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오페라 '투란도트' 흥행 숨은 주역 김일택 T.I.F심포니오케스트라 대표
"모두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출연진 힘 모아 기적 이뤄 내"
[부산일보] 2014. 08. 02
모두 "불가능하다"고 고개를 저었다. 700석 규모의 을숙도문화회관이 대작 오페라 '투란도트'를 제작한다는 데 대한 반응이었다. '기적'이 일어났다. 지난달 25~26일 을숙도문화회관에서 열린 '투란도트'는 내용과 흥행에서 대성공을 기록했다.
을숙도문화회관과 상주단체인 T.I.F심포니오케스트라의 상호 협력이 이뤄 낸 결실이다. 이 가운데 '투란도트' 성공의 숨은 주역은 총제작을 맡은 T.I.F심포니오케스트라의 김일택(46) 대표다. 지난달 31일 그를 을숙도문화회관에서 만났다. 그는 "모든 출연진과 스태프가 고생해서 얻은 결과"라며 자신을 낮췄다. 공연 뒤 그의 체중은 8㎏이나 줄었다. 그만큼 심적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는 말이다.
공연 부담으로 체중 8kg 줄어
최대 난제는 정상급 성악가 섭외
'상업성보다 관객 우선' 진정성 호소
예산 한계에 인맥 활용 무용단 찾아
을숙도문화회관 브랜드 상승 기뻐
예술가·관객 이어 주는 역할 계속
■투란도트·칼라프 주역 섭외 산파역
'투란도트' 제작의 최대 난제는 주역인 투란도트와 칼라프를 맡을 성악가 섭외. 엄청난 성량과 고도의 표현 능력을 필요로 해 국내 정상급 성악가만이 소화할 수 있다. 김 대표는 공연 시기를 10월에서 비수기인 7월로 앞당겼다.
배우 섭외를 위한 포석이었다. 이소영 음악감독으로부터 투란도트 역에 소프라노 이화영과 김라희, 칼라프 역에 테너 박기천과 이정원을 추천받았다. 이화영과 박기천은 오래전부터 투란도트 주역의 대명사였다. 김라희와 이정원은 몇 년 새 투란도트 주역을 가장 많이 맡는 떠오르는 배우들.
김 대표는 6월 초부터 서울과 대구를 여러 차례 오가며 배우 섭외에 나섰다. 그는 "상업성에 급급하지 않고 관객을 위해 제대로 된 고품격 오페라를 서부산에서 선보이고 싶다"고 제작 취지를 전했다. 성악가들은 진정성이 깃든 그의 눈빛을 보고 출연을 흔쾌히 결정했다.
"김라희 선생님은 '투란도트' 역을 맡기로 한 지금부터 여자이기를 포기한다고 하셨어요. 한 달간 몸무게를 5~6㎏ 늘리겠다는 말이었어요. 다른 배역보다 3배 성량을 요구하는 투란도트 역에 충실하기 위해서였죠. 치열한 프로의식을 보여 주신 선생님이 큰 용기를 주셨어요."
주역 배우 섭외 사실이 알려지자 다들 반신반의했다. 출연진조차 놀랐다. 부산 음악계에도 입소문이 퍼졌다. 자연스럽게 '스타 마케팅' 효과가 일어났다. 공연 일주일 전에 표가 매진됐다.
김 대표는 "이번 공연을 통해 오케스트라의 연주력과 을숙도문화회관의 브랜드가 동반 상승해서 무엇보다 기쁘다"고 했다.
■출연진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아
총제작을 맡은 그의 역할은 모든 출연진이 원활하게 연습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는 것이었다.
그는 '팔길이 원칙'을 철저히 지켰다. 지원은 하되 간섭을 하지 않았다. 김봉미 지휘자, 김성경 연출가, 성악가, T.I.F심포니오케스트라, 부산오페라합창단, 센텀 어린이 합창단, JDC무용단이 각자 역할에 몰두할 수 있게 했다.
공연 준비 과정은 훈훈했다. 출연진이 공연 제작 취지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예산 제약으로 김밥을 먹으면서도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았다. 부산지역 출연진들은 정상급 주역 배우들과 함께 연기하는 것을 뿌듯해했다.
"T.I.F심포니와 자주 공연했던 김봉미 지휘자를 가장 먼저 섭외했어요. 김봉미 지휘자가 제대로 만들어 보자며 김성경 연출자를 추천했어요. 김성경 연출자는 예산 한계 속에서 인맥을 활용해 JDC무용단을 섭외했습니다. 모든 출연진이 좋은 작품을 만들겠다는 마음을 공유하면서 작업이 술술 풀렸습니다."
■최고 무대 만드는 윤활유 역할 하고 싶어
김 대표는 동의대 음악학과에서 트롬본을 전공했다. 민간 오케스트라에서 10년 넘게 연주활동을 했다. 연주자였던 그가 예술행정 분야로 전환하게 된 계기는 2006년 뉴프라임오케스트라 창단이었다. 당시 임준오 지휘자의 요청으로 그는 뉴프라임오케스트라 사무국장을 맡았다. 정부에 사회적기업으로 신청해 단원 85명의 인건비를 4년간 확보하는 결실을 거뒀다.
"사무국장으로 활동하면서 예술경영을 제대로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술가들을 위한 지원제도와 행정 절차를 잘 알아야 권리를 찾을 수 있죠."
그는 2008년부터 동의대 공연예술경영학 석·박사 과정을 밟았다. 2010년엔 은사인 동의대 김현종 교수로부터 신세기교향악단을 물려받았다. 김 대표는 신세기교향악단과 자신이 2010년부터 책임자로 있었던 T.I.F윈드오케스트라를 통합해 전문예술법인인 T.I.F심포니오케스트라를 만들었다.
T.I.F심포니오케스트라는 지난 3월 을숙도문화회관의 상주단체가 됐다. 을숙도 명품콘서트 연주를 비롯해 연 100회가량 무대에 선다. 민간 오케스트라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셈이다.
"늘 단원들의 요구 사항을 들어주지 못해 마음이 아픕니다. 저의 바람은 단원들이 안정된 자리에서 연주에 충실히 하는 것입니다. 서울처럼 부산에서도 구립오케스트라가 탄생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번 공연에서 온 힘을 다해 실력을 발휘한 단원들에게 무엇보다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는 "공연장에서 일하며 예술가와 관객을 이어 주는 매개 역할에 충실하고 싶다"고 말한다. "공연 예술은 스타마케팅을 제외하곤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관객들이 공연 예술을 보존한다는 마음으로 공연장을 자주 찾아 주셨으면 좋겠어요."
인터뷰를 마치자 그는 치열한 삶의 터전인 무대를 향해 다시 뛰어갔다. 그가 부산 공연계를 위해 앞으로 어떤 윤활유 역할을 할지 궁금해진다.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삶과 문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보공개 재청구 (0) | 2020.09.08 |
---|---|
사하구 정보공개청구 결과 (0) | 2020.08.26 |
표절교수, 그 이후 (0) | 2020.08.14 |
[추억기사-4] 을숙도에서의 추억 (0) | 2020.08.14 |
[추억기사-3] 을숙도에서의 추억 (0) | 2020.08.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