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날들

만나면 헤어져야

浩溪 金昌旭 2018. 12. 25. 09:08


지난 일요일, 모처럼 원불교 유엔석포교당에 들렀다. 정기법회가 열리는 날이기도 했으나, 무엇보다 한때 석포교당을 담당하셨던 신자연 교무 선생님께서 마지막 법설을 하시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머물던 부산을 떠나 마침내 익산의 원불교 중앙총부로 들어가시게 된 것이다. 


중앙총부에는 퇴임한 교무님들의 정양소인 수도원이 있는데, 원로가 되어 그곳에 들어간다는 것은 교무로서의 삶은 물론, 인간 삶으로서의 마지막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교무님의 마지막 법설은 명징했고, 구도자로서의 흔들리지 않는 의지, 단호한 확신으로 충만했다. 


그러고 보니, 교무님과 맺은 인연도 어언 30년이나 된다. 교무님께서는 제대한 뒤 복학을 앞둔 나에게 통신공사 아르바이트 자리를 적극 주선해 주셨고, 어느 여성교도와 연(緣)을 맺어주려 데이트 비용이 담긴 하얀 봉투을 건네 주시기도 했다. 새삼 아득한 기억이다. 


더구나 연초에는 최정신 현 교무님도 다른 곳으로 가신단다. 낮이 가면 밤이 오고, 여름이 가면 겨울이 오듯 만나면 언젠가 헤어져야 하는 것[會者定離]이 엄연한 이치다. 만남과 헤어짐이 잦은 우리,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 수 있을까? 2018. 12. 25 들풀처럼


포토 바이 들풀처럼. 신자연 교무님의 유엔석포교당에서의 마지막 법설


포토 바이 강병열 님. 법회를 마치고. 앞줄 가운데의 왼쪽이 최정신 현 교무님, 오른쪽이 신자연 전 교무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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