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날들

울 엄마

浩溪 金昌旭 2023. 3. 15. 15:52

얼마 전, 대저농협 소식지에 실릴 기고문 모집 공고가 난 적이 있다. 나는 엄연히 조합의 일원으로서 수 년 전에 썼던 자작시 1편을 보냈다. 2020년 5월 말, 아부지를 여의고 홀로 된 엄마에 관한 이야기다.

 

마침내 오늘 농협에서 소식이 오기를 이번 소식지에 나의 기고문이 실렸다는 것, 그리고 고료 대신 5만원 짜리 농촌사랑상품권 1매를 선물로 드린다는 것이었다. 냉큼 받아왔다.

 

이것으로 푸성귀를 사 먹을 수 있고, 대저 짭짤이 토마토를 사 먹을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기쁨은 누구도 인정하지 않는 나의 탁월한 시재(詩才)를 대저농협이 비로소 확인해 주었다는 사실이다.  실로 가문의 영광이 아닐 수 없다. 2023. 3. 15 들풀처럼

 

표지

 

조합원, 나

 

울 아부지 돌아가시고

조문객을 맞았지

입관을 하고

발인을 하고

화장을 하고

장지에 모셨지

 

그날 밤

울 엄마

연신 문 쪽을 바라보며

혼잣말로 되뇌었지

 

올 때가 됐는데

늦을 턱이 없는데

오늘 본 일

오늘 들었던 일

말해야 하는데...

 

그러나

울 아부지 오시지 않았지

아무리 기다려도

오시지 않았지

영영 오시지 않았지.

 

상품권

 

 

 

'아름다운 날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저토마토축제  (0) 2023.04.01
진주~남해여행  (0) 2023.03.27
차량 사고  (0) 2023.03.11
커피콘서트 현장  (0) 2023.02.27
커피콘서트  (0) 2023.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