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훈 문학평론가께서 첫 시집을 냈다. 타이틀은 '새들반점'(함향, 2022). 시인으로서의 데뷔작이자, 출판사 함향에서 펴낸 첫 번째 시집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선도(鮮度)가 높다.
여기에는 전 3부에 걸쳐 60편에 이르는 시가 실려 있다. 위선(爲先) '동광동', '연산동', '보수동', '덕천동', '부평시장' 등의 시적 공간이 친숙하다. 더구나 '빈대떡', '막걸리', '명태찌짐', '멸치쌈밥', '시락국' 따위의 먹거리 소재도 친근하다. 말하자면, 시인은 앞서 시적 공간을 즐겨 순례했고, 그곳에서 먹었던 음식들이 시의 주요한 소재가 되었다. 거기서 보고 듣고 먹고 느낀 바를 기록했을 터다. 예컨대 표제작 '새들반점'도 그러하다.
아흔도 거뜬히 넘긴 듯한 노파가 반쯤 접힌 몸을 지팡이에 의지한 채 들어와서는 짜장면을 시킨다
새들처럼 지아비 날려 보내고 자식들마저 둥지를 떠났겠지
숙취에 겨워 종일 누워 있다 허기를 달래려 찾아 든 새들반점. 나는 중력에 못이겨 시름하며 가까스로 짬뽕을 넘기지만
노파, 마치 세상을 굽어보듯 팔꿈치 가지런히 올리고선 끼니를 건져 올리신다
노파와 나는 똑같은 의식을 벌이지만 대체 왜 내 몸은 가라않고 노파는 홀가분해지는 것만 같으냐
새들처럼 날아가지도 못하면서 어찌 나는 기어이 숨어들려고만 하는가
시인이 새들반점에서 노파를 만난다. 둘다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노파는 짜장면, 시인은 짬뽕을 시킨다. 노파는 지아비와 자식들을 새들처럼 날려 보내 홀가분하지만, 시인은 새들처럼 날아가기는 커녕 안으로 숨어들기 급급하다. 그러나 노파든 시인이든 먹기 위해 반점을 찾았다. 살기 위해서는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밥은 보편적이면서도 개별적이다. 누구나 다 먹어야 하는 것이지만, 제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밥만이 각자의 고픈 배를 채워줄 수가 있다'(김훈, 밥에 대한 단상). 2022. 5. 30 들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