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05. 20 (27)
김창욱
음악평론가·음악풍경 기획위원장
[기고] 부산시향 500회, 그 역사적 의미
부산시향이 500회 정기연주회를 열었다. 지난 13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였다. '찬연한 음악, 500회를 흐른다'라는 타이틀로 무대를 장식한 이번 연주회는 창단 이래 부산시향의 궤적을 떠올릴 수 있었다는 점에서 새삼 뜻 깊은 무대였다.
이날 부산시향은 쇼스타코비치의 '축전서곡'(작품 96)을 비롯해서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작품 47)과 그의 '교향곡' 제2번(작품 43)을 잇따라 무대에 올렸다.
'축전서곡'은 금관악기의 빛나는 금속성, 관현악의 충만한 음향, 활달한 리듬감이 두드러졌다. 이어 연주된 '바이올린 협주곡'은 환상적인 선율과 풍부한 관현악 색채가 돋보이는 작품. 협연자로 나선 젊은 비르투오소 신지아는 부드럽고 세련된 고음, 안정된 중·저음을 선보였고, 섬세하고 재기발랄한 테크닉을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제2번은 단연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장대하고 웅장한 관현악법과 변화무쌍한 다이내믹은 500회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충분했다.
부산시향의 오늘이 있기까지는 실로 길고 오랜 시간이 흘렀다. 1962년에 창립되었으니, 어언 반세기를 지나온 셈이다. 초창기 2관 편성 50~60명이었던 부산시향은 이후 3관 편성 80~90명으로 확대되었고, 그것은 다양하고 폭넓은 레퍼토리와 풍부한 음향효과를 창출해 내는 토대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연주공간의 변화도 괄목할 만하다. 전문 연주공간이 없어 극장·강당·체육관을 떠돌던 부산시향이 겨우 자리를 잡은 것은 1973년 부산시민회관이 생기면서부터였다. 나아가 1988년 부산문화회관의 개관은 부산시향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로 발돋움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그동안 부산시향은 내·외국인 지휘자들이 두루 거쳐갔다. 초대 지휘자 오태균에 이어 한병함·이기홍·박종혁·곽승, 고렌슈타인·킨·차브다르스키·아니시모프가 그러하다. 특히 1989년에 취임한 첫 외국인 지휘자 마크 고렌슈타인은 극히 짧은 기간에 부산시향의 연주력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 그런 까닭에, 이듬해 부산시향은 첫 서울연주회에서 현지 평론가들로부터 "서울악단에 일격", "부산시향의 쿠데타" 등의 아낌없는 찬사를 온몸으로 받았다.
그로부터 18년 후 부산시향은 또 한 번의 걸출한 지휘자를 맞게 되었다. 중국 출신의 지휘자 리 신차오(李心草)가 바로 그다. 부산시향 역사상 첫 30대 지휘자로 영입된 그는 올해 40대 초반의 젊은 마에스트로다. 폭넓은 레퍼토리, 게다가 탁월한 악곡 해석력을 겸비한 그에게 거는 시민들의 기대는 어느 때보다 크다. 이날 기념연주회는 부산시향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팡파르였다는 점에서 한결 빛을 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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