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30 오전 10:20:11 입력
<칼럼>
‘창조적’ 지역문화축제를 위하여
대한민국은 축제의 나라다. 올 한 해만 하더라도 전국에서 763개의 축제가 이미 열렸거나 열릴 예정이다(2011년 문화관광부 통계). 하루에도 2건 이상의 축제가 이 땅에서 열리는 셈이다. 이들은 성격상 전통역사축제·문화예술축제·생태자원축제·지역특산물축제 등으로 나눠지는데, 그 가운데 ‘문화예술축제’가 압도적으로 많다.
부산에서는 올 해 38개의 축제가 열렸거나 열릴 예정이다. 대부분 지자체가 주최하는 이들 문화축제는 외형만 조금씩 다를 뿐 천편일률적인 내용과 무대시스템, 공연, 전시 등으로 이루어져 온 게 사실이다. 그것은 해당 지역만이 갖는 고유한 특색과 독창적인 기획 콘텐츠가 뚜렷이 드러나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전국 축제 763개로 ‘축제 공화국’…지역주민은 행사 들러리로
더욱이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속에서 이루어져야 할 지역문화축제가 오히려 유명가수나 연예인들이 축제의 중심에 서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규모의 화려한 무대장치 속에 표연히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등장하는 가수, 그리고 이들을 향해 터트려지는 환호성. 너무나 익숙한 풍경이 아닌가!
이럴 때 지역 주민들은 주변부의 들러리로 전락하고, 중심에 위치한 그들 유명가수에게 그저 박수나 쳐주는 수동적인 존재에 머물고 만다. 자신들의 쌈지돈으로 만든 뭉텅이 예산을 투입하면서도.
그러나 이제 지역문화축제도 ‘창조적’이어야 한다. 남들이 하지 않았던, 그럼에도 남다른 재미와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창조적 지역문화축제를 만들어 가야 한다. 더욱이 우리가 사는 사하구는 ‘창조도시’를 지향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 점에서 오는 10월28일부터 11월2일까지 우리 동네에서 펼쳐질 ‘낙동강 하구 에코문화축제’는 매우 긍정적이다. 축제 콘셉트와 프로그램이 ‘창조적’으로 꾸며질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번 에코문화축제는 ‘통합’ 문화축제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여지껏 산발적으로 진행돼 왔던 고만고만한 축제들을 처음으로 한데 묶은 것이다. 그것은 주민들의 축제에 대한 집중도는 물론, 축제의 시너지 효과를 드높일 수 있다.
또한 에코문화축제는 천혜의 자연자원을 가진 사하구의 장점과 강점을 적극 활용한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환경’이나 ‘생태’ 등의 개념을 ‘문화’와 ‘예술’과 긴밀하게 접목시키려 한 흔적이 역력하기 때문이다. 축제는 고니로 대표되는 을숙도 철새와 갈대밭, 승학산 억새밭 등이 주요한 무대가 될 전망이다.
특히 을숙도 일대에서 펼쳐질 부산노리단의 관객 참여형 거리 에코 퍼레이드와 재활용 오케스트라의 악기체험, 구조(區鳥) 고니를 스토리텔링한 연희무대를 비롯해서 습지와 새들의 친구, 에코센터, 일본 그린버드 봉사대, 람사르 환경재단 등이 참여하는 국제환경포럼 및 국제환경예술제는 청정 무공해 지역으로서의 사하 이미지를 대외에 널리 알릴 수 있는 토대가 된다.
‘낙동강하구 에코문화축제’, 자발적 주민참여 새 모델 기대감
더불어 지역예술단체들의 프린지 공연, 고니·갈대 사생대회 및 글짓기 대회, 생태복원 및 쓰레기 재활용 캠페인 등의 부대행사는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주민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지역문화축제도 그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창조도시 사하’의 깃발을 펄럭이게 하려면, 모름지기 불특정 주민 다수가 참여하는 지역문화축제의 형식과 내용도 마땅히 ‘창조적’이어야 한다.
/김창욱 (http://blog.daum.net/kcw660924/)
· 음악평론가. 부산음악협회 부회장. 사하문화원 사무국장.
· 부산음악협회 제29회 부산음악상 수상(2004).
· 저서 ‘음악의 이해’(공저), ‘부산음악의 지평’, ‘나는 이렇게 들었다’, ‘홍난파 음악연구’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