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면 | 입력시간: 2010-07-31 [16: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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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부산 사하구의 한 식당. 왁자지껄했다. "현재 섭외된 단체가 8곳이고 추가로 섭외할 단체까지 치면 꽤 많은 단체가 무대에 서는데, 행사 시작 시간을 오후 7시로 하면 너무 늦지 않을까요? 최소한 공연 시작 시간을 30분은 당겨야 할 것 같은데요." 반박이 나왔다. "평일인 데다 차가 막히는 것까지 감안하면 그건 무리일 것 같은데요." 다른 의견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관객이 얼마나 모이느냐가 관건인데, 취지가 아무리 좋더라도 관객이 없으면 무위로 돌아가는 거 아닌가요. 관객 동원을 위해서라도 좀 유명한 연주자를 무대에 세우는 건 어때요?" 여기저기서 반대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처음 하는 건데 화려하게 하는 것만 능사는 아니지요. 시작은 미약하지만 우리끼리 했으면 해요. 회원 한 사람이 10명씩 홍보해도 객석이 꽉 찰 겁니다." 남들이 보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 있지만, 이들에겐 자못 심각한 문제였다.
의사, 평론가 등 의기투합
지난 2월 문화공동체 결성
음악회·세미나, 협연 주선
"문화 소비자 넘어 생산자"
사하문화사랑방(공동대표 김영준·최우석)의 운영위원 회의장이다. 8월 19일 오후 7시 30분 을숙도문화회관 앞 야외광장에서 열 제1회 을숙도광장음악회를 둘러싼 논쟁이다. 지역 주민들이 직접 만드는 음악회다. 지역의 풍물패, 실버예술단, 교사 리코더 동아리, 통기타 가수, 대금 연주자 등이 무대에 설 작정이다. 이날 회의에서 목소리를 높인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제각각이다. 밴드의 리더, 이벤트 업체 실장, 피아니스트, 직장인 밴드, 을숙도문화회관 직원, 구의원, 의사, 극단 대표, 음악평론가…. 말 그대로 백화점식 회원이다. 온라인 회원은 현재 140여 명.
지난 2월 만든 사하문화사랑방은 지역문화공동체 모임. 문화소비자의 영역에 머물지 않고 적극적으로 생산자의 위치를 탐하는 문화 프로슈머(prosumer)들의 모임이다. 시민이 주체가 된 공동체, 문화를 통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내달 19일 제1회 을숙도 광장음악회도… 다양한 직업의 운영위원들 모여 갑론을박
"연주자와 연주단체, 예술가만 있고 저변을 확대할 매개체가 너무 없다는 걸 알았어요. 공연할 사람은 있지만 무대에 올리도록 돕거나 박수 칠 사람이 없었다는 거지요." 사하문화사랑방이 생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치과의사 최우석 원장의 말이다.
시작은 이랬다. 2002년에 을숙도문화회관이 만들어졌지만, 찾아오는 관객도 단체도 없어서 썰렁했다. 을숙도문화회관이 남해나 거제 어디쯤에 있느냐고 반문하는 이들조차 있을 정도였다. "하드웨어(을숙도문화회관)만큼 소프트웨어(인적 역량)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지요." 을숙도문화회관을 드나들던 최 원장은 그리도 잘 지은 을숙도문화회관을 놀리고 있는 게 안타까웠다고 했다.
최 원장은 제대로 놀 줄 아는 사람이다. 중·고등학교 시절 소풍 가서 장기자랑 할 때 가장 먼저 뛰어 나갔다고 했다. 대학 다닐 땐 축제 기획과 행사 진행도 도맡았다고 했다. 10년 전부터 오후 6시가 되면 치과 문을 닫는다. 공연장 일정에 맞추기 위해서다.
을숙도교향악단이 생겼을 때 앞뒤 재지 않고 먼저 전화를 했단다. "뭔가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필요하면 밥도 사면서 뒤를 졸졸 따라다녔지요. 좋은 음악 들을 수 있으니 저한테도 손해는 아니더라고요." 순수예술이 처한 열악한 실상을 그제야 알게 됐다고 했다. 우연찮게 을숙도문화회관 관계자로부터 희망나눔센터 이사장인 OK오병원의 김영준 원장을 소개받았다. 지척에 병원을 열고 있는 두 사람이었지만, 그전까지는 일면식도 없었다. 하지만 문화라는 코드로 둘은 금세 의기투합했다.
