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민오케스트라

[기획] 어른을 위한 동화

浩溪 金昌旭 2019. 8. 14. 08:51

 

 

 

 

 

수레바퀴 앞에서 

 

 

소극장 무대가 열리면, 정중앙에 그랜드 피아노가 놓여 있고, 그 옆에는 기악 앙상블이 병풍처럼 둘러 앉아 있다. 성악 솔리스트들은 그 앞에 자리를 잡고 있다. 내레이터는 무대 왼쪽에 위치한다.

 

무대의 모든 조명은 꺼져 있고, 내레이션이 있을 때 내레이터에게만, 노래를 부를 때만 연주자들에게 조명을 비춘다. 발레리나가 춤출 때는 무빙라이트를 쓴다.

 

내레이터와 연주자는 모두 자리에 앉아서 각자 임무를 수행하지만, 성악가들은 자신이 노래할 때만 마이크 앞에 서서 노래한다. 모든 노래는 기악 앙상블로 반주한다.

 

 

[출연진]

 

내레이터(1) 

발레리나(1) 

 

소프라노(2)

테너(1)

바리톤(2)

 

플루트(1)

클라리넷(1)

바이올린(2)

첼로(1)

피아노(1)

세트드럼(1)

편곡(1)

  

[스토리]

 

프롤로그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누구나 꿈을 꾸고 사랑을 나눕니다. 그러다 늙고 병들어 마침내 죽음을 맞이합니다. 우리 아버지, 우리 아버지의 아버지, 우리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도 그랬고, 우리 어머니, 우리 어머니의 어머니, 우리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도 그랬습니다. 삶과 죽음의 수레바퀴는 누구도 벗어날 수 없습니다.

 

오프닝

당신의 소중한 사람(수사네 룬뎅) … 바이올린+피아노+발레 

https://youtu.be/5hEqKaAtWvE

 

레이터 여기, 섬에서 태어난 한 아이가 있습니다. 아이는 오막살이 집에서 혼자 잠들어 있습니다. 엄마는 해녀, 굴을 따서 겨우 생계를 꾸려갑니다. 굴 따던 엄마가 갈매기 울음소리에 놀랍니다. 혹여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 다 못 딴 굴바구니를 동여맨 엄마가 모랫길을 달려 아이에게로 갑니다.

 

[노래] 섬집아기(한인현 시·이흥렬 곡)  

https://youtu.be/nsqY_82hj88

 

내레이터 또 다른 아이는 어느 산자락 초가집에 삽니다. 돈 벌어 맛 있는 것 사오겠다는 엄마는 벌써 수 년 째 소식이 없습니다. 아이는 배가 고픕니다. 그럴수록 엄마가 더욱 그립습니다. 그때마다 아이는 마루청에 나와, 까마득한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하나, 둘 세곤 합니다.

 

[노래] 찔레꽃(이연실 시·박태준 곡

https://youtu.be/uhL_-lQ78A8

 

내레이터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납니다. 때가 되어 학교에도 갑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중학교에 가고, 중학교를 졸업하면 고등학교에 갑니다. 머잖아 고등학교, 대학도 차례로 졸업하게 됩니다. 우물쭈물하다 어느새 인생을 졸업해야 할 때도 성큼 다가오겠지요. 냇물이 바다에서 다시 만나듯 우리는 언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까요?

 

[노래] 졸업식 노래(윤석중 시·정순철 곡) 

https://youtu.be/fmzQFNWd_0k

 

내레이터 대학을 졸업하면 직장에 취직을 합니다. 같은 또래와 치열한 경쟁 끝에 겨우 자리를 잡습니다. 때가 되면, 연인을 만나 사랑에 빠지기도 합니다. 불타는 사랑은 우리의 눈과 귀를 한순간 멀게 합니다. 타다가 그만 둘 사랑이라면, 차라리 아니 함만 못하겠습니다.

 

[노래] 사랑(이은상 시·홍난파 곡

https://youtu.be/xHddPDz8OuU

 

내레이터 어떤 연인은 모란꽃 피는 오뉴월에 만나지만, 흰 국화 시들 무렵에도 돌아오지 않습니다. 서산에 달이 지고, 가슴에 얽힌 정 풀 길조차 없습니다. 산자락에 초가삼간을 짓고, 흐르는 시내처럼 살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노래] 신아리랑(양명문 시·김동진 곡

https://youtu.be/DRGSro6ASUo

 

내레이터 사랑을 한다면, 마치 폭포수 같은 사랑을 해야겠지요. 폭포는 절벽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집니다. 계절이나 밤낮을 가리지 않고 쉴새없이 떨어집니다. 높이도 폭()도 없이 떨어집니다. 폭포에서 흘러내리는 물은 나를 적시고, 너를 적시고, 우리를 적십니다.

