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opera, 歌劇)는 독창·중창·합창 등의 성악, 그리고 여러 기악형태가 포괄된 음악의 총체이다. 더불어 그것은 춤과 연극적 영역까지 폭넓게 수용된 대규모 종합 무대예술이기도 하다. 그래서 오페라라고 하면, 으레 거대하게 축조된 대형 공연장, 화려하게 꾸며진 무대장치, 웅장한 합창과 오케스트라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가령 베르디의 ‘아이다’, 푸치니의 ‘투란도트’ 등이 그렇다.
을숙도문화회관 ‘군살 쫙 뺀 다이어트 오페라’ 전석 매진
그러나 이같은 정통 오페라가 즐겨 공연되는 일은 흔치 않다. 부산에서만 해도 겨우 연 1-2편 정도 올려질까?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기가 결코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막대한 비용은 수용자로 하여금 고가(高價)의 티켓값을 요구하게 되고, 아무리 볼 만하다 하더라도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향수자(享受者)에게는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기존의 정통 오페라와는 달리, 최소 투자로 최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는 음악 종사자들의 오랜 화두(話頭)가 아닐 수 없었다. 그것이 저(底) 비용, 고(高) 효율을 기대케 하는 소극장 오페라로 눈을 돌리게 된 이유이다.
비록 소극장 오페라가 화려하고 웅장한 면에서 정통 오페라에 크게 미치지 못하지만, 오히려 작고 아담하며 아기자기하다는 점에서 관객과의 친밀감을 드높일 수 있다. 나아가 경제적 이유로 문화향수권을 제한하는 정통 오페라와 달리, 그것은 불특정 다수에게 열려 있는 민주적(民主的) 오페라라 할 만하다.
지난 달 19-20일 이틀간에 걸쳐 을숙도문화회관 소공연장에 올린 ‘군살 쫙 뺀 다이어트 오페라’가 그랬다. 19세기 이탈리아의 도니체티가 만든 대표적 부파(opera buffa, 희가극) ‘사랑의 묘약’을 군살 쫙 빼고 내놓은 것이다. 즉 화려한 무대장치나 합창·오케스트라 대신에 최소의 무대장치, 피아노 반주에 주요 아리아와 레치타티보 중심으로 새롭게 재편(再編)한 것이 그것.
그 결과, 이틀간 전 4회 공연 모두 240여 전석을 완전 매진시키는 진기록을 세웠다.
훌륭한 공연·저가 공연료 주효…소극장 오페라 새로운 가능성
그렇게 된 데는 무엇보다 소프라노 김현애(아디나 역), 테너 홍지형(네모리노 역), 바리톤 강경원(벨코레 역), 바리톤 이승우(둘까마라 역) 등 출연진의 연주력과 연기력이 한 몫 했다. 특히 엉터리 약장수 둘까마라의 능청스런 연기는 약방의 감초역할을 톡톡히 해 냈다. 게다가 공연물이 가볍고 유쾌한 희극 오페라였다는 점, 오페라 관람료(5천원)가 매우 저렴했다는 점 등이 주효한 때문일 것이다.
한편 그것은 소극장 오페라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 외에도, 화려하고 현란한 ‘중심’ 문화 대신에 오히려 작고 소소하고 사소하기까지 한 ‘주변’ 문화가 마침내 서서히 뜨고 있음을 보여주는 일례(一例)가 아닐까. 그런 점에서, 이제 보통사람들의 일상적 삶이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로 다가오고 있다.
/김창욱 (http://blog.daum.net/kcw660924/)
· 음악평론가. 부산음악협회 부회장. 한국예술문화비평가협회 사무국장.
· 부산음악협회 제29회 부산음악상 수상(2004).
· 저서 ‘음악의 이해’(공저), ‘부산음악의 지평’, ‘나는 이렇게 들었다’, ‘홍난파 음악연구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