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저변 확대로 순수예술인 일자리 창출 기대”
부산로얄필하모니 김일택 대표
[국제신문] 2017. 07. 18 (29)
최민정 기자 mj@kookje.co.kr
- 투란도트 맥베스 등 제작
- 성악가 찾기 힘들지만 보람
- 공연 성공은 음악에 달려있어
- 창작극 ‘윤흥신’ 제작 도전
- 21, 22일 을숙도회관서 공연
“제작자인 제가 지휘자, 테너, 소프라노 등을 감동시키면 그분들은 부산 관객을 감동시키죠. 적은 예산이지만 최고의 연주자들을 감동시키려 무척 노력하면서 모셔왔어요. 달리 보면 담당자의 ‘열정페이’지만, 진심을 전달하는 일이기도 해요.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요.”
부산로얄필하모니오케스트라(BRPO) 김일택(48) 대표는 부산 사하구 을숙도문화회관에서 자체 힘으로 만든 오페라 ‘투란도트’(2014)에 이어 ‘메리 위도우’(2015), ‘맥베스’(2016)에 제작자로 참여했다.
구 단위 문화회관 예산 내에서 성악, 지휘, 연출, 작곡, 춤 등 오페라에 필요한 재료를 확보해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내는 건 쉬운 여정이 아니었다. 김 대표는 “누군가 그 예산으로 ‘어떻게’ 하느냐 물었을 때 저는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외국에서 연출자와 성악가를 모셔 온다고 해서 잘되는 건 아니거든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국내에는 더 훌륭한 연출자도 성악가가 많아요.”
시작은 무모했다. 김 대표는 BRPO가 을숙도문화회관 상주단체로 있을 당시 공연계장이었던 송필석 현 을숙도문화회관장과 ‘이 낡은 극장에서 무엇을 해볼까’ 고민하다 오페라를 떠올렸다. 오케스트라 피트(Pit)도, 다양한 연출이 가능한 무대 천장의 바도, 충분한 넓이의 소품실도 없었지만 오페라의 성공과 실패는 음악에 달렸다는 믿음으로 임했다.
‘오페라계의 조수미’라 불리는 성악가들을 물망에 올려놓고 끈질기게 섭외했다. 성악가의 명성과 출연료가 맞지 않아 ‘딱지’를 수차례 맞으면서도 출연을 부탁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섭외는 ‘투란도트’에 출연한 테너 박기천 교수님이에요. 안면도 없었지만 여러 번 찾아가 간곡하게 부탁드렸는데 끝내 ‘당신 같은 사람 처음 봤다’며 수락해 주시더라고요. 공연을 마친 뒤에 ‘고생 많았다’고 말씀해주실 땐 뭉클했어요.”
세 편의 오페라를 통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김 대표는 올해는 창작 오페라 ‘윤흥신’ 제작에 도전했다. 하지만 기성의 오페라 작품을 제작하는 것과 창작 오페라를 제작하는 것의 간극은 하늘과 땅이었다.
“3년 해보니 전체 과정을 보는 눈도 생기고 노하우가 쌓였어요. 그런데 창작은 바닥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더라고요.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었죠.”
창작 오페라 ‘윤흥신’은 임진왜란 때 다대진을 지키다 순절한 윤흥신 장군의 일대기를 그렸다. 그간 주목받지 못한 윤흥신 장군의 공로를 되짚고 영웅의 면모를 보여주고 싶었다. 이에 필요한 역사적 고증에만 수개월이 걸렸다. 작곡자의 의도에 따라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성악가를 찾는 것도 문제였다. 밑그림이 없는 탓에 대본이 나와도 소품과 연출이 여러 번 바뀌었다. 일단 오페라 ‘윤흥신’의 전 공연 좌석(오는 21, 22일 을숙도문화회관에서 3회 공연)은 90% 이상 예매됐다.
김 대표는 지역에서 오페라 제작 경험이 쌓일수록, 자리를 잡아갈수록 책임이 따른다고 강조했다.
“제 뒤에서 ‘네가 오페라를 뭘 아느냐’며 안 좋은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마음은 상하지만 욕하는 사람이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결국 제가 아니라 오페라에 관심이 있단 말이거든요. 관심은 오페라 저변 확대, 제작, 순수 예술인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겁니다. 욕할수록 부산 음악계는 발전합니다.(웃음)”
동의대에서 음악학을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음악학 예술경영 박사를 수료한 김 대표는 울산 YMCA 뉴프라임 오케스트라 사무국장, ㈔T.I.F 대표를 지내고 현재 인제대 외래교수, 을숙도문화회관 운영자문위원과 해피콘서트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최민정 기자 mj@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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