 

[노래] 박연폭포(한국민요, 김성태 편곡

https://youtu.be/vNb7ftc4YLY

 

내레이터 꽃이 아무리 예쁘다 하더라도 언젠가 떨어지고, 사랑이 아무리 뜨겁다 하더라도 언젠가 식기 마련이지요. 해가 지면 어둠이 깃들 듯이, 한낮이 끝나면 밤이 오듯이. 가을은 사랑이 저무는 계절, 가볍게 악수를 나누고, 각기 제 갈 길을 가야 할 무렵이지요.

 

[노래] 이별의 노래(박목월 시·김성태 곡

https://youtu.be/APoT6pWU9jM

 

내레이터 비록 헤어졌다 하더라도 이따금 함께 지냈던 일들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옛날은 가고 없어도 그때 그 일들이 어른거릴 때가 있지요. 때때로 뉘우침도 느끼고, 새삼 마음이 설레일 때도 없지 않지요옛날은 가고 없어도.

 

[노래] 옛날은 가고 없어도(손승교 시·이호섭 곡

https://youtu.be/ctrfzCcKUyE

 

내레이터 꿈꾸고, 일하면서 다시 사랑하는 사람도 만납니다. 그와 손가락 걸며 평생을 언약하기도 합니다. 마침내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습니다. 아이가 커 가는 동안 우리도 어느새 어른이 되어 갑니다. 어느 기나 긴 겨울밤, 어머니와 둘이 앉아 이야기하던 때가 생각납니다. 그때 어머니로부터 내가 살아오고 살아갈 날들의 이야기를 들었지요.

 

[노래] 부모(김소월 시·서영은 곡

https://youtu.be/Bxe_z6HylQw

 

내레이터 봄은 여름이 되고 여름은 어느새 가을로 물듭니다. 가을이 가면 어김없이 겨울이 오기 마련이지요. 우리는 인생의 황혼기를 맞습니다. 지나간 젊음의 꿈과 희망이 떠오릅니다. 그때, 그 풋풋한 날들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리운 그 옛날의 아름다운 순간들이 내마음 속 가득히 새겨집니다.

 

[노래] 황혼의 노래(김노현 시·곡

https://youtu.be/6ukZ4BN9dRo

 

내레이터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곱고 희던 그 손, 막내아들 대학시험에 뜬눈으로 지새던 밤들, 큰 아이 결혼식 날 흘리던 눈물 방울들. 한숨과 눈물을 세월 속에 묻고, 우리는 인생의 황혼까지 어렵사리 흘러 왔지요. 그러나 평생을 함께 했던 그는 나를 홀로 남겨두고 떠납니다. 한 마디 말도 없이 훌쩍 떠나고 맙니다.

 

[노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김목경 시·곡

https://youtu.be/DomGkWQff_s

 

내레이터 파도 높은 만경창파. 저 편 강기슭을 향해 배가 떠납니다. 뱃머리에서 흰 옷자락이 펄럭거리고, 바람에 목소리가 흩날립니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서 마주한 너와 나의 이별. 우리는 죽음에 붙잡혀 저 세상으로 건너가는 그를 구하지 못합니다. 애타는 마음으로 그저 지켜 볼 따름입니다.

 

[노래] 이별가(한국민요, 최영섭 편작

https://youtu.be/xV98CwLYCcg

  

에필로그  어젯밤 누군가 세상을 떠나더니, 오늘 아침 눈이 맑은 한 아이가 세상에 났습니다갓 태어난 아이는 꿈을 꾸고 사랑을 나눌 것입니다. 그러다 늙고 병들어 마침내 죽음을 맞이할 겁니다. 우리 아들, 우리 아들의 아들, 우리 아들의 아들의 아들도 그럴 것이고, 우리 딸, 우리 딸의 딸, 우리 딸의 딸의 딸도 그럴 것입니다. 삶과 죽음의 수레바퀴는 그 누구도 멈출 수 없습니다.

 

클로징

쟈클린의 눈물(오펜바흐) … 첼로+피아노+발레 

https://youtu.be/hYn4HSmdAvw

 

 

 

본 기획 프로그램의 저작권은 음악풍경(051-987-5005)에 있습니다. 따라서 이를 무단으로 활용할 경우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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