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0. 27 (22)
[현장과 여백 : 음악]
합창, 배려 문화가 절실하다
▲ 올해 부산합창제에 참가한 혼성합창단 '글로리콰이어'(지휘 이정철)는 풍부한 음색과 음향, 변화무쌍한 리듬을 자유자재로 구사해 호응을 얻었다. 부산시립합창단 제공.
합창은 절제와 조화가 빚어내는 화음의 예술이다. 그것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민주적 예술이자, 노래를 통해서 이해와 화합을 도모하는 공동체적 예술이기도 하다.
최근엔 합창 음악이 우리 일상에 성큼 다가섰다. KBS 예능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청춘합창단'의 기여도 적지 않았다. 50세 이상 다양한 직업을 가진 중·장년층으로 이루어진 청춘합창단이 오락적 재미와 다큐멘터리의 감동을 동시에 선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산의 합창 음악은 이와 무관하게, 매우 오랜 역사가 있다. 1950년대 부산합창단 콜에올리안합창단 성모합창단, 1960년대 갈릴리합창단 노엘합창단 부산무반주합창단 교사합창단 아가피모브라더즈합창단 부산연합합창단 등이 잇따라 생겨났고, 그 열기는 1972년 마침내 부산시립합창단의 창단이라는 결실을 보게 한 터다.
합창 음악의 저변 확대를 목적한 시립합창단 주관의 부산합창제가 올해로 어언 25성상을 맞았다. 이번 합창제는 지난 23~24일 이틀간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렸다. 19팀이 참가했으나, 시립을 제외하고는 모두 '딜레땅뜨'(예술이나 학문을 전문적으로 하지 않고 취미 삼아 하는 사람) 합창단이다.
이틀째인 24일에는 목련 청라 글로리콰이어 은파 등 10개 팀이 무대에 섰다. 출연한 합창단은 14인조부터 70인조에 이르기까지 다양했고, 더러 종교적 성격이 짙은 합창단도 없지 않았다. 이들의 레퍼토리는 가곡 가요 영화음악 창작음악 기악음악 등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었고, 플루트 템플블록(목탁) 오카리나 마라카스 봉고 등으로 색다른 음향효과를 꾀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청라합창단(지휘 이득수)은 서정적인 선율과 밝고 건강한 음색, 해운대소리여성합창단(지휘 김진영)은 맑고 투명한 음색이 각각 돋보였다. 또한 은파합창단(지휘 이홍길)은 무려 70명에 이르는 단원들이 무대를 화려하게 수놓았다. 이들은 경기민요 연곡 합창에서 풍요로운 화음과 한복차림의 현란한 부채춤으로 시각적인 즐거움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여기에 부산콘서트콰이어(지휘 전상철)의 연주력도 빼놓을 수 없다. '윌리엄텔' 서곡, '나팔수의 휴일'과 같은 기악곡을 합창으로 노래한 이들은 탄력적인 성질(聲質)에 시종 빠른 패시지를 자유롭게 운용했다.
그러나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글로리콰이어(지휘 이정철)의 무대가 아니었나 싶다. 이들의 혼성 합창은 풍부한 음색과 음향, 스윙과 삼바의 변화무쌍한 리듬, 나아가 다이내믹을 자유자재로 구사함으로써 이미 딜레땅뜨의 범주를 넘어섰던 까닭이다.
필자는 앞서 합창 음악의 정신을 말한 바 있다. 절제를 통해 공동체적 조화를 이루자는 것이다. 즉 합창은 독창과는 달리, 개인(부분)의 빛깔을 절제하고 오히려 집단(전체)의 빛깔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개별 합창단이 모여 전체를 이루는 합창제도 마찬가지다. 많은 합창단이 참여하는 까닭에 합창단 간의 절제와 배려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럼에도 자신들의 무대가 끝나자마자 지지하는 청중과 더불어 유유히 자리를 뜨는 풍경은 가히 낯설지 않았다.
김창욱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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