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비치다

비평가는 욕먹을 팔자

浩溪 金昌旭 2013. 3. 5.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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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05 | 21면

 

 

비평가에 물어본 비평가는?

"비평가는 욕먹을 팔자 타고난 '삐딱이'"

 

 

비평가, 그는 고독한 존재였다.

 

특히나 자존심 센 사람들이 모여 있는 예술 바닥에서, "당신 작품이 이래서 좋소, 싫소. 이래야 되오." 훈수 두는 이들. 돈 나오고 밥 나오는 것도 아닌데, 굳이 쓴소리를 마다 않는 이들. 이 땅에서 비평가로 산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전국의 비평가들이 한자리에 모인다기에 지난달 28일 한국예술문화비평가협회 학술발표회 및 정기총회 현장을 찾았다.

 

"욕 들을 팔자를 타고난 거지 뭐." 부산대 교수이기도 한 이동언(건축·57·경력 16년) 비평가는 젊어서부터 워낙 '센 소리'를 많이 해 이 바닥에선 '찍혀 있다'며 허허댔다. 그럼에도 그는, 비평가란 어떠해야 하는지를 가장 적확하게 짚어냈다. "비평가는 1m, 2m 기준을 높여 주는 역할을 하거든요. 그게 없으면 안 뛰어요." 그래서 비평가는 늘 삐딱해야 하고 이질적이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

 

"그리고 '척'을 잘해야 해요. 가장 주관적인 것을 가장 객관적인 척 얘기하는 게 비평가거든요. 그러려면 이론화가 잘 돼 있어야 해요. 요즘 비평의 문제는 이론화가 돼 있지 않다는 거예요. 그러니 주례사, 신변잡사 비평이 횡행할 수밖에 없죠." 이론 단계에서부터 막혀 버리니 이론→비평→대중→이론의 순환고리가 성립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였다.

 

비평 일을 주된 업으로 삼고 있는 김창욱(음악·47·경력 17년) 비평가는 더 현실적인 문제들을 쏟아냈다.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너 누구냐, 몇 살이냐'예요. 타당성이나 논리는 둘째 치고, 기분 나쁘다 이거죠. 누군가는 제 비평에 불만을 갖고 비평 글에 다트(송곳 같은 것)를 던져 언론에까지 보도되기도 했죠."

 

그럼에도 17년째 이 일을 해 올 수 있었던 힘은 '거리 두기'. 최대한 아웃사이더로서의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그는 일부러 리셉션 자리도 피한단다. "비평가는 고독하고 또 궁핍한 존재예요." 원고료를 제일 많이 받았을 때가 원고지 10장을 써서 20만 원을 받았을 때인데 그게 매일 있는 일이 아니고 끽해야 일주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 있는 일이니 벌이가 좋을 리가 없다.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은 작품들을 대중의 언어로 친근하게 가교를 놓아 주는 일, 그게 비평가가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경성대 교수인 박훈하(문학·52·경력 20년) 비평가는 "독자와 비평가가 보는 방식이 같다면 굳이 개입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왜 비평의 소재들이 항상 '어려운 것들'일 수밖에 없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

 

그러나 그는 비평가로서의 책무가 버거울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 "비평이 판단하는 온도계라면 온도계가 물질성을 갖고 온도를 변화시키면 안 되는 거죠. 온도계로서 저 스스로를 성찰하는 것, 가끔 그 윤리성의 속박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가 있어요."

 

"아직 3년밖에 안 돼서…." 앞서 '대선배'들을 의식한 듯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지만 문성철(국악·39·경력 3년) 비평가는 자신의 분야에 대해서만큼은 '쓴소리'를 쏟아냈다. "국악은 지금까지 비판이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온실의 화초처럼 보호돼 왔죠." 부드러운 표정으로 '콕콕' 찌르는 말들을 쏟아내는 걸 보니 비평가는 비평가였다.

 

그는 "최근 국악의 흐름은 서울에서 어느 쪽이 성공했다고 하면 3~5년간 전국을 동시에 훑는 식"이라면서 "부산다운 음악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일갈했다.

 

글·사진=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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