사하지역에도 문화예술인들이 많을 텐데 사하지역의 자원을 갖고 지역주민들이 문화를 즐길 수는 없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다고 했다. 자연스럽게 지역 내 예술인들의 공연 참여를 끌어내 문화예술인들의 네트워크도 만들었으면 했다. 지역에서도 축제를 많이 하는데, 그걸 사랑방에서 기획하면 어떨까. 이왕 행사하는 거면 즐겁게 기획하고 말이다. 뽕짝부터 베토벤까지.
정체성에 대한 고민 때문에 지난 4월에는 성남문화재단 관계자를 초청해 '시민이 예술가다! 성남의 사랑방 문화클럽'이란 주제로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4월 정기모임 때는 OK오병원 로비에서 환자와 직원을 위한 작은 음악회를 열었고, 5월 정기모임 때는 사하지역의 마리아구호소에서 월례공연을 열었다.
함북 출신의 '새터민'인 백두한라예술단의 김청송 원장도 사하문화사랑방의 덕을 톡톡히 봤다. 3년 전에 다대포에 터를 잡은 그는 북한에 있을 땐 시립예술원 아코디언 수석까지 지냈다고 했다. 하지만 마땅히 협연을 할 단체가 없었다. 사하문화사랑방이 나섰다. 오는 9월 UKO오케스트라의 정기공연에서 협연을 하도록 중간에서 힘을 썼다.
"혼자는 힘들었지만, 같이 모이니까 의미 있게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졌어요." 어찌 보면 사하문화사랑방은 문화 해결사 역할도 하는 셈이다. 이상헌 기자 ttong@busan.com
의사, 평론가 등 의기투합
지난 2월 문화공동체 결성
음악회·세미나, 협연 주선
"문화 소비자 넘어 생산자"
사하문화사랑방(공동대표 김영준·최우석)의 운영위원 회의장이다. 8월 19일 오후 7시 30분 을숙도문화회관 앞 야외광장에서 열 제1회 을숙도광장음악회를 둘러싼 논쟁이다. 지역 주민들이 직접 만드는 음악회다. 지역의 풍물패, 실버예술단, 교사 리코더 동아리, 통기타 가수, 대금 연주자 등이 무대에 설 작정이다. 이날 회의에서 목소리를 높인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제각각이다. 밴드의 리더, 이벤트 업체 실장, 피아니스트, 직장인 밴드, 을숙도문화회관 직원, 구의원, 의사, 극단 대표, 음악평론가…. 말 그대로 백화점식 회원이다. 온라인 회원은 현재 140여 명.
지난 2월 만든 사하문화사랑방은 지역문화공동체 모임. 문화소비자의 영역에 머물지 않고 적극적으로 생산자의 위치를 탐하는 문화 프로슈머(prosumer)들의 모임이다. 시민이 주체가 된 공동체, 문화를 통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내달 19일 제1회 을숙도 광장음악회도… 다양한 직업의 운영위원들 모여 갑론을박
"연주자와 연주단체, 예술가만 있고 저변을 확대할 매개체가 너무 없다는 걸 알았어요. 공연할 사람은 있지만 무대에 올리도록 돕거나 박수 칠 사람이 없었다는 거지요." 사하문화사랑방이 생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치과의사 최우석 원장의 말이다.
시작은 이랬다. 2002년에 을숙도문화회관이 만들어졌지만, 찾아오는 관객도 단체도 없어서 썰렁했다. 을숙도문화회관이 남해나 거제 어디쯤에 있느냐고 반문하는 이들조차 있을 정도였다. "하드웨어(을숙도문화회관)만큼 소프트웨어(인적 역량)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지요." 을숙도문화회관을 드나들던 최 원장은 그리도 잘 지은 을숙도문화회관을 놀리고 있는 게 안타까웠다고 했다.
최 원장은 제대로 놀 줄 아는 사람이다. 중·고등학교 시절 소풍 가서 장기자랑 할 때 가장 먼저 뛰어 나갔다고 했다. 대학 다닐 땐 축제 기획과 행사 진행도 도맡았다고 했다. 10년 전부터 오후 6시가 되면 치과 문을 닫는다. 공연장 일정에 맞추기 위해서다.
