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면 | 입력시간: 2003-05-1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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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토론] 부산 창작음악의 풍경 - 안일웅 작곡발표회를 보고 |
'혼 담긴 창작만이 관객 혼 사로잡아' |
작곡발표회 치고는 이례적으로 관객이 많았다. 지난 14일 오후 7시 30분 부산문화회관 소극장에서 바람소리와 새소리,물소리의 음향 효과로 막을 올린 안일웅의 '흰색삶의 송가1' 작곡발표회. 연주회가 끝난 뒤 한 관객은 '음악회 중 천상을 경험했노라'고 거침없이 이야기한다. 이런 감동을 그대로 안고 따끈따끈한 뒷풀이를 가졌다.
<토론 참석자 >
안일웅 작곡가·동아대 초빙교수
이창룡 바리톤·동아대 교수
김효성 음악감상실 '마술피리' 운영
조영석 필하모니동호회 회장
김창욱 음악평론가·동의대 강사
<일시 장소>
14일 오후 9시 30분 필하모니 레스토랑
# 음악회... 전통음악 현대화 인상적
△안일웅=이렇게 관객이 많이 들지 몰랐어요. 소극장이 246석인데 입장객이 300명을 넘었데요. 이런 추세라면 2005년 독일서 연주할 때도 국위선양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이날 작품도 일반 관객이 이해하기엔 만만찮은 작품이었다. 비록 소리를 넘어선 소리들,예를 들어 한복과 양복을 잇대 만든 야누스 의상을 입은 행위예술가가 화투패와 성경을 번갈아 드는 행위예술들이 음악적 작업을 보다 선명하게 했지만 말이다. 객석의 말을 들어보자)
△김창욱=상여소리라든가 다양한 타악소리,태평소나 대금에서 볼 수 있는 농현의 효과를 보여줬던 클라리넷 연주 등 전통음악의 현대화라는 점에서는 인상깊었어요.
△김효성=가사는 기독교적인데도 북을 치는 것은 불교적이기도 하고 조명이나 의상의 시각적인 즐거움도 있었어요.
그런데 성악은 너무 선율감을 살리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더군요. 또 시각적인 면이 청중을 압도했지만 왠지 캔버스에 그려야 할 유화를 화선지에 그린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따끔한 일침에 안일웅은 가슴 속에 그 말을 메모해 두겠다고 말했다)
# 현대음악... 기법 치중땐 청중과 거리
△조영석=이번 음악회을 보기 전엔 현대음악은 조성적이지 않은 음악이라고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조성음악에서 벗어나는 것도 이렇게 연출함으로써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지요.
(이야기는 난해한 현대음악이란 본론으로 접어들었다)
△이창룡=청중이 이해하지 못해도 불러야 할 의무가 있지 않을까요. 슈베르트의 가곡은 당시엔 오페라의 화려함에 밀려 환영받지 못하고 청중의 이해도 받지 못했지만 지금은 슈베르트가 예술가곡의 장르를 확립한 인물로 우뚝 서있지 않습니까.
△안일웅=작곡가들이 작곡기법에만 치중하니까 작품이 잘 불려지지 않고 청중과도 거리가 생기는 거죠. 다시 말해 작곡가가 시대적 기법에만 추종하려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그래야 관객과도 가까워지고 작가정신도 명확히 할 수 있을 겁니다.
△조영석=음악은 자연발생적이어야 합니다. 공부하듯이 표현해서는 감동을 줄 수 없다는 말이죠. 머리를 쓰지말고 마치 도 닦는 기분으로 하는 게 음악 아닐까요. 그럴 때 가슴깊은 감동을 상대방에게 줄 수 있을 겁니다.
△김효성=작곡가의 입장에서 볼 때 관객의 수준이 낮아 못따라 온다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세계적인 작곡가의 재생음악만 들어온 클래식 팬들은 아주 높은 식성과 귀를 갖고 있어요. 그래서 웬만한 시시한 음악을 들으면 곧잘 실망하게 됩니다.
△이창룡=청중들이 너무 수준높은 것만 요구해요. 대가의 음악회가 아니더라도 지역에서 열리는 음악회에 자주 찾아와 즐겼으면 합니다.
△김효성=미술에서도 스케치 능력을 갖춘 사람이 추상화를 그리면 욕을 하지 않습니다.
