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부산판 엘 시스테마, 신념의 실천이 중요

浩溪 金昌旭 2011. 8. 5. 11:07

 2011-08-05 오전 10:32:21

 

<칼럼>


부산판 엘 시스테마, 신념의 실천이 중요



벌써 수 년 전부터 엘 시스테마’(El Sistema)가 화제다. 이미 책과 다큐멘터리로 소개되었으니, 아마 그 존재를 모르는 이가 없을 줄 안다. 한 마디로 빈민가 어린이들에게 무료로 악기를 나눠 주고, 악기연주법을 가르치며, 이들을 가난과 폭력으로부터 해방시켜 준 베네수엘라의 기적적(奇蹟的) 오케스트라 시스템을 가리킨다.

 

1975년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가 허름한 차고에서 11명으로 시작한 엘 시스테마는 현재 184개 센터에 단원이 무려 265천여 명에 이른다. 무엇보다 그것은 음악을 통해서 공동체의 배려와 협력, 우리 시대 무뎌진 상생(相生)의 정신을 일깨워 주었다.

 

 

사하구에도 지난해 우리가 만드는 오케스트라창단·공연

 

 

한국에서 엘 시스테마를 벤치마킹한 것은 지난 2010.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아동청소년 오케스트라 교육사업이 그것이다. 전국적으로 공모한 이 사업에는 부산을 비롯, 인천·대전·춘천·목포·부천·화성·익산 등 전국 8개 지역이 선정되었다.

 

부산에서는 우리가 만드는 오케스트라’(이하, 우리 오케스트라)라는 타이틀로 부산문화재단·을숙도문화회관·인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공동으로 해당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문화재단의 행정지원과 문화회관의 시설지원 아래, 교육 프로그램의 기획 및 운영은 인코리안심포니가 전적으로 책임을 지는 구조이다. 특히 프로그램의 효율성 문제, 강사 수급문제, 아동청소년 단원 확보와 교육 만족도 문제 등 인코리안심포니가 맡은 제반 임무는 실로 막중하다 아니 할 수 없다.

 

지난 해 10월 걸음마의 걱정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저소득 소외계층 가정의 자녀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가 창단되었고, 비록 서툰 솜씨지만 3개월 후에는 첫 공연을 갖기도 했다. 2년차인 올해 12월에도 63명으로 구성된 우리 오케스트라의 교육성과를 무대에 펼칠 예정이다.

 

그러나 우리 오케스트라의 최종 목표가 이들 아동청소년들의 연주력 향상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애당초 벤치마킹한 엘 시스테마의 정신이 배려와 협력이자 그것이 우리 오케스트라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 7우리 오케스트라공개수업 직전에 지적되었듯이 해당 사업은 5월부터 12월까지 8개월 동안만 이루어진다. 연중 약 4개월간의 공백이 생기는 셈이다. 그런데 그 이유가 터무니없는 예산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점에서 3년차인 내년에는 예산의 현실화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우리 오케스트라사업이 내년에 최종 만료된다는 사실이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아동청소년 오케스트라 교육사업기간이 최장 3년으로 종료되는 까닭이다.

 

 

내년 사업 만료지속될 수 있게 관련 기관·단체 적극 나서야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이제 겨우 걸음마를 뗀 우리 오케스트라의 운명이 어찌 될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저소득 소외계층 자녀들이 모처럼 얻었던 기회들, 즉 오케스트라 악기체험 교육의 기회, 음악예술에 대한 인식과 이해 증진의 기회, 사회에 대한 재능 기부의 기회, 나아가 공동체의 배려와 협력 교육의 기회 등이 한 순간에 사라져 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부산문화재단·을숙도문화회관·인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는 상호간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서 우리 오케스트라가 지속될 수 있는 최소한의 토대를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 이들의 굳건한 신념과 그 실천에 부산판 엘 시스테마의 운명이 달려 있다고 해도 정녕 과언이 아니다.

 

 

/김창욱 (http://blog.daum.net/kcw660924/)

 

 


                                                                

 

 

· 음악평론가. 부산음악협회 부회장. 한국예술문화비평가협회 사무국장.

· 부산음악협회 제29회 부산음악상 수상(2004).

· 저서 ‘음악의 이해’(공저), ‘부산음악의 지평’, ‘나는 이렇게 들었다’, ‘홍난파 음악연구 등.

 

사하인터넷뉴스(forsaha@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