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01. 12 (22)
[현장과 여백: 음악]
오페라, 사람이 먼저다
▲ 2012년 11월 29일부터 12월 1일까지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그랜드오페라단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가 공연됐다. 사진은 주연을 맡은 소프라노 소피 고르델라쩨가 열연하는 모습. 그랜드오페라단 제공.
오늘날 부산에는 많은 오페라단이 활동하고 있다. 새 밀레니엄 이후에 등장한 단체만 하더라도 가야, 에코폴리스, 예원, 꼬레아, 솔, 밤비니, 아지무스, 온누리, 한빛, 부산오페라연구소 등 10여 개나 된다. 이 가운데는 간판만 내걸고 실제 공연활동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단체도 있지만, 비교적 꾸준하거나 비약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단체도 없지 않다. 특히 솔, 아지무스의 활동이 그러하며, 올해로 창단 17년을 맞는 그랜드오페라단도 남다른 저력을 보여 주고 있다.
1996년에 창단된 그랜드오페라단(단장 안지환)은 정기공연 이외에도 기획공연, 음악교육사업 등 광범한 분야의 활동을 벌여 왔다. 오페라 공연만 하더라도 모차르트의 '마술피리' '코지 판 투테', 비제의 '카르멘', 푸치니의 '라보엠' 등을 잇달아 무대에 올렸고, 근래 이건용의 창작오페라 '봄봄'(김유정 원작)을 갖고 중국과 일본에 연거푸 진출함으로써 한국 창작음악의 한류에도 기여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베르디의 대작 '라 트라비아타'를 무대에 올렸다. 지난 11월 29일부터 12월 1일까지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였다. 2010년에 이은 그랜드의 두 번째 공연이었다. 청춘남녀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라 트라비아타'는 섬세하고 화려한 오케스트레이션(관현악법), 서정적이고 선율적인 성악 아리아,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의 기교적이고 매혹적인 패시지(악구) 등이 대단한 매력으로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공연에는 부산에서 눈부신 활동을 벌이는 허동권 박대용 박현정 이창룡 성미진 등 신예 및 중견 성악가들이 대거 참여했고, 여기에 부산지역 합창단(드림오페라합창단)과 오케스트라(유나이티드코리안오케스트라)가 가세함으로써 지역문화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더구나 강민성 이해성 박대용 등이 주역으로 등장한 무대는 주역가수의 가창력은 물론, 오케스트라의 유효적절한 연주, 합창단의 풍부한 화음 등이 비교적 고른 수준을 유지했다.
오페라의 무대화는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경제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서구 오페라가 궁정으로부터 오랫동안 해방되지 못한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였다. "유럽 최정상급 오페라 주역가수 초청"이라는 홍보문구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지휘자 디에고 크로베티와 소프라노 소피 고르델라쩨 등 겨우 2명밖에 무대에 세우지 못한 것도 그러한 까닭이리라.
최근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립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건립비 3천37억 원 가운데 롯데그룹이 1천억 원의 현금을 기부하기로 약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라. 나머지 2천여 억 원의 건립비는? 건립 이후 지속적으로 투입해야 할 막대한 운영비는?
오페라 공연이 활성화되지 않는 것은 무대가 없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관객이 원하는 공연콘텐츠나 프로그램이 없거나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오페라 전문 기획자나 현장 예술가들의 활동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상식이다. 중요한 것은 건물이 아니다. 사람이 먼저다.
김창욱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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