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의 시대

자연이 살아야 사람도 산다

浩溪 金昌旭 2015. 5. 25. 16:14

 

 

아주 오래 전에 읽었다. 농초 박문기(聾樵 朴文基 1948- )의 『本主』(정신세계사, 1995). 전북 정읍출신의 그는 농부인 동시에 사학자이기도 하다. 비료와 농약을 쓰기 않고 농사를 짓고, "무르팍에 꾸덕살이 백히도록" 역사공부를 했다고 한다. 그는 『本主』 하편에서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벼가 무성하면 흔히 발생하는 도열병·문고병·야도충·흑명나방 등의 병충해는 어찌해 볼 길이 없었다. 한데 어느해 궂은 장마로 벼가 웃자라 장차 문고병·잎마름병 등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질 것만 같았다. 이에 고심하던 끝에 생각해 낸 것이 바로 풍장굿이었다. 풍장굿은 먼 옛날부터 벼가 잘된 논에서는 반드시 쳐 왔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여 전라도 임실(任實) 필봉농악의 기능보유자인 양순용 선생에게 굿가락을 익힌 바 있는 오광열·김정수·박남준 등의 친구들을 불러다 논두렁을 돌아다니며 한 나절동안 풍장굿을 신명나게 쳐 보았다. 그랬더니 그렇게도 웃자라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제대로 서 있질 못하고 흐느적거리던 벼가 돌연히 생기가 돌아 씩씩해지는 듯하였고, 볏잎을 갉아먹던 벌레가 며칠 후에는 거의가 누렇게 떠서 죽어 있었다. 그 벌레는 어찌나 지독한지 농약 중에 최고로 독성이 강하다는 파라치온 원액에다 십여 분 동안 담가 두어도 생명이 끊기지 않고 꿈틀거리는 것이다. 

 

정말 기이한 변화는 그 해 가을에 있었다. 농사가 잘 되어 풍년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 별난 가을태풍이 심하게 몰아닥쳤다. 하여 그렇게 잘된 농사가 다 쓰러질 것을 걱정했다. 그런데 풍장굿을 쳐준 덕분인지 벼가 전혀 쓰러지지 않았고, 쭉정이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잘 여물어 주었다. 그래서 수확량도 예년에 비하여 30% 이상이나 증수가 되었다. 이로 인하여 나는 해마다 풍장굿을 치며 농사를 지었는데, 퇴비를 마음껏 할 수 있었고, 그래도 병충해가 거의 없었다. 

 

대저 우리가 그 소리(꽹과리·북·장고·징)를 들으면, 저절로 흥이 나 온몸에 혈맥이 관통되어 어깨가 우쭐거려지고 다리가 껑충거려지는 것이다. 식물도 다만 스스로 옮겨 다니지 못할 뿐 다 생각이 있는 것이다. 때문에 병든 세포가 다 저절로 치료되고 능히 강하게 자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식물을 갉아먹는 벌레는 이 음파를 견디지 못하고 내장이 터져 죽게 되는 것이다."(60-62쪽)

 

보이지 않는 것의 힘, 곧 음악의 힘이다. 그러나 자본의 힘은 음악보다 훨씬 더 크고 강하다. 언론과 기관들이 앞다퉈 농약과 비료를 찬미하고 장려한다. 해마다 '금년에는 도열병의 포자와 벼 멸구의 유충이 한층 불어났으니 시기를 놓치지 말고 반드시 방제를 해야만 제대로 수확할 수 있다'며, 친절한 엄포까지 늘어놓는다. 결국 화학비료는 식물 스스로의 내성을 약화시키고, 농약은 악순환되는 생태계를 회복 불능의 지경에 빠뜨린다. 

 

바야흐로 잃어버린 생태계를 복원해야 할 시점이다. 자연이 살아야 사람도 사는 법이다! 2015. 5. 25 들풀처럼.

 

 

 

'힐링의 시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5음 발성법  (0) 2015.05.28
음악 들으면 혈압 떨어진다  (0) 2015.05.27
식물이 살아야 사람도 산다  (0) 2015.05.23
그 노래를 기억하세요?  (0) 2015.05.20
암 안 걸린다!   (0) 2015.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