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숙도에 울려퍼질 말러의 모든 교향곡
작은 오케스트라의 거대한 도전
『국제신문』 2017. 10. 30 (23)
최민정 기자 | mj@kookje.co.kr
- 을숙도문화회관 명품콘서트
- 부산로얄필과 손잡고 기획
- 내년 5월 18일 시작해 3년간
부산의 구 단위 문화회관과 민간 오케스트라가 '구스타프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에 도전해 화제가 되고 있다.
부산 을숙도문화회관과 말러 교향곡 전곡 시리즈에 도전하는 부산로얄필하모니오케스트라의 공연 모습. BRPO 제공
부산 사하구 을숙도문화회관과 부산로얄필하모니오케스트라(BRPO)는 내년 5월부터 3년간 클래식 기획 공연 '을숙도 명품 콘서트' 레퍼토리를 말러 교향곡으로 하고, 다음달 1일부터 참가 단원 100명을 모집한다고 30일 밝혔다.
을숙도문화회관이 2011년부터 시작한 정통 클래식 기획 공연 '명품 콘서트'를 BRPO와 함께 3년간 말러 교향곡 시리즈로 채우겠다는 것으로, 공공문예회관에서도 흔치 않은 레퍼토리다. 을숙도문화회관과 BRPO는 대극장 리모델링 공사가 끝나는 내년 5월 18일 말러 서거일에 첫 연주회를 시작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부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지휘자 10여 명을 영입하고 단원 100명을 공개 모집한다. 연주회마다 실황을 녹음해 CD로 발매할 계획이다.
구스타프 말러(1860~1911년)는 그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을 일컬어 '말러리안'이라 부를 정도로 인기 있는 작곡가 중 한 명이다. 그러나 대규모 악기 편성이 필요해 생전에 자주 연주되지 않았고, 반응도 좋지 못했다. 이후 악기와 무대, 녹음 기술이 발달하면서 "나의 시대가 오고야 말 것"이라고 예언한 말러의 말처럼 20세기 중반에는 말러의 곡이 크게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임헌정 지휘자와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정명훈 지휘자와 서울시립교향악단이 각각 1999년~2003년, 2011년~2012년 말러 전곡 시리즈를 선보여 주목받았다. 말러 교향곡은 대편성 오케스트라와 장시간 연습 시간이 필요해 민간 오케스트라가 말러 전곡 시리즈에 도전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말러 교향곡 8번의 경우 대규모 합창단까지 동원해야 해 '1000인 교향곡'이란 부제가 붙을 정도다. 을숙도문화회관 송필석 관장은 "부산 공연예술계에 좋은 자극을 주고, 전체 음악계가 활성화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을 하고자 했다"고 기획 취지를 설명했다.
BRPO는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에 참여할 정단원 60명과 객원 단원 40명을 공개 모집한다. 내년 3월부터 매년 8개월씩 3년 지속하는 조건이며, 주 2일 7시간 연습과 연주회가 있는 주에는 추가 연습을 하는 정단원에게 매달 기본 급여 30만 원을 지급하고, 연주회가 있는 달에만 연습에 참여하는 객원 단원에게 연주 수당 30만 원을 지급한다. BRPO 김일택 대표는 "지역 민간 오케스트라의 경우 3~4회 리허설을 한 뒤 단원에게 10~20만 원을 지급한다. 고정 급여를 주는 민간 오케스트라가 없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이 프로젝트가 음악인 일자리 창출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역 음악계는 이런 시도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정두환 음악평론가는 "구 단위 문화회관에서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라는 대형 프로젝트를 기획한 것은 국내 음악계에 좋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고정 급여 조건도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은 될 수 있으나 한 시리즈를 해낸 악단이 장기적으로 유지돼야 해당 악단의 수준이 지속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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