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2. 11 (16면)
부산문화회관 '불협화음' 언제까지
"비정상의 정상화 너무 어려워" - "교감 없이 막무가내로 밀어붙여"
▲ 부산문화회관에서도 예술과 행정의 갈등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 사진은 부산시향 연주회 모습. 부산일보DB
서울시향의 정명훈 예술감독과 박현정 대표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음악계는 이번 사태를 평행선을 달리며 마주칠 것 같지 않은 '예술과 경영'의 본원적인 삐끗거림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보고 있다. 부산시향은 '행정'간의 마찰이 더 크다는 차원에서 서울시향과 본질이 약간 다르다. 하지만 부산시향에서도 박성택 신임 개방형 관장과 수석지휘자 리신차오, 그리고 기존 일부 행정 인력들 사이의 마찰이 그치지를 않고 있다.
박성택 첫 개방형 관장 임명 후
기존 조직·행정 계속 엇박자
예술단체 "포용·소통 부족"
최근 서울시향 사태와 닮은 꼴
부산음악계는 이러한 상황에서는 시향 연주력이 향상되기 어렵다며 우려의 시선을 던진다. 질 높은 연주회를 보고 싶어 하는 시민들과 부산문화회관을 사용하는 음악인들에게 결국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온다는 것이다. 한 음악인은 "관장으로부터 괜찮다는 허락을 받은 후 담당자에게 얘기하면 잘 모르는 이야기"라는 말이 곧잘 돌아왔다고 설명한다. 그동안 부산문화회관 관장은 시청 공무원들이 줄곧 맡아 왔다. 그러다가 부산시는 작년에 공모를 통해 박성택 관장을 첫 개방형 관장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박 관장은 기존 조직과의 충분한 교감 없이, 의욕만 가지고 조직 문화를 바꾸려다 기존 집단의 반발에 맞닥뜨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 관장은 "현재 상태로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비정상을 정상화시키는 것마저 어려운데 개혁은 언감생심이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기존 조직 일부가 박 관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다. 한 행정직 직원은 "그간 열심히 일을 해 왔는데도, 신임 관장이 기존 방식을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일부 직원을 마치 '적'으로만 대한다"라며 불만을 표시한다. "잘못이 있으면 내부에서 머리를 맞대 해결하려 하지 않고 외부에만 의존하려고 한다. 관장의 포용력, 통솔력, 그리고 소통력 부족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라며 내부 상황을 전한다. 음악평론가 김창욱 씨는 "'진공 속의 비둘기'라는 이야기가 있다. 비둘기가 공기 저항을 느끼자 진공 상태에서 편하게 날려고 하지만 결국 그 비둘기는 날지 못했다는 뜻이다. 신임 관장은 이를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많은 예술인은 시립예술단의 공적 역할을 이제 다시 상기하고 그것을 마음에 꼭 담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들은 이번 사태에서 양쪽 모두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한다. 박 관장은 기존 조직이 해 온 역할과 공로를 통째로 무시하지 말고 포용하는 '경청의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 조직도 관장이 리더인 만큼 추구하려는 방향을 이해하고, 시립예술단과 부산문화회관을 관장과 함께 발전시키려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산시 역시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부산시 문화관광체육국 이근주 과장은 "양쪽 다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못한 것 같다. 사태를 더 파악해 중재할 것은 중재하고, 시정할 것은 시정하겠다"고 말했다. 예술과 행정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시향과 시립예술단이 시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곳으로 승화돼야 한다는 게 많은 예술인의 바람이다.
박태성 선임기자 pt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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