음악도 마찬가지겠죠. 예전에 어느 작곡발표회에 갔었는데 도대체 이게 무슨 현대음악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본이 되지 않으니까 저런 것 아닌가 혼자 생각하고 돌아왔어요. (이 지점에서 작곡가도 의외로 맞장구를 쳤다)
# 지역 창작계... 철학 부재 상태 극복해야
△안일웅=부산의 작곡계는 후진 정도가 아니라 빈사 상태예요. 왜 그러냐면 철학이 모자라서 그래요. 조성이냐 아니냐 이런 것만 자꾸 따지다 보니 전근대적이에요. 삶의 자세가 소시민적이고 속물이라서 그렇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루 세끼 밥 잘 먹을까 생각만 하는 거죠. 부산창작계가 빈사 상태를 벗어나려면 작가정신을 형성해야 해요. 하루 밥 한끼만 먹고도 작품을 만들수 있는 작가정신 말이죠. (안일웅은 철학이 없다는 부분을 몇 번이나 강조하며 작곡가들의 자성을 촉구했다. 그리고 점점 비판적인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안일웅=부산의 작곡단체에서도 그들이 지향하는 창작이념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 조금 아쉬워요.
△이창룡=그래도 이런 작곡단체들의 역할 때문에 창작계가 유지되는 것 아닐까요. 누가 옛날처럼 이상적인 예술적 동인으로 모일까요. 힘들지요.
△안일웅=그걸 속물이라고 하는 겁니다. 작가는 순수한 정신으로 해야지 실적을 쌓기 위해 해선 안되는 거죠. 부산창작단체도 물리적 만남에서 이념적 만남으로 탈바꿈해야 합니다.
△김창욱=대학 제도권을 중심으로 서구 최신 음악을 추종해 온 게 한국 음악계의 현실입니다. 서울이 그러니까 부산도 따라가고. 그래서 난해한 것이 당연한 것처럼 이해됐지요. 지금 부산 창작계도 남들이 알든 모르든 따라오라는 입장,아니면 손쉬운 3화음이나 일제시대에나 유행했을 법한 기법으로 대중과 친화하려는 쪽으로 나눠있다고 볼 수도 있어요.
△이창룡=창작곡이 어렵긴 하지만 연주자들이 좀 더 분발할 필요가 있어요. 창작발표회를 하면 연주자들이 그곳에서 연주하긴 하지만 그 뿐이죠. 연주자 자신의 음악회를 만들 때 부산의 창작곡도 같이 포함시켜야 연주자와 작곡가 모두 발전합니다. (마지막으로 토론을 정리하면서 참석자들은 주제에선 좀 벗어나지만 공통적인 아쉬움을 토로했다. 바로 부산문화회관 소극장의 음향 문제)
△이창룡=클라리넷은 바람소리도 묻어나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어요. 피아니스트도 소리가 울리지 않는 바람에 손가락이 아팠을 겁니다. 천장을 돔으로 만들든지 해야지….
△안일웅=소리가 돌지 않아서 혼쭐이 났어요. 이상헌기자 ttong@busanilbo.com
<토론 참석자 >
안일웅 작곡가·동아대 초빙교수
이창룡 바리톤·동아대 교수
김효성 음악감상실 '마술피리' 운영
조영석 필하모니동호회 회장
김창욱 음악평론가·동의대 강사
<일시 장소>
14일 오후 9시 30분 필하모니 레스토랑
# 음악회... 전통음악 현대화 인상적
△안일웅=이렇게 관객이 많이 들지 몰랐어요. 소극장이 246석인데 입장객이 300명을 넘었데요. 이런 추세라면 2005년 독일서 연주할 때도 국위선양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이날 작품도 일반 관객이 이해하기엔 만만찮은 작품이었다. 비록 소리를 넘어선 소리들,예를 들어 한복과 양복을 잇대 만든 야누스 의상을 입은 행위예술가가 화투패와 성경을 번갈아 드는 행위예술들이 음악적 작업을 보다 선명하게 했지만 말이다. 객석의 말을 들어보자)
△김창욱=상여소리라든가 다양한 타악소리,태평소나 대금에서 볼 수 있는 농현의 효과를 보여줬던 클라리넷 연주 등 전통음악의 현대화라는 점에서는 인상깊었어요.
△김효성=가사는 기독교적인데도 북을 치는 것은 불교적이기도 하고 조명이나 의상의 시각적인 즐거움도 있었어요.
그런데 성악은 너무 선율감을 살리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더군요. 또 시각적인 면이 청중을 압도했지만 왠지 캔버스에 그려야 할 유화를 화선지에 그린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따끔한 일침에 안일웅은 가슴 속에 그 말을 메모해 두겠다고 말했다)
# 현대음악... 기법 치중땐 청중과 거리
△조영석=이번 음악회을 보기 전엔 현대음악은 조성적이지 않은 음악이라고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조성음악에서 벗어나는 것도 이렇게 연출함으로써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지요.
