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책 권하는 계절, 책과 멀어지는 사회

浩溪 金昌旭 2011. 10. 28. 12:59

최종편집
2011-10-28 오후 12:13:00


 

<칼럼>


책 권하는 계절, 책과 멀어지는 사회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다. 낙엽의 계절이며, 여행의 계절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을은 추억과 낭만의 계절이라 할 만하다. 어디 그 뿐이랴. 가을은 축제의 계절인 동시에 독서의 계절이기까지 하다. 디오니소스에서 아폴론까지의 다양하고 폭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여느 계절과 달리 유난히 많은 수식어를 단 가을에는 어떤 일을 하더라도 좋은 시기임을 말하는 것이리라.

 

우리 동네만 하더라도 그렇다. 구조(區鳥) 고니가 찾아들 즈음에 열리는 ‘낙동강 하구 에코문화축제’를 비롯해 곳곳에서 책 읽고 글 쓰는 독서문화행사가 이미 열렸거나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가을은 책 읽고 글쓰기 안성맞춤…현실은 그 반대

 

 

지난 9월 사하도서관은 ‘독서의 달’을 맞아 ‘사진으로 보는 책읽기’라는 제목으로 독서사진공모전을 가졌다. 10월 초에는 사하구여성단체협의회가 ‘2011 사하여성글잔치’를 을숙도 야외공원에서 열었고, 다대문화연구회를 이끄는 한 건 회장이 ‘다대포 역사이야기’ 를 내고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또한 감천2동 사하구종합사회복지관은 복지관 내에 작은 도서관인 ‘북세통’(Book을 통한 세상과의 소통)을 만들어 문을 열기도 했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가을에, 책 읽고 글쓰기에 안성맞춤인 이 계절에 앞 다투어 관련 행사가 열린다는 것은 분명 즐겁고 재미나는 일이다. 더욱이 벤치에 앉아 한낮의 햇살을 받으며 시집의 책장을 넘기거나, 잊었던 옛 친구에게 편지 쓰는 일은 그 얼마나 운치 있는 일이랴!

 

그런데 우리 주위에서 책 읽는 풍경을 구경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어쩌면 그런 풍경은 호랑이 담배 먹던 호시절 이야기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가을에 오히려 더 책을 읽지 않는다는 통계가 이미 나와 있는가 하면, 운영난을 견디지 못한 서점들이 문을 닫았다는 우울한 소식도 잇따라 들려온다.

 

무선 인터넷과 핸드폰의 발달은 우리의 일상문화까지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인터넷은 기존의 종이책을 몰아냈고, 포털사이트는 양질의 정보를 무료로 제공해 준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졸거나 책을 읽던 사람들이 이제는 ‘내 손안의 세상’으로 정보를 찾고 게임을 한다. 집에 와서는 영화나 드라마 혹은 오락 프로그램을 보거나, 인터넷 서핑을 즐긴다. 도대체 책 읽을 시간이 없다.

 

그러나 생각해 보라. 이제 책을 읽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인가. TV나 영화, 그리고 인터넷만 있으면 우리의 교양과 지식이 늘어날 수 있는가.

 

아탈리는 우리 시대의 경제적 원동력을 ‘창의력과 표현력’이라고 정의하고, 이를 몸에 익힌 사람이 자본을 장악할 것이라고 보았다. 또한 네그리는 뇌(腦), 즉 생각이나 지식이 오늘날 부(富)를 창출하는 고도의 생산능력이라 말한 바 있다. 생각할 수 있는 능력, 뇌를 쓸 줄 아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바로 우리 시대를 이끌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TV·인터넷 유혹의 고통 속에서 독서의 즐거움 맛보길

 

 

그러나 이 같은 능력은 TV나 영화,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서 얻을 수 없다. 편안함의 유혹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둘 줄 알고, 비록 고통스러울지라도 그 속의 즐거움을 누릴 줄 알아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 가을에는 책을 읽자. 책을 읽으며, 자신의 내면세계로 서서히 침잠해 보자. 그리고 고은(高銀)이 쓴 노랫말처럼 ‘가을엔 편지를 하’듯이, 하다못해 누군가에게 메일이라도 써 보자.

 

/김창욱 (http://blog.daum.net/kcw660924/)

 

 


· 음악평론가. 부산음악협회 부회장. 사하문화원 사무국장.

· 부산음악협회 제29회 부산음악상 수상(2004).

· 저서 ‘음악의 이해’(공저), ‘부산음악의 지평’, ‘나는 이렇게 들었다’, ‘홍난파 음악연구’ 등.

사하인터넷뉴스(forsaha@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