독 많다. 부산국제단편영화제, 부산국제연극제, 부산국제무용제, 부산국제어린이영화제, 부산국제매직페스티벌, 부산국제록페스티벌, 부산비엔날레, 부산불꽃축제, 부산국제영화제, 부산국제합창제 등 10여 개에 달한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성공적으로 안착함에 따라 2000년대 들어 장르마다 치열한 '부산국제' 타이틀을 단 행사 유치에 나섰다.
2000년 이후 장르마다 '국제' 행사 유치
콘셉트·기획력 부족, 운영 한계 드러내
이름만 부산… 현실은 '그들만의 축제'
"전시성 행사 관행적 반복은 이제 그만
지역 예술인 참여·지역 특색의 축제를"
이처럼 국제적인 문화행사가 늘어난 것은 '크고 강한 부산'을 지향한 부산시정과 각 예술 장르의 이해관계가 맞물렸기 때문이다. 과시용 국제 행사에 집착하다 보니 몇몇 행사는 자립 구조를 지니기는커녕 명맥만 유지하는 행사도 있다. '국제'라는 타이틀만 지녔을 뿐 축제가 가져야 할 문화적 재생산 기능을 찾아보기 힘든 사례도 있다.
■ 확실한 축제 콘셉트의 부재
국제 행사는 확실한 축제 콘셉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지금까지 순항할 수 있었던 이유도 '아시아 영화의 창'이라는 확고한 콘셉트를 견지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제 행사라는 타이틀을 달았지만, 기획력 한계를 드러내는 축제도 있다. 2010년 시작된 부산마루국제음악제는 기획력 부족으로 부산의 장소성과 주제성을 못 살린 '개념 없는 음악회'란 평가를 듣고 있다. 매년 몇 억이나 되는 혈세를 투입했음에도 전체 프로그램과 운영 과정에서 축제 주제에 대한 문제의식과 성찰 부족을 드러냈다. 부산마루국제음악제의 2010년 제1회 때 콘셉트는 '프랑스의 향기'였다. 하지만 전체 연주곡 가운데 프랑스 작품은 겨우 네 곡이었고 레퍼토리의 핵심을 차지하지도 않았다. 제2회 행사의 콘셉트인 '음악의 세계화'도 진부하다는 평가를 들었다. 단순한 레퍼토리도 도마에 올랐다. 성악곡 하나 없이 실내악, 교향곡, 협주곡 등 시종 무겁고 구태의연한 기악 일색으로 꾸며져 서양음악의 다양성을 제한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시민 참여 프로그램도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초여름 야외 해변 무대에서 펼쳐지는 춤 축제'라는 콘셉트를 가진 부산국제무용제는 올해 모든 공연을 부산문화회관 실내극장에서 진행했다. '세월호 사고 여파로 올해만 실내에서 진행한다'는 해명을 했지만, 행사의 기본 콘셉트를 외면한 상황에 대해서는 아쉬운 목소리가 컸다. 매년 참여 나라 수를 맞추는 데 급급해 정작 세계적으로 이름난 특급 무용단을 데리고 오지 못한다는 한계도 있다. 춤판에선 "두세 나라만 참여하더라도 세계 정상급의 몸짓을 보여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소외받는 지역성
국제 행사에서 지역과의 접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가장 많이 나온다. 국제 행사가 지역 예술인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고 새로운 자극을 줄 수 있는 레퍼토리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축제의 문화적 재생산 기능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올해 11회를 맞은 부산국제연극제는 지역 연극계와 유리돼 있다는 평가다. 부산국제연극제 집행위원회가 지역 연극인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콘셉트와 레퍼토리를 의논한 적도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연극인들도 부산국제연극제 레퍼토리에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문화예술비평지 '공감 그리고'에 제11회 부산국제연극제 총평을 기고한 김문홍 연극평론가의 주장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는 "부산국제연극제가 집행위원회 몇몇의 전유물로 그쳐서는 안 되고 연극인들의 뜻을 모아 축제의 콘셉트와 레퍼토리를 선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역 연극인들로부터 소외된 연극 축제는 의미가 없고, 지원금을 낭비하는 소모적인 행사에 불과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2014 부산비엔날레 전시감독 선정 논란'은 지역 소외와 폄하 시각의 결정판이었다. 지금은 사퇴한 부산비엔날레 집행위원장이 선정위원회에서 결정한 1순위 감독이 '지역 작가'라는 이유로 공동 감독을 강요한 것이다. 지역 문화계에 엄청난 파문을 일으킨 사건이었다.
■ 관행적 반복에서 벗어나야
국제 문화행사가 국비와 시비 등 시민의 혈세로 이뤄지는 만큼 내용, 절차, 예산 등에 대한 엄정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일회성, 소비성, 전시성 행사로 끝나는 관행적 반복을 막는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축제 주최 측도 축제 정체성 확립과 콘텐츠 강화에 신경을 써야 한다. 김창욱 음악평론가는 "시장 조사를 통해 시민이 원하는 장르와 콘셉트를 파악해 이를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수용자 중심의 축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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