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저농협 소식지에 실릴 기고문 모집 공고가 난 적이 있다. 나는 엄연히 조합의 일원으로서 수 년 전에 썼던 자작시 1편을 보냈다. 2020년 5월 말, 아부지를 여의고 홀로 된 엄마에 관한 이야기다.
마침내 오늘 농협에서 소식이 오기를 이번 소식지에 나의 기고문이 실렸다는 것, 그리고 고료 대신 5만원 짜리 농촌사랑상품권 1매를 선물로 드린다는 것이었다. 냉큼 받아왔다.
이것으로 푸성귀를 사 먹을 수 있고, 대저 짭짤이 토마토를 사 먹을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기쁨은 누구도 인정하지 않는 나의 탁월한 시재(詩才)를 대저농협이 비로소 확인해 주었다는 사실이다. 실로 가문의 영광이 아닐 수 없다. 2023. 3. 15 들풀처럼
울 아부지 돌아가시고
조문객을 맞았지
입관을 하고
발인을 하고
화장을 하고
장지에 모셨지
그날 밤
울 엄마
연신 문 쪽을 바라보며
혼잣말로 되뇌었지
올 때가 됐는데
늦을 턱이 없는데
오늘 본 일
오늘 들었던 일
말해야 하는데...
그러나
울 아부지 오시지 않았지
아무리 기다려도
오시지 않았지
영영 오시지 않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