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문화

다시 읽기: 목사님의 금일봉

浩溪 金昌旭 2017. 5. 19. 08:28

       

김창욱의 '음악의 날개 위에'

단원들에게도 은혜와 축복을 내려주시길!

국제신문 2006. 7. 24

 

 

 

음악평론가

 

자고로 서양음악은 교회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음악은 '하나님'의 창조물일 뿐만 아니라, 그 분을 기쁘게 하고 그 분에 대한 찬양을 아름답게 만들며, 복된 자(신자)들의 기쁨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5~6년 전 어느 날 저녁, 부산 구서동 두실의 한 교회에서 음악예배가 열렸다. 초청된 악단은 부산스트링스챔버오케스트라(단장 정성철, 인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전신). 음악예배에는 그 교회 신자와 목회자는 물론 이를 축하해 주기 위해서 먼 걸음을 한 다수의 부산·경남지역 목회자들도 참여했다. 다행히 행사는 매우 성공적으로 끝났고, 참관자들의 만면에는 희색이 그득했다.

 

그 중 목사님 한 분이 조심스레 단장을 찾았다. 그는 자신을 양산의 어느 시골교회 목회자라고 소개했다.

 

"오늘 연주는 너무나 감동적이었습니다. 음악으로 이처럼 충만한 은혜를 받기는 처음입니다. 언제 저희 교회에 와서 우리 형제 자매들에게도 이런 은혜를 베풀어 주시면 더없이 고맙겠습니다."

 

목사님의 간청은 정중하고도 완곡했다. 단장은 목사님의 연주의뢰를 흔쾌히 수락했다.

 

"그런데 악단 사례비는 어느 정도 준비하면 될까요?" 목사님이 말했다.

 

"교회라 많이는 받지 못하겠습니다만, 그래도 일당 5만 원 정도는..." 단장이 말했다.

 

단장은 26명으로 구성된 악단을 이끌고, 모월 모일 모시에 양산의 그 교회를 찾아가기로 약속했다.

 

연주당일, 교회 입구에는 커다란 플래카드가 바람결에 나부꼈고, 거기에는 '대환영 부산스트링스챔버오케스트라 초청 음악예배'라는 글귀가 큼지막하게 씌어져 있었다. 단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가슴이 벙긋 부풀어 올랐다.

 

마침내 연주시간이 되었다. 제각각 악기를 꺼내들고 자리를 잡았다. 음악이 연주되자, 객석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특히 신청곡을 받아서 즉흥적으로 연주한 오케스트라 편곡 찬송가는 신자들의 열광적인 반향을 이끌어 내기에 충분했다.

 

연주회가 끝난 뒤 교회는 성대한 리셉션을 마련해 주었다. 목사님이 좌중을 살피며 인사말을 전했다.

 

"오늘 우리는 감동적인 음악으로 하나님의 축복과 은혜를 받았습니다. 수고해 주신 여러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신자들의 열렬한 박수와 환호가 터져나왔다. 이윽고 목사님이 흰색 봉투를 꺼내 단장에게 건네면서 말했다.

 

"사례가 적습니다만, 우리 교회의 정성입니다. 받아 주십시오."

 

그런데 단장이 받아 든 봉투의 촉감이 왠지 얇고 가벼웠다. 의아한 마음이 들었으나, 다음 순간 그런 마음이 깡그리 사라졌다.

 

', 목사님께서 사례비를 수표로 주시는구나.'

 

교회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돌아오는 길은 유쾌했다. 두엄더미의 내음새도 오히려 향긋했다.

 

이제 목사님께서 주신 봉투를 개봉할 때가 왔다. 단원들의 눈빛이 잠시 빛났다. 은혜 받은 형제자매가 많았기 때문에 목사님께서 한 장 더 넣었을지도 모른다. 잠깐 침묵이 흐르는 사이, 침을 꿀꺽 삼키는 사이 마침내 봉투가 입을 벌렸다.

 

그런데 이럴 수가! 그 속에는 1만 원짜리 5장 만이 옹송거리며 떨고 있는 게 아닌가. 모두들 망연자실할 밖에 딴 도리가 없었다.

 

물론 그것은 '일당 5만 원'을 이해하는 방식이 서로 달라서 생긴 일이었지만, 금일봉을 전하며 사례가 적다던 목사님의 말씀은 결코 허투로 들을 의례적인 이야기가 아니었던 셈이고, 덕분에 악단은 자장면 한 그릇 값도 안되는 염가(정확히는 단원 1인당 1923)로 교회 사람들에게 은혜와 축복을 한 아름 가득 안겨 준 셈이 되었다.

 

그렇지만, 목사님! 우리 음악하는 사람들도 먹고 살아야 하거든요. 다음부터는 저희 어린 양들에게도 은혜와 축복 꼭 좀 내려 주시면 안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