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보이는 풍경

창작시 4편

浩溪 金昌旭 2021. 4. 20. 08:45

음악풍경 ⓒ

 

짜장콘서트 무대에 올려질 창작가곡, 그 기초를 이루는 노랫말[詩] 4편이 들어왔다. 동길산 시인의 '꽃 몸살', 최정란 시인의 '독도 별자리', 전명숙 시인의 '봄날의 표정', 김수우 시인의 '눌'(訥) 등이다. 아래와 같다. 2021. 4. 28 들풀처럼


꽃 몸살

꽃은
피면 핀다고 아프고
지면 진다고 아프다
손을 대어 짚어 보아라
절절 끓는 이 뜨거움
꽃이 뜨거운 것이냐
손이 뜨거운 것이냐
피는 꽃 짚어 보느라
지는 꽃 짚어 보느라
몇 발짝 걷다간 멈춰 서는
뜨거운 봄날

 

-  동길산


독도 별자리

새는 새끼리 모여 둥지를 짓고
꽃은 꽃끼리 모여 꽃밭을 이룰 때
섬은 섬끼리 모여 별자리가 되지

여든 아홉 개의 작은 별들과
두 개의 일등성이 함께 모여 이룬
독도, 별의 가족, 독도별자리,

 

안개 속에서 길 잃은 새들
그리움의 나침반을 맞추는 별이 된 섬
독도, 섬의 가족, 독도별자리

어둠 속에서도 환히 빛난다
얼음 속에서도 뜨겁게 빛난다
우리 가슴에 모여 빛난다, 영원히

 

- 최정란

[시작노트] 독도는 두 개의 큰 섬 동도, 서도와, 여든 아홉 개의 작은 바위들로 이루어져 있답니다. 추상적으로 알고 있던 막연한 애국심 차원의 독도에 그치지 않고, 독도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에서 시를 착안하게 된 거지요. 별자리는 크고 작은 별들이 모여서 이루지요. 독도를 먼저 가족이라는 공동체로 생각해 보고, 나아가 별자리로 형상화해 보았답니다. 그래서 크고 작은 바위들로 이루어진 독도는 동도 서도와 여든 아홉 개의 크고 작은 바위들로 이루어진 별자리 가족입니다. 대한민국이라는 우리의 운명공동체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들로 이루어진 더 큰 별자리이겠지요. 어린이들이 부를 수 있는 동요로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답니다. 독도별자리!! 다 함께 노래하는 날을 기다려 봅니다.


봄날의 표정

익사 직전의 분홍이 몸부림치며 빠져나온다
저 분홍 아래 천길 벼랑 아래
물 속으로 울며 뛰어내렸던 한 여인의 영혼이
어둠을 떠돌다 찾아든 길
하필 이 절벽 위 진달래 마른 가지
그 가지 끝에 치맛자락까지 다 끌어올려놓고 잠시 숨 고르다
오늘 내 눈 앞에 피어난
있는 힘을 다해 수면 위로 막 떠오른
봄날의 표정

 

- 전명숙


눌(訥)

 

잎진 자리마다 돋은 겨울눈

풀거미집에 쪽문을 다는 봄안개

다 내 안의 말들입니다

말을 안에 넣어두니 하늘이 조용합니다

그대에게 닿지 못한 말은 그냥 소리라

어제의 인사는 그대 안에 다다를 때까지

빗살무늬를 긋는 바람일 뿐

그립습니다, 한 생각

수천 리를 돌아

그대에게 닿고서야 물기를 얻습니다

더듬더듬 말이 됩니다

예, 꽃들이 핍니다

예, 꽃들이 집니다

 

- 김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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