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8. 24(22)
현장과 여백: 음악
소통의 몸짓! 공감은 글쎄?
지난 12일 영화의전당 실내악축제 개막 무대를 맡았던 서울스트링콰르텟. 영화의전당 제공.
'실내악(室內樂·chamber music)'은 말 그대로 작은 공간에서 연주할 수 있는 음악을 말한다. 소편성이라는 점에서 독주악기의 독자성과 자율성을 존중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공동체의 내적 결속력과 일체감을 지향한다고 할까.
'2012 두레라움 썸머 실내악 축제'. 영화의전당이 개관 후 첫 여름을 맞아 내놓은 프로그램이다. 실내악 음악으로 능히 '앙상블(조화, 통일)의 숲'을 이루었다고 할 만하다. 그도 그럴 것이, 여기에 참여한 실내악단 모두 자타가 공인하는 앙상블 팀일 뿐만 아니라, 그들의 연주력 또한 현저했기 때문이다.
영화의전당은 지난 12일부터 24일까지 모두 7차례의 실내악 무대를 마련했다. 12일 '서울스트링콰르텟'을 필두로 13일 '그리움피아노콰르텟', 16일 '프라하브라스앙상블', 19일 '앙상블 콘 쿠오레', 21일 'TIMF앙상블', 22일 '부산체임버뮤직소사이어티', 24일 '앙상블 디토' 등이 잇따라 무대에 올랐다.
지난 13일 피아노 독주, 2중주, 3중주, 4중주 등 다양한 공연을 선사한 그리움피아노콰르텟. 영화의전당 제공
특히 TIMF앙상블은 가까운 통영의 국제음악제 홍보대사 역할을 해온 앙상블이라는 점에서, 부산체임버뮤직소사이어티는 부산시향 연주자들과 부산을 대표하는 연주자들이 모인 앙상블이라는 점에서 지역 안배도 충실하게 이뤄진 듯 보인다.
두 팀은 연주력에서도 능력을 충분히 발휘했다. TIMF앙상블은 풀랑, 스트라빈스키, 야콥, 베리오 등의 작품을 통해 20세기 현대음악 전문 실내악단임을 자신만만하게 과시했다. 박제희, 김현남, 임진아, 오주은은 스트라빈스키의 현악 4중주 제1악장 연주에서 리듬의 활달함을 유감없이 내보였고, 김형찬은 야콥의 '바순을 위한 파르티타'에서, 전민경은 베리오의 '오보에를 위한 세쿠엔짜'에서 각각 목관악기 특유의 음향과 표현력을 충실히 선보였다.
부산체임버뮤직소사이어티는 생상과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를 위한 3중주곡' 제2번과 제1번을 각각 선보였다. 특히 장대한 생상의 3중주곡 연주에서 백재진, 김아영, 김정권은 알차고 정제된 음향, 화려하면서도 유장한 진행 과정에서 유독 두드러지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템포렐리와 김세일의 '사랑의 기쁨'과 '밤과 꿈' 등 익숙한 곡 연주는 음악의 종(種) 다양성은 물론, 그 차이의 공존을 모색한 흔적이 아닐 수 없었다.
더욱이 이번 실내악 축제에서는 이른바 '품격 있는' 클래식은 물론, 일상적 생활 음악도 적잖이 무대에 올랐다. 모차르트의 '터키행진곡', 드보르자크의 '유모레스크', 비제의 '카르멘 모음곡', 요나손의 '뻐꾹왈츠' 등 익숙한 클래식 곡이 반가웠고, 나아가 영화음악 '사운드 오브 뮤직'(리차드 로저스), '냉정과 열정 사이'(요시마타 료) 등도 그러했다.
이는 청중, 즉 수용자에게 한층 가까이 다가서려 한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아울러 이들 레퍼토리는 실내악 편성에 맞게 편곡 과정을 거쳤다는 점에서 누군가의 또 다른 수고로움을 기억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실내악 축제가 과연 '축제적'이었는가에 대해서는 자신할 용기가 없다. 축제라면, 으레 제도화된 일상적 틀을 깨는 것, 놀이적 카타르시스를 통해 상호 간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 그래서 마침내 공동체적 결속력을 획득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기엔 무대는 자못 진지했고, 객석은 사뭇 경직되지 않았던가?
김창욱
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