을숙도교향악단이 생겼을 때 앞뒤 재지 않고 먼저 전화를 했단다. "뭔가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필요하면 밥도 사면서 뒤를 졸졸 따라다녔지요. 좋은 음악 들을 수 있으니 저한테도 손해는 아니더라고요." 순수예술이 처한 열악한 실상을 그제야 알게 됐다고 했다. 우연찮게 을숙도문화회관 관계자로부터 희망나눔센터 이사장인 OK오병원의 김영준 원장을 소개받았다. 지척에 병원을 열고 있는 두 사람이었지만, 그전까지는 일면식도 없었다. 하지만 문화라는 코드로 둘은 금세 의기투합했다.
사하지역에도 문화예술인들이 많을 텐데 사하지역의 자원을 갖고 지역주민들이 문화를 즐길 수는 없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다고 했다. 자연스럽게 지역 내 예술인들의 공연 참여를 끌어내 문화예술인들의 네트워크도 만들었으면 했다. 지역에서도 축제를 많이 하는데, 그걸 사랑방에서 기획하면 어떨까. 이왕 행사하는 거면 즐겁게 기획하고 말이다. 뽕짝부터 베토벤까지.
정체성에 대한 고민 때문에 지난 4월에는 성남문화재단 관계자를 초청해 '시민이 예술가다! 성남의 사랑방 문화클럽'이란 주제로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4월 정기모임 때는 OK오병원 로비에서 환자와 직원을 위한 작은 음악회를 열었고, 5월 정기모임 때는 사하지역의 마리아구호소에서 월례공연을 열었다.
함북 출신의 '새터민'인 백두한라예술단의 김청송 원장도 사하문화사랑방의 덕을 톡톡히 봤다. 3년 전에 다대포에 터를 잡은 그는 북한에 있을 땐 시립예술원 아코디언 수석까지 지냈다고 했다. 하지만 마땅히 협연을 할 단체가 없었다. 사하문화사랑방이 나섰다. 오는 9월 UKO오케스트라의 정기공연에서 협연을 하도록 중간에서 힘을 썼다.
"혼자는 힘들었지만, 같이 모이니까 의미 있게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졌어요." 어찌 보면 사하문화사랑방은 문화 해결사 역할도 하는 셈이다. 이상헌 기자 ttong@busan.com
지난 27일 부산 사하구의 한 식당. 왁자지껄했다. "현재 섭외된 단체가 8곳이고 추가로 섭외할 단체까지 치면 꽤 많은 단체가 무대에 서는데, 행사 시작 시간을 오후 7시로 하면 너무 늦지 않을까요? 최소한 공연 시작 시간을 30분은 당겨야 할 것 같은데요." 반박이 나왔다. "평일인 데다 차가 막히는 것까지 감안하면 그건 무리일 것 같은데요." 다른 의견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관객이 얼마나 모이느냐가 관건인데, 취지가 아무리 좋더라도 관객이 없으면 무위로 돌아가는 거 아닌가요. 관객 동원을 위해서라도 좀 유명한 연주자를 무대에 세우는 건 어때요?" 여기저기서 반대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처음 하는 건데 화려하게 하는 것만 능사는 아니지요. 시작은 미약하지만 우리끼리 했으면 해요. 회원 한 사람이 10명씩 홍보해도 객석이 꽉 찰 겁니다." 남들이 보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 있지만, 이들에겐 자못 심각한 문제였다.
의사, 평론가 등 의기투합
지난 2월 문화공동체 결성
음악회·세미나, 협연 주선
"문화 소비자 넘어 생산자"
사하문화사랑방(공동대표 김영준·최우석)의 운영위원 회의장이다. 8월 19일 오후 7시 30분 을숙도문화회관 앞 야외광장에서 열 제1회 을숙도광장음악회를 둘러싼 논쟁이다. 지역 주민들이 직접 만드는 음악회다. 지역의 풍물패, 실버예술단, 교사 리코더 동아리, 통기타 가수, 대금 연주자 등이 무대에 설 작정이다. 이날 회의에서 목소리를 높인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제각각이다. 밴드의 리더, 이벤트 업체 실장, 피아니스트, 직장인 밴드, 을숙도문화회관 직원, 구의원, 의사, 극단 대표, 음악평론가…. 말 그대로 백화점식 회원이다. 온라인 회원은 현재 140여 명.
