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는 그 도시의 문화적 수준을 보여주는 거울이다.”
시카고 심포니의 초대 음악감독이었던 테오도어 토마스의 말이다. 한 도시의 오케스트라 수준이 그곳의 문화 전반을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는 의미일 게다. 그도 그럴 것이, 오케스트라의 수준이 단기간 내에 격상된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며, 오랜 시간에 걸친 문화적 역량 축적을 통해서 비로소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하에는 뉴프라임오케스트라가 있다. 을숙도문화회관의 상주단체다. 뉴프라임오케스트라는 지난 2010년 부산문화재단의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사업’에 선정되어 계약기간(2년)인 올해 말까지 연주활동을 벌이기로 돼 있다.
상주단체로 40여회 공연하며 을숙도문화회관 활성화에 기여
본디 이 사업의 목적은 예술단체와 지역문화회관의 인적·물적 협력관계를 통해 공연예술의 활성화를 도모하는 것이었다. 즉, 예술단체는 지역문화회관으로부터 공연활동에 필요한 제반 인프라를 제공받는 대신에 지역문화회관은 예술단체의 인적 자원은 물론, 프로그램과 레퍼토리를 반대급부로 제공 받는다. 예술단체와 지역문화회관의 상생구조이자, 상호보완적 파트너로서의 이상적 관계다.
실제 뉴프라임오케스트라는 을숙도문화회관 상주단체가 되면서 문화회관 활성화뿐만 아니라, 지역민들의 문화향수권을 더 한층 확대시켰다는 점에서 그 기여도가 작지 않다. 그동안 상주단체로서 뉴프라임오케스트라는 청소년 대상 ‘토요뮤직점프’(27회), ‘청소년 여름음악캠프’(3회), ‘찾아가는 작은 음악회’(7회)를 비롯해서 ‘신춘음악회’(1회), ‘문화회관 개관 9주년 기념음악회’(1회), 그리고 ‘을숙도 명품콘서트’(7회) 등 모두 46회의 공연을 진행했고, 올 12월에 또 한 차례의 ‘명품콘서트’와 ‘환경음악회’ 를 앞두고 있다.
‘명품콘서트’에서는 매번 교향곡·협주곡 등 클래식 명작 전곡은 물론, 지역 작곡가의 창작관현악곡 발표무대도 제공해 주었다. 특히 흔치 않은 창작관현악곡 연주는 지역 음악가들의 창작의욕을 고취시켰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얻은 바 있다.
그 결과 뉴프라임오케스트라가 진행하는 ‘명품콘서트’가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의 2011년 지방문예회관 특별프로그램 개발지원사업 기획 프로그램으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이들 사이의 관계가 심상찮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계약기간이 끝나는 올해 말, 을숙도문화회관은 뉴프라임오케스트라와 더 이상의 관계를 맺지 않고, 새로운 상주단체를 받아들인다는 소문이 그것이다. 한때 을숙도문화회관은 ‘명품콘서트’ 포스터와 팸플릿을 통해 한결같이 ‘최정상의 연주자’, ‘완벽한 하모니 국내 최정상의 오케스트라’, ‘클래식 음악계의 새로운 역사’, ‘세기의 앙상블’과 같은 잇단 수식어로 뉴프라임오케스트라를 찬탄해 마지 않았던가!
‘국내 최정상 오케스트라’ 찬사는 어디에…교체 땐 이유 있어야
그러던 을숙도문화회관이 어떠한 이유도, 공론도 없이 쉽사리 뉴프라임오케스트라를 내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듣기로, 을숙도문화회관 공연기획팀은 뉴프라임오케스트라의 상주단체 해촉이 자신들과 무관하며, ‘윗선’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공연기획팀의 윗선이라면, 을숙도문화회관 관장이나 사하구청장일 수 있다. 그렇다면, ‘윗선’이 누구인지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 그 ‘윗선’이란 다름 아닌, 지금껏 지역민들이 향유해 왔던 문화향수권을 손쉽게 제한할 수 있는 권력자이기 때문이다.
누구도 지역민의 문화향수권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 그 누구도 예술단체를 머슴처럼 부리다 내쳐서는 안 된다.
/김창욱 (http://blog.daum.net/kcw660924/)
· 음악평론가. 부산음악협회 부회장.
· 부산음악협회 제29회 부산음악상 수상(2004).
· 저서 ‘음악의 이해’(공저), ‘부산음악의 지평’, ‘나는 이렇게 들었다’, ‘홍난파 음악연구’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