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사하문화원, 문제는 예산이다

浩溪 金昌旭 2011. 7. 27. 14:53

 

2011-07-27 오후 12:14:19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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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칼럼>

 

사하문화원, 문제는 예산이다


오는 10월 사하구에도 문화원이 생깁니다. 이를 위해 지난 6일 설립 추진위원회가 구성됐으며, 8월말께 창립총회가 열릴 예정입니다. 전국 234개 시·군·구의 97%에 이르는 228군데에 이미 문화원이 설립돼 있는 만큼 사하문화원은 늦어도 한참 늦은 출발을 하는 셈입니다. 그런 만큼 첫 단추부터 제대로 꿰어야 한다고 믿기에, 사하문화원의 올바른 출발을 위한 제언을 각계 전문가들로부터 듣는 자리를 마련합니다. / 편집자 주 

 

 

부산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제조업은 거의 서부산권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벌어들인 경제적 재화의 소비처는 모두 동부산권에 위치하고 있다. 예를 들면 서부산권 공단의 주요 기업들의 상위직은 거의 동부산권에 살고 있으며, 서부산권에 병원을 개업한 의사들 역시 사는 곳은 대부분 동부산권이다.  

 

이런 현상이 오랫동안 계속되었음에도 부산의 행정권과 정치권은 이 점을 방치하여 왔다. 허남식 부산시장의 재선 성공 후 첫 마디는 “이제는 서부산권이다.”였다. 그러나 동부산권의 파워가 워낙 센 탓인지 부산시의 정책에는 크게 반영된 것 같지 않다.

 

자립이 우선…획기적 자체 콘텐츠 개발로 民官 설득을

 

서부산권의 취약점 중의 하나는 문화예술분야이다. 사실 문화예술을 즐기고 향유하는 집단은 경제적 상위계층이다. 서울과 부산의 문화예술적 격차 역시 경제적인 바탕에 그 원인 있다고들 한다. 부산의 경우 소득 상위계층들이 동부산권에 집중 거주하다보니 문화예술분야는 해운대를 중심으로 발전하여 왔다. 즉, 부(富)의 크기에 따라 문화예술의 발전이 비례한다는 가설이 입증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서부산권의 기준점이 되는 사하구는 언제까지나 문화예술의 불모지여야만 하는가? 음악·무용·미술을 감상하려면 부산문화회관에 가야 하는데 지하철을 2번 갈아타고 다시 버스를 타야만 갈 수 있다. 오고가는데 파김치가 되느니 차라리 집에서 TV나 보자 하는 것이 사하구에 사는 구민들의 일반적인 심경이리라.

 

사하구에도 문화예술을 창조하고 향유할 수 있는 요소들은 충분하다. 먼저 동아대학교가 있고, 을숙도와 몰운대가 있으며, 을숙도문화회관이 있다. 특히 낙동강과 다대포 바다가 있다.

 

다만 이런 문화예술적 바탕과 요소들을 진두지휘할 사령탑이 없어서 체계적인 발전을 도모하지 못하였다. 이런 시점에 사하문화원이 생겨서 이런 역할을 하여 준다면 사하구가 서부산권의 문화예술중심지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며 부산 동서의 문화적 격차를 좁힐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런 조직을 유지할 수 있는 경제적인 문제, 즉 예산을 어떻게 확보하느냐는 것일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문화예술 활동의 성과는 경제적 뒷받침과 상당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하문화원의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크게 2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이다. 즉, 사하구에 사는 주민들과 기업체들이 찬조금과 회비를 납부하여 사업을 확대할 예산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는 사하구에 살고 있는 지식인, 문화예술인, 그리고 기업인들이 솔선수범하여 앞장서야 한다. 이들이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일 때 비로소 일반시민들도 동참하려 할 것이다. 또한 이들이 앞장서야만 지방정부에서도 이를 신뢰하고 예산을 지원해 줄 것이다.

 

사하구에서 이 일을 추진함에 있어서 다른 지역구에 비하여 월등히 높은 자체자금을 마련할 때 비로소 부산시와 사하구청의 예산지원, 시민들의 후원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사하문화원이 명실상부한 문화예술의 요람으로서 역할을 잘 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일이다. 이것은 사하 문화예술의 기획에서 획기적인 문화콘텐츠를 개발하고 구현하는 일이며 문화예술이 문화예술인들만의 잔치가 아닌 시민들을 위한 문화예술이어야 하며, 시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유도하는 것이어야 한다.

 

둘째, 지방정부에서 예산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이다. 펌프에서 물을 퍼 올리려면 처음에는 물을 몇 바가지 부어주어야 한다. 그러면 이 물이 매개가 되어 지하수가 펌프관을 통해 올라오듯이 문화원도 초기단계(3~5년)에서는 부산시의 지원(연간 2억~3억원)이 이루어져야 하며 그 다음부터는 스스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야 한다. 

 

서부산 문화 취약지 해소 차원에서 官 예산지원책도 절실

 

사하구는 동부산권에 비하여 경제적으로 부유한 계층이 적고 문화활동에 접할 수 있는 기회도 많지 않기 때문에 구민들이 자발적으로 기부금, 찬조금, 회비 등을 낼 수 있는 계층이 두텁지 못하다. 따라서 부산시는 문화적 취약지역을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이 문제를 접근해야 할 것이다.

 

또한 사하문화원의 설립 취지와 계획이 사하구와 부산시를 설득할 수 있을 만큼 치밀하고 획기적인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실현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또한 3~5년 후에는 경제적인 자립이 가능하다는 것이 문화기획과 예술경영 관점에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야만 지방의회와 지방행정관청을 설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은 문화예술의 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경제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 최덕규 동아대학교 경영학과·음악문화학과(예술경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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