(이야기는 난해한 현대음악이란 본론으로 접어들었다)
△이창룡=청중이 이해하지 못해도 불러야 할 의무가 있지 않을까요. 슈베르트의 가곡은 당시엔 오페라의 화려함에 밀려 환영받지 못하고 청중의 이해도 받지 못했지만 지금은 슈베르트가 예술가곡의 장르를 확립한 인물로 우뚝 서있지 않습니까.
△안일웅=작곡가들이 작곡기법에만 치중하니까 작품이 잘 불려지지 않고 청중과도 거리가 생기는 거죠. 다시 말해 작곡가가 시대적 기법에만 추종하려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그래야 관객과도 가까워지고 작가정신도 명확히 할 수 있을 겁니다.
△조영석=음악은 자연발생적이어야 합니다. 공부하듯이 표현해서는 감동을 줄 수 없다는 말이죠. 머리를 쓰지말고 마치 도 닦는 기분으로 하는 게 음악 아닐까요. 그럴 때 가슴깊은 감동을 상대방에게 줄 수 있을 겁니다.
△김효성=작곡가의 입장에서 볼 때 관객의 수준이 낮아 못따라 온다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세계적인 작곡가의 재생음악만 들어온 클래식 팬들은 아주 높은 식성과 귀를 갖고 있어요. 그래서 웬만한 시시한 음악을 들으면 곧잘 실망하게 됩니다.
△이창룡=청중들이 너무 수준높은 것만 요구해요. 대가의 음악회가 아니더라도 지역에서 열리는 음악회에 자주 찾아와 즐겼으면 합니다.
△김효성=미술에서도 스케치 능력을 갖춘 사람이 추상화를 그리면 욕을 하지 않습니다.
음악도 마찬가지겠죠. 예전에 어느 작곡발표회에 갔었는데 도대체 이게 무슨 현대음악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본이 되지 않으니까 저런 것 아닌가 혼자 생각하고 돌아왔어요. (이 지점에서 작곡가도 의외로 맞장구를 쳤다)
# 지역 창작계... 철학 부재 상태 극복해야
△안일웅=부산의 작곡계는 후진 정도가 아니라 빈사 상태예요. 왜 그러냐면 철학이 모자라서 그래요. 조성이냐 아니냐 이런 것만 자꾸 따지다 보니 전근대적이에요. 삶의 자세가 소시민적이고 속물이라서 그렇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루 세끼 밥 잘 먹을까 생각만 하는 거죠. 부산창작계가 빈사 상태를 벗어나려면 작가정신을 형성해야 해요. 하루 밥 한끼만 먹고도 작품을 만들수 있는 작가정신 말이죠. (안일웅은 철학이 없다는 부분을 몇 번이나 강조하며 작곡가들의 자성을 촉구했다. 그리고 점점 비판적인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안일웅=부산의 작곡단체에서도 그들이 지향하는 창작이념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 조금 아쉬워요.
△이창룡=그래도 이런 작곡단체들의 역할 때문에 창작계가 유지되는 것 아닐까요. 누가 옛날처럼 이상적인 예술적 동인으로 모일까요. 힘들지요.
△안일웅=그걸 속물이라고 하는 겁니다. 작가는 순수한 정신으로 해야지 실적을 쌓기 위해 해선 안되는 거죠. 부산창작단체도 물리적 만남에서 이념적 만남으로 탈바꿈해야 합니다.
△김창욱=대학 제도권을 중심으로 서구 최신 음악을 추종해 온 게 한국 음악계의 현실입니다. 서울이 그러니까 부산도 따라가고. 그래서 난해한 것이 당연한 것처럼 이해됐지요. 지금 부산 창작계도 남들이 알든 모르든 따라오라는 입장,아니면 손쉬운 3화음이나 일제시대에나 유행했을 법한 기법으로 대중과 친화하려는 쪽으로 나눠있다고 볼 수도 있어요.
△이창룡=창작곡이 어렵긴 하지만 연주자들이 좀 더 분발할 필요가 있어요. 창작발표회를 하면 연주자들이 그곳에서 연주하긴 하지만 그 뿐이죠. 연주자 자신의 음악회를 만들 때 부산의 창작곡도 같이 포함시켜야 연주자와 작곡가 모두 발전합니다. (마지막으로 토론을 정리하면서 참석자들은 주제에선 좀 벗어나지만 공통적인 아쉬움을 토로했다. 바로 부산문화회관 소극장의 음향 문제)
△이창룡=클라리넷은 바람소리도 묻어나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어요. 피아니스트도 소리가 울리지 않는 바람에 손가락이 아팠을 겁니다. 천장을 돔으로 만들든지 해야지….
△안일웅=소리가 돌지 않아서 혼쭐이 났어요. 이상헌기자 ttong@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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