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 2013. 03. 19 (27)
[기고] 새 문법의 시민오케스트라 운동
어느 나라든 연주가가 개인 활동만으로 생활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되는 것은 극히 어렵다. 그래서 오케스트라의 대부분이 국가나 지자체가 지원하는 공적인 성격을 띤다. 물론 공적 지원만 하면 나태해질 수 있는 어려움 때문에 100%를 지원하지 않고 재정의 일정 비율을 지원하거나 법인화를 통해 자생력을 높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공공 지원만으로 음악 세계가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음악의 수요, 공급에 더 많은 음악과 음악가의 존재가 필요하고 표현을 계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오케스트라는 '사업이다', '경영이다' 란 수식어가 붙을 만큼 운영이 쉽지 않다. 아무리 경영을 잘한다 해도 티켓을 팔아서 단원의 처우를 책임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국 나라의 오케스트라 운영은 그 실정마다 다르다.
그런데 이번엔 새로운 발상의 오케스트라가 탄생했다. 지난 9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창립기념음악회를 가짐으로써 첫 발을 내딛은 부산시민오케스트라다. 그 정체성을 시민에 뿌리를 두고 있는 오케스트라는 전국적으로 처음이다.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이를테면 시민이 주주가 되는, 시민이 주인의식을 갖는 오케스트라를 통해 부산이 국제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는데 취약한 클래식 문화를 살리려는 의도가 분명할 것이다.
어떤 경우든 공짜로 즐기는 문화는 깊이가 없다. 그래서 어떤 애호가 한 분은 공짜로 표를 준다해도 거부하는 것을 보았다. 내가 이 좋은 기회에 돈을 주고 봐야 깊이 내 것이 되는데 그 몇 푼 때문에 무료 감상을 하면 정말 좋은 것을 놓친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에 앞서 그 가치와 존귀함을 느끼게 하려는 운동이 이번 시민오케스트라 운동이란 점에서 평론가와 문화의식이 있는 분들이 주도하는 이 운동이 성공사례를 만들어 주기 바란다.
동네 약국이나 주변 음식점 등 작은 정성을 모으는 일도 시민오케스트라 일원이 할 수 있는 일이다. 훈훈함과 따뜻한 정성이 모여서 울리는 오케스트라 화음은 더 감동이 있다.
최근 코레일 오케스트라의 투어 연주를 보았다. 시민오케스트라가 부산에서만 활동하라는 법이 없다. 소년원 오케스트라로 부산의 관심을 끌었듯 도시브랜드 마케팅을 위해 전국 투어할 수 있을 것이다.
창조경제를 살리는 도시 기관차 역할을 한다면 지역 경제도 살릴 수 있지 않을까. 더 많은 사람들이 오케스트라로 가랑비에 옷 젖듯이 예술을 사랑하는 기회가 될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내가 가꾼다는 의미의 시민오케스트라는 신선한 운동이다.
원래 서양에서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운동'도 애호가들이 참여해 만든 것이 원조인 만큼 명칭이 시민으로 바뀌었을 뿐 운영 주체가 동호인이다. 사랑해야 후원의 마음이 생기는 것이고 사랑하려면 자주 만나 미운 정 고운 정이 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관객이 탄탄하게 확보된 유럽이나 선진국과 달리 우리 현실에서 고정관객이 너무 약하다. 시민오케스트라가 관객층을 두텁게 하고 차별화된 프로그램으로 성공한다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낼 것으로 보인다. 이미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부산국제영화제에 오케스트라가 새로운 문법을 구축한다면 이 또한 블루오션 시장을 형성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언제일까, 시민오케스트라의 다음 콘서트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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