지난 2월 만든 사하문화사랑방은 지역문화공동체 모임. 문화소비자의 영역에 머물지 않고 적극적으로 생산자의 위치를 탐하는 문화 프로슈머(prosumer)들의 모임이다. 시민이 주체가 된 공동체, 문화를 통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내달 19일 제1회 을숙도 광장음악회도… 다양한 직업의 운영위원들 모여 갑론을박
"연주자와 연주단체, 예술가만 있고 저변을 확대할 매개체가 너무 없다는 걸 알았어요. 공연할 사람은 있지만 무대에 올리도록 돕거나 박수 칠 사람이 없었다는 거지요." 사하문화사랑방이 생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치과의사 최우석 원장의 말이다.
시작은 이랬다. 2002년에 을숙도문화회관이 만들어졌지만, 찾아오는 관객도 단체도 없어서 썰렁했다. 을숙도문화회관이 남해나 거제 어디쯤에 있느냐고 반문하는 이들조차 있을 정도였다. "하드웨어(을숙도문화회관)만큼 소프트웨어(인적 역량)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지요." 을숙도문화회관을 드나들던 최 원장은 그리도 잘 지은 을숙도문화회관을 놀리고 있는 게 안타까웠다고 했다.
최 원장은 제대로 놀 줄 아는 사람이다. 중·고등학교 시절 소풍 가서 장기자랑 할 때 가장 먼저 뛰어 나갔다고 했다. 대학 다닐 땐 축제 기획과 행사 진행도 도맡았다고 했다. 10년 전부터 오후 6시가 되면 치과 문을 닫는다. 공연장 일정에 맞추기 위해서다.
을숙도교향악단이 생겼을 때 앞뒤 재지 않고 먼저 전화를 했단다. "뭔가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필요하면 밥도 사면서 뒤를 졸졸 따라다녔지요. 좋은 음악 들을 수 있으니 저한테도 손해는 아니더라고요." 순수예술이 처한 열악한 실상을 그제야 알게 됐다고 했다. 우연찮게 을숙도문화회관 관계자로부터 희망나눔센터 이사장인 OK오병원의 김영준 원장을 소개받았다. 지척에 병원을 열고 있는 두 사람이었지만, 그전까지는 일면식도 없었다. 하지만 문화라는 코드로 둘은 금세 의기투합했다.
사하지역에도 문화예술인들이 많을 텐데 사하지역의 자원을 갖고 지역주민들이 문화를 즐길 수는 없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다고 했다. 자연스럽게 지역 내 예술인들의 공연 참여를 끌어내 문화예술인들의 네트워크도 만들었으면 했다. 지역에서도 축제를 많이 하는데, 그걸 사랑방에서 기획하면 어떨까. 이왕 행사하는 거면 즐겁게 기획하고 말이다. 뽕짝부터 베토벤까지.
정체성에 대한 고민 때문에 지난 4월에는 성남문화재단 관계자를 초청해 '시민이 예술가다! 성남의 사랑방 문화클럽'이란 주제로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4월 정기모임 때는 OK오병원 로비에서 환자와 직원을 위한 작은 음악회를 열었고, 5월 정기모임 때는 사하지역의 마리아구호소에서 월례공연을 열었다.
함북 출신의 '새터민'인 백두한라예술단의 김청송 원장도 사하문화사랑방의 덕을 톡톡히 봤다. 3년 전에 다대포에 터를 잡은 그는 북한에 있을 땐 시립예술원 아코디언 수석까지 지냈다고 했다. 하지만 마땅히 협연을 할 단체가 없었다. 사하문화사랑방이 나섰다. 오는 9월 UKO오케스트라의 정기공연에서 협연을 하도록 중간에서 힘을 썼다.
"혼자는 힘들었지만, 같이 모이니까 의미 있게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졌어요." 어찌 보면 사하문화사랑방은 문화 해결사 역할도 하는 셈이다. 이상헌 기자 ttong@busan.com
의사, 평론가 등 의기투합
지난 2월 문화공동체 결성
음악회·세미나, 협연 주선
"문화 소비자 넘어 생산자"
사하문화사랑방(공동대표 김영준·최우석)의 운영위원 회의장이다. 8월 19일 오후 7시 30분 을숙도문화회관 앞 야외광장에서 열 제1회 을숙도광장음악회를 둘러싼 논쟁이다. 지역 주민들이 직접 만드는 음악회다. 지역의 풍물패, 실버예술단, 교사 리코더 동아리, 통기타 가수, 대금 연주자 등이 무대에 설 작정이다. 이날 회의에서 목소리를 높인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제각각이다. 밴드의 리더, 이벤트 업체 실장, 피아니스트, 직장인 밴드, 을숙도문화회관 직원, 구의원, 의사, 극단 대표, 음악평론가…. 말 그대로 백화점식 회원이다. 온라인 회원은 현재 140여 명.
