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07. 23 (02)
오페라하우스 토론회, 사실상 첫 공론화… 여론 수렴 이제부터
▲ 22일 '부산오페라하우스의 올바른 건립을 위한 토론회'에서 한 패널이 발언하고 있다. 강원태 기자 wkang@
부산시의회가 22일 시의회 대회의실에서 '부산오페라하우스 올바른 건립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지난해 5월에도 부산시가 오페라하우스 건립 사업에 대한 공청회를 연 바 있지만 짓는 것을 기정사실로 하고,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그런 점에서 22일 토론회는 부산시나 시의회가 공개적으로 사실상 처음 개최한 토론회다. 시의회가 준비한 130여 좌석이 꽉 찰 만큼 시민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 만만찮은 반대·신중론
부산시의 예상보다 반대 여론이 만만찮았다. 토론회에 앞서 부산참여자치연대와 부산민예총이 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사업추진 백지화를 포함한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자유발언에서 김현정 민예총 정책위원장은 "내년 6월 퇴임할 허남식 시장이 이 사업을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차기 시장에게 공을 넘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창욱 음악평론가도 "전속 오페라단을 만들고 역량을 키운 뒤에 오페라하우스를 지어도 늦지 않다"고 밝혔다.
토론에서도 이승욱 안녕광안리 대표와 송순임(남구 대연동) 시의원이 시민들의 폭넓은 의견 수렴과 속도 조절을 요구하는 신중론을 제기했다.
이 대표는 "문화공간이 랜드마크로 자리 잡으려면 명확한 비전 아래 공간을 채울 프로그램과 소프트웨어를 먼저 마련하고, 문화예술계와 시민들 사이에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며 "내용 준비와 시민 동의가 없으면 전형적 전시행정의 낭비와 과오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뉴욕 브루클린뮤직아카데미(BAM)를 예로 들며 "한때 폐허처럼 내버려졌던 북미에서 가장 오래된 BAM이 1970년대 이후 화려하게 부활한 것은 넥스트웨이브 페스티벌이라는 새로운 문화예술 비전 제시와 그에 충실한 프로그램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송 의원도 "부산시의 계획은 건축에 너무 치중돼 있어 공연장으로서의 기능에 먼저 충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롯데그룹이 1천억 기부로 끝낼 것이 아니라 완전히 건립해 기부하도록 부산시가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반면 토론 발제를 맡은 이종규 인터파크 공연사업본부장은 "오페라하우스 건립 자체에 대한 찬반 어느 입장도 갖고 있지 않다"고 전제하고 "국내 공연산업이 2010년 이후 지속적 성장세에 있는데 부산에는 전문공연장이 없고, 공공 공연장들도 노후화됐다"며 업계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최삼화 부산예총 음악협회장과 이갑준 부산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품격 있는 문화도시'를 위한 건립 불가피론을 주장했다. 방청석에선 김유섬(음악학과) 창원대 교수와 바리톤 박대용 씨 등 성악가들이 이런 주장에 가세했다.
이처럼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섬에 따라 시민들의 여론을 더 들어야 할 필요가 높아졌다. 김석조 시의회 의장과 토론 사회를 맡은 신숙희 시의회 행정문화위원장은 "조만간 부산시 주최 토론회도 있으니 의견을 활발히 개진해 달라", "오늘 행사가 지역사회에서 이 사업에 대한 활발한 토론의 시발점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절차 위법 논란까지
토론에서 국비 500억 원 이상 투입 사업에 대한 정부의 투·융자심사를 받지 않은 데 대한 절차 위법 지적이 제기됐다.
정희준 참여자치연대 문화·사회위원장은 방청석 질의를 통해 "지방재정법에 따르면 500억 원 이상 국비를 지원받고자 하는 사업은 타당성 검토와 정부의 투·융자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최소 800억 원 이상 국비를 지원받아야 하는 오페라하우스 사업에 대해 투·융자 심사를 받은 적 있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이갑준 국장은 "부지 확보가 아직 완료되지 않아 정부 투·융자심사를 신청하지 못하고 있다"며 "올해 안으로 해양수산부와의 부지 협상이 완료되고 나면 곧바로 신청할 계획이고, 그 이외 중기재정계획 반영을 위한 시정조정위원회 등의 지자체 내부 절차는 거쳤다"고 해명했다. 또 이 국장은 최근 오페라하우스 건물에 대한 공유재산취득계획을 상정한 것이 위법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부지 협상에서 정부를 설득하기 위한 기초자료로 기본계획을 수립하려다 보니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앞선 기자회견에서 송교성 생활기획공간 통 공동대표도 "단돈 몇 백만 원 지원받는 문화예술사업도 서류 준비며 당위성을 철저히 검증하는데 3천억 원이나 되는 사업에 어떻게 제대로 된 타당성 조사가 없을 수 있느냐"고 따졌다.
이호진 기자 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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