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 2015. 08. 14 (20)
'지역 문화의 실핏줄' 그냥 내버려 두나?
부산 지역에 최근 다양한 형태의 소규모 복합문화공간들이 생기면서 풀뿌리 지역문화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주민들은 지척에서 문화를 누리며 이들이 미래의 문화애호가로 이어지는 소중한 공간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들 공간을 운영하는 대표의 순수한 사명감과 열정에 경영을 맡기기에는 운영비가 너무 벅찬 현실이다. 따라서 부산문화재단과 해당 자치구에서 소규모 복합문화공간들에 대한 지원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부산 소규모 복합문화공간
대다수 운영난, 휴관 사례도
문화재단·지자체 지원 외면
"풀뿌리 공간 살릴 대책을"
부산의 대표적인 복합문화공간들로, 음악풍경(사하구 괴정동·대표 강병열), 스페이스 움(동래구 명륜동·대표 김은숙), 무지크 바움(연제구 거제동·대표 강경옥), 토리스(금정구 구서동·대표 김판수), 서면 소민아트센터(관장 정영석)를 들 수 있다.
하지만 이들 복합문화공간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음악풍경의 경우, 경영이 어려워 현재 강연과 세미나 공간으로만 활용하고, 서면 소민아트센터로의 진출을 신중히 모색하고 있다. 최근 주목할만한 200회 목요음악회를 성황리에 마친 스페이스 움 역시 현재 휴관 상태에 놓여 있다. 좋은 입지적 조건을 갖춘 소민아트센터는 올해 개관 1주년을 맞아 클래식음악의 대중화를 위해 새로운 운영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무지크 바움 강경옥 대표는 "운영이 어렵지만 음악이 너무 좋아 개인적인 열정으로 꾸려 가고 있다"라며 "외부에서 조금의 지원이라도 있다면 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음악평론가 김원명 교수는 "복합문화공간들은 소규모 공간의 특성을 잘 살려 연주자가 관객들과 직접 소통하며 교감하고 있다"라며 "대규모 공연장에서 기획하기 어려운 기동성으로 인해 음악을 마음 깊숙히 느끼게 하는 매력적인 공간들"이라며 존재 가치를 강조한다.
그런데도 부산문화재단은 예술인의 창조적인 행위가 아니라는 이유로 지역 복합문화공간들에 대한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 구청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 복합문화공간 대표는 "구청이 주민 예술 향유 차원에서 강사비 정도를 지원했던 프로그램마저도 폐지하는 경우도 있다"라며 "한자와 컴퓨터 자격증과 같이 수치로 계산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예산을 집중적으로 배정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운영상 어려움을 호소한다.
작곡가 박원일 씨는 "음악 공급과 수요의 실핏줄 역할을 하고 있는 이들 공간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라며 "필요한 예산을 우선 지원하고 사후평가제를 실시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복합문화공간들 역시 공간협의회 같은 것을 조직해 출연진과 프로그램을 교류하는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많은 음악인들은 "대규모 프로젝트도 좋지만 작은 복합문화공간들의 에너지 넘친 분자 운동을 주목하고 지원할 때 부산의 문화는 더 활기차게 될 것"이라고 한결같이 말한다.
박태성 선임기자 pt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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