지난 2월 만든 사하문화사랑방은 지역문화공동체 모임. 문화소비자의 영역에 머물지 않고 적극적으로 생산자의 위치를 탐하는 문화 프로슈머(prosumer)들의 모임이다. 시민이 주체가 된 공동체, 문화를 통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내달 19일 제1회 을숙도 광장음악회도… 다양한 직업의 운영위원들 모여 갑론을박
"연주자와 연주단체, 예술가만 있고 저변을 확대할 매개체가 너무 없다는 걸 알았어요. 공연할 사람은 있지만 무대에 올리도록 돕거나 박수 칠 사람이 없었다는 거지요." 사하문화사랑방이 생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치과의사 최우석 원장의 말이다.
시작은 이랬다. 2002년에 을숙도문화회관이 만들어졌지만, 찾아오는 관객도 단체도 없어서 썰렁했다. 을숙도문화회관이 남해나 거제 어디쯤에 있느냐고 반문하는 이들조차 있을 정도였다. "하드웨어(을숙도문화회관)만큼 소프트웨어(인적 역량)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지요." 을숙도문화회관을 드나들던 최 원장은 그리도 잘 지은 을숙도문화회관을 놀리고 있는 게 안타까웠다고 했다.
최 원장은 제대로 놀 줄 아는 사람이다. 중·고등학교 시절 소풍 가서 장기자랑 할 때 가장 먼저 뛰어 나갔다고 했다. 대학 다닐 땐 축제 기획과 행사 진행도 도맡았다고 했다. 10년 전부터 오후 6시가 되면 치과 문을 닫는다. 공연장 일정에 맞추기 위해서다.
을숙도교향악단이 생겼을 때 앞뒤 재지 않고 먼저 전화를 했단다. "뭔가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필요하면 밥도 사면서 뒤를 졸졸 따라다녔지요. 좋은 음악 들을 수 있으니 저한테도 손해는 아니더라고요." 순수예술이 처한 열악한 실상을 그제야 알게 됐다고 했다. 우연찮게 을숙도문화회관 관계자로부터 희망나눔센터 이사장인 OK오병원의 김영준 원장을 소개받았다. 지척에 병원을 열고 있는 두 사람이었지만, 그전까지는 일면식도 없었다. 하지만 문화라는 코드로 둘은 금세 의기투합했다.
사하지역에도 문화예술인들이 많을 텐데 사하지역의 자원을 갖고 지역주민들이 문화를 즐길 수는 없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다고 했다. 자연스럽게 지역 내 예술인들의 공연 참여를 끌어내 문화예술인들의 네트워크도 만들었으면 했다. 지역에서도 축제를 많이 하는데, 그걸 사랑방에서 기획하면 어떨까. 이왕 행사하는 거면 즐겁게 기획하고 말이다. 뽕짝부터 베토벤까지.
정체성에 대한 고민 때문에 지난 4월에는 성남문화재단 관계자를 초청해 '시민이 예술가다! 성남의 사랑방 문화클럽'이란 주제로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4월 정기모임 때는 OK오병원 로비에서 환자와 직원을 위한 작은 음악회를 열었고, 5월 정기모임 때는 사하지역의 마리아구호소에서 월례공연을 열었다.
함북 출신의 '새터민'인 백두한라예술단의 김청송 원장도 사하문화사랑방의 덕을 톡톡히 봤다. 3년 전에 다대포에 터를 잡은 그는 북한에 있을 땐 시립예술원 아코디언 수석까지 지냈다고 했다. 하지만 마땅히 협연을 할 단체가 없었다. 사하문화사랑방이 나섰다. 오는 9월 UKO오케스트라의 정기공연에서 협연을 하도록 중간에서 힘을 썼다.
"혼자는 힘들었지만, 같이 모이니까 의미 있게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졌어요." 어찌 보면 사하문화사랑방은 문화 해결사 역할도 하는 셈이다. 이상헌 기자 tt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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