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우리 우리 설날에는

浩溪 金昌旭 2012. 1. 20. 11:28

최종편집
2012-01-20 오전 11:10:00


 

<칼럼>

 

우리 우리 설날에는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윤극영(尹克榮) 선생의 ‘설날’이 만들어진 때가 1924년이니, 어림잡아 100년 전의 노래다. 이미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불러왔고, 이제는 나와 내 자식들이 부르고 있다. 새삼 노래의 강한 생명력을 확인하게 한다.

 

   설날이 내일모레로 성큼 다가섰다. 색동옷 입고, 널뛰는 풍경이 아련히 떠오른다. 세뱃돈이 그리운 아이들은 벌써부터 마음이 바빠졌다. 바쁜 마음은 어른도 마찬가지다. 연휴동안 모처럼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고, 오랜만에 가족·친척을 만날 수 있으며, 레저나 가족여행을 즐길 수 있는 기대감 때문이다.

 

 

계속된 경기침체 속 즐거워야 할 설날이 두려운 날로

 

 

   그러나 설이 다가오면서 반가움이나 설렘보다 오히려 무서움과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더 많아 보인다. 아예 설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돈 걱정이 마음을 짓누르는 까닭이다. 차례비용, 선물구입비, 용돈, 세뱃돈 등 온통 돈 걱정 투성이다. 최근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921명을 대상으로 한 ‘설날 연휴 금전적 지출 부담’ 조사에서도 74.3%가 ‘부담을 느낀다’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즐거워야 할 ‘민족 최대 명절’은 왜 우리에게 이 같은 부담감만 안겨주는가? 경기침체에 따른 실질소득 감소를 우선 그 원인으로 지목할 수 있겠다. 그리고 경기침체의 요인은 원유가 등 외부변수에 따른 물가상승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뿐일까? 오히려 정부정책의 실패와 같은 내부변수가 더 큰 이유는 아닐까?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이명박 정부는 ‘잃어버린 10년’을 외치며 집권했다. 흠결 투성이에도 불구하고, 잘 먹고 잘 살게 해 주겠다는 달콤한 말에 너도 나도 몰표를 던졌고, 그래서 압도적인 표차로 정권을 장악했던 터다. 그러나 정권 초기 이른바 ‘강부자’, ‘고소영’ 논란부터 줄곧 국민 대다수의 뜻에 반하는 정책만 펴 왔다. 99% 국민의 이익 대신 1%의 재벌과 특권층의 이익을 위한 정책들이 그렇게 보이게 한다. 게다가 미국산 쇠고기 문제, 4대강 파괴, 한미 FTA 날치기 처리 등은 마땅히 지켜주어야 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정부가 앞장서서 방기한 사례가 아닐 수 없다. 

 

 

모두가 설레는 설날 되찾아줄 총선·대선 만들어야 

 

 

   그 결과 청년실업자와 비정규직 양산, 자영업 도산 등 서민경제가 파탄 지경에 이르렀고, 노인·장애인 등 서민복지는 축소되었다. 반면에 청와대·국회의원·국세청·지자체 등의 무법적 비리, 판사·검사·변호사 등의 탈법과 부정, 언론계·재계·학계 등의 관행적 부패는 갈수록 늘어났다. 공동체의 기초가 되는 도덕성이 무너지고, 신뢰는 땅바닥에 떨어졌다. 

 

   올해는 총선과 대선이 잇따라 치러진다. 우리 동네에서도 각 당의 총선 예비후보들이 앞 다투어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이번 설날에는 새하얀 떡국을 들자. 떡국을 들면서 두려운 설날을 설레는 설날로 되돌릴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이야기해 보자. 그리고 4월과 12월을 손꼽아 기다리자.

 

 

/김창욱 (http://blog.daum.net/kcw660924/)

 

 

 

 


                                                                

 

 

· 음악평론가. 부산음악협회 부회장. 한국예술문화비평가협회 이사.

· 부산음악협회 제29회 부산음악상 수상(2004).

· 저서 ‘부산음악의 지평’, ‘나는 이렇게 들었다’, ‘홍난파 음악연구’, '청중의 발견' 등.

 

사하인터넷뉴스(forsaha@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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