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기대 속에 출범했던 사하문화원이 최근 실무책임자인 사무국장이 운영상의 문제를 제기하며 사표를 내는 등 개원 두 달 만에 파행 운영되고 있다.
현재 사하문화원과 사하구는 후임 사무국장을 물색하고 있는데 퇴임공무원이 거론됐다는 뒷말이 나오면서 초대 사무국장으로 문화예술계 인사를 영입하는 등 의욕적으로 출발한 사하문화원이 자칫 당초의 취지나 방향을 잃지 않을까 하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관련기사 “사하문화의 꽃을 피우겠다.”(2011년 10월14일)
사하문화원은 김모 사무국장이 지난 달 말 제출한 사표를 15일자로 수리하고 현재 사하구와 함께 후임 사무국장을 물색 중이다.
김 사무국장은 사하문화원이 사하구를 역동적인 문화의 도시로 만들겠다며 공개채용을 통해 영입한 문화예술계 전문가로 지난 10월1일부터 근무해 왔다.
문제가 불거진 것은 김 사무국장이 지난 11월 하순 실무책임자로서 사하문화원의 향후 발전 방향과 함께 운영상의 문제점 등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제안서를 최모 문화원장에게 제출했으며, 이에 대한 답변을 받지 못하자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일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고 1주일여 뒤 사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김 사무국장은 이 제안서에서 현재 사하문화원을 이끌어 나가고 있는 이사회에 문화예술계 인사가 1명도 포함돼 있지 않다며 앞으로 문화원이 추진해야 할 사업을 발굴하고 논의하는 등 실질적인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관련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를 조직할 것과, 문화원과 파트너십을 구축해 함께 사업을 해나갈 수 있는 가칭 사하문화예술단체협의회를 구성할 것을 요청했다.
또 문화원의 고유 업무를 위해 해당 분야 전문가를 사무국장으로 채용한 만큼 전문성과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며 사무국장의 역할이나 임무를 문화원장의 수행비서 정도로 인식한다거나, 조직 내부를 상명하복의 수직적인 관계로만 보는 현재의 보고 및 결제시스템에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무국장은 “문화예술 전문가 중심의 운영위원회나 사하문화예술단체협의회 구성은 사하문화원이 허울뿐인 문화원으로서가 아니라 당초 취지대로 ‘일하는 문화원’으로서 역할을 하기 위한 일종의 ‘싱크탱크’로서 반드시, 그리고 시급히 필요한 것이고, 제안서를 내기 이전부터 문화원장에게 필요성을 주장하며 건의를 해왔던 것”이라고 말하면서 “이번 제안서에 대해서도 답이 없는 것을 보고 굳이 내가 이 자리에 있어야 할 이유도, 역할도 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고 사표를 낸 이유를 밝혔다.
이어 “처음 제안했을 당시 ‘그런 것을 만들어 놓으면 괜히 돈 달라고만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하면서 “문화원을 만들어놓고 앞으로의 문화원의 사업을 위해 반드시 도움을 받아야 할 문화예술계 인사들에 대해 그런 부정적인 인식부터 하고 있는 것을 보고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또 “사무국이 엄연히 존재함에도 문화원장이 바쁘다는 이유로 초창기에는 통장과 영수증 등을 문화원장의 회사에서 관리하면서 소소한 것까지 그곳에서 결재 받고 그곳에서 지출했다. 뿐만 아니라 문화원을 친목단체 정도로 생각하는 분위기나 사무국장이 문화원의 업무보다는 문화원장의 수행비서 역할 등 임원진의 의전(儀典)에 더 신경을 써야하는 분위기도 솔직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전문가를 뽑았으면, 그 전문성을 드러낼 수 있도록 유도하고 배려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 사무국장의 이런 주장과 관련한 인터뷰 요청에 대해 최 문화원장은 “다음에 이야기하자.”고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으며, 사하구의 한 관계자는 오히려 사무국장의 과다한 지출과 행정적인 업무처리 능력에 문제가 있음을 내비췄다.
사하구의 한 관계자는 “사하문화원이 을숙도문화회관 내에 사무실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업무를 맡은 사무국장이 내부 인테리어와 사무실 집기, 빔 프로젝트 구입 등에 4천여만원이나 쓰는 등 당초 예산을 크게 초과했다. 이 때문에 문화원장이 개인적으로 500만원을 내놓은 것으로 안다. 이 과정에서 사무국장이 질책도 받았다고 들었다.” 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사무국장이 문화예술 전문가로서는 능력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조직 관리나 회계 관리 등 행정적인 업무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등 문제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하면서 “사무국장의 사표는 자신의 업무능력 부족에서 오는 개인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라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김 사무국장은 “사무실 인테리어 비용 등이 당초 예상보다 초과한 것은 사실이다. 사무실을 마련하는 김에 한꺼번에 하는 것이 오히려 비용이 절감된다고 해서 한 것이며, 실제 공사비도 시세보다 훨씬 적게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내용들은 중간중간에 문화원장에게 보고하고 결재를 받아 이루어진 것인데 갑자기 예산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문화원 관계자도 “공사비 문제와 관련해서 문화원장과 사무국장 간에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그러나 사무국장이 공사과정에서 독단적으로 하지 않았으며, 내부 관계자들과 의논해서 결정하고 실행한 것으로 안다. 과정은 보지 않고 결과만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현재 사하문화원은 실무책임자인 사무국장이 사표를 낸 뒤 한 달 가까이 공석이 되면서 여직원 1명만 자리를 지키는 등 파행 운영되고 있는 상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전국에서 가장 늦게 개원했지만 사하구의 적극적인 지원 약속 속에 의욕적으로 출발한 사하문화원이 이로 인해 자칫 취지나 방향을 잃고 유명무실한 문화원들 가운데 하나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사하문화원과 사하구는 현재 후임 사무국장을 물색하고 있는데 전 사무국장의 행정적인 업무능력에 대한 문제가 나오면서 행정력을 갖춘 퇴임 공무원이 거론됐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와 이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문화원의 한 관계자는 “사하문화원의 개원 취지나 역할을 생각해볼 때 후임 사무국장에 퇴임 공무원을 거론한다는 인식 자체가 문제다. 특히 문화원장이 기업인으로 후원자 역할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 실무책임자인 사무국장이 누가 되느냐 하는 것은 앞으로의 문화원의 방향과 직결되는 것이다. 누구를 뽑더라도 사무국장은 문화예술에 대한 마인드가 있는 전문가가 돼야지 행정능력을 우선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문화원은 문화적인 마인드로 접근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이사회는 기업인 위주로 돼 있다. 지역의 기업인들이 사하구의 문화예술의 발전을 위해 출연금을 내놓는 등 사하문화원 설립에 크게 기여한 점은 높이 평가할 일이다. 하지만 순수한 마음으로 후원하고 지원하는 세력으로 존재할 때 그 가치가 더욱 더 빛을 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사하문화원은 사하구에서 1억원, 기업인 중심의 민간인으로 구성된 이사 등 임원진이 1억3천만원 등 총 2억3천만원의 기금으로 지난 10월14일 출범했으며, 전국적으로는 229번째(지방문화원 설립 가능지역 234개소), 부산에서는 14번째로 설립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