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문화

우리가 몰랐던 트럼펫

浩溪 金昌旭 2014. 10. 30. 19:10

 

부산예총, 『예술부산』 2014년 11월호(통권 제113호)

 

 

 

 

김  창  욱

음악평론가

음악풍경 기획위원장

 

금관악기 가운데 가장 높은 음을 내는 트럼펫(trumpet)은 한때 군대의 기상 나팔로 쓰였다. 그것은 새벽녘 병사들의 단잠을 깨우던 ‘괴로운’ 악기였지만, 특유의 빛나고 화려한 음색은 전쟁시 병사들의 사기 앙양을 위해서 없어서는 안될 ‘무기’이기도 했다.

 

중세 때만 하더라도 트럼펫은 왕족이나 귀족의 행렬을 이끄는 악대의 선두주자였다. 악대는 귀족들의 눈부신 위광을 한껏 드러내는 존재였고, 트럼펫 주자의 숫자에 따라 귀족의 신분 높낮이가 평가되었다. 특히 트럼펫 주자는 여느 악기 주자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의 급료를 받았고, 전쟁포로 교환 시에는 장교에 준하는 몸값을 받기도 했다.

 

금관악기 중 가장 오랜 역사 지녀

 

트럼펫은 금관악기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금속제 트럼펫의 출현이 기원전 2000년 경이니 말이다. 이때 이집트에서 사용된 트럼펫은 1~2개의 음만을 겨우 낼 수 있는 아주 작은 악기였고, 부족들 간의 신호용으로 주로 쓰였다.

 

13세기부터 원통관에 나팔꽃 모양의 아가리가 달렸고, 15세기부터는 오늘날과 같은 모양이 되었다. 가장 오래된 트럼펫은 60cm 정도 되는 곧은 관을 가졌고, 중세 때는 거의 2m에 달하는 곧은 관으로 만들어졌다. 이때 트럼펫은 길이가 너무 길었으므로 연주는 물론 악기의 이동에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이에 1400년 경부터 관을 S형으로 만들기 시작했고, 1500년 경부터는 오늘날처럼 구부러진 관을 가진 트럼펫이 나왔다.

구리합금이나 은으로 만들어지는 트럼펫은 기능별로 크게 3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마우스피스와 밸브에 이르기까지의 관, 밸브를 포함한 조율관 전체, 밸브 이후부터 벨(나팔)까지의 부분이 그것이다.

 

첫째, 마우스피스에서 밸브까지의 관은 약 12~13cm로, 슬러를 연주하기 쉽도록 마우스피스 쪽으로 가면서 가늘어진다. 마우스피스는 연주자가 양 입술을 떨어 최초의 소리를 얻는 지점이다. 금관악기는 목관악기와는 달리, 발음체인 리드(reed)가 없으므로 연주자의 두 입술 자체가 그 역할을 담당한다. 그런 점에서 연주자의 입술은 악기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마우스피스는 소리의 진동을 관의 본체로 전달한다.

 

둘째, 밸브는 음정을 조절하기 위한 장치다. 오늘날 쓰이는 트럼펫은 모두 3개의 밸브를 갖고 있다. 이들은 마우스피스에서부터 1, 2, 3번으로 지정된다. 1번 밸브를 누를 때 온음(장2도)이 낮아지고, 2번 밸브를 누를 때 반음(단2도)이 낮아지며, 3번 밸브를 누를 때는 온음에 반음(증2도)이 더 낮아진다. 요컨대 1번 밸브는 2번 밸브의 2배 길이고 3번 밸브는 2번 밸브의 3배 길이다. 그렇지만 밸브를 통한 음정 조절이 한계가 있으므로 보다 정확한 음을 얻기 위해서 입술을 민감하게 변화시키는 테크닉이 필요하다. 아울러 조율관은 밸브를 누르지 않고, 관의 길이를 변화시켜 전체 음높이에 변화를 주는 장치다. 즉 조율관을 밀었다 당겼다 하면서 음정을 조절하는 것이다.

 

셋째, 나팔꽃 모양의 벨은 제조회사에 따라 길이와 크기가 다르다. 대개 벨의 직경이 크면 음을 둥글게 만드는 효과가 있으며, 규격 이하로 작으면 코맹맹이와 같은 답답한 소리가 난다. 그러니까 벨까지의 관이 길고 벨이 넓으면 그만큼 공명부분이 많아지는 셈이다. 오늘날의 트럼펫은 관의 길이가 축소되고 밸브가 있어 복잡한 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지만, 길다란 관에서 나오는 깊은 소리는 잃어버리고 말았다.

 

 

매력적인 음색, 하이든 협주곡에서 돋봬

 

주요한 트럼펫 음악으로는 토렐리의 「트럼펫과 현을 위한 소나타」, 몰터의 「트럼펫과 현을 위한 협주곡」 제2번, 레오폴드 모차르트(볼프강 아마데우스의 아버지)의 「트럼펫 협주곡」 D장조,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 Eb장조, 베르디의 「개선행진곡」, 힌데미트의 「트럼펫 소나타」, 오네게르의 「인트라다」(Intrada) 등이 있다. 특히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1796)은 가장 널리 알려진 트럼펫 음악이다. 1973년부터 1996년까지 MBC-TV에서 방송된 ‘장학퀴즈’(진행 차인태)의 시그널 뮤직으로 쓰였기 때문이다. 빠르고 경쾌한 3악장의 주제는 그 무렵 학생과 학부모 세대의 기억 속에 오롯이 남아 있다. 이 곡은 하이든의 유일한 트럼펫 협주곡이며, 트럼펫 연주에서 반음계를 처음 시도한 작품이기도 하다.

 

트럼펫은 대단히 매력적인 음색과 음향을 보유한 악기다. 행진과 환희, 기쁨과 승리의 메시지를 상징한다. 고래(古來)로 트럼펫은 북과 함께 신호와 팡파르를 위해 쓰였고, 몬테베르디의 오페라 「오르페오」에 처음 등장한 이후, 바흐의 시대를 거치면서 독주악기로서의 황금시대를 구가했다. 고전주의 시기에 잠시 쇠퇴했으나, 밸브 시스템이 개발되면서 다시금 금관악기의 왕좌를 차지하게 되었다.

 

실내나 야외에서 수많은 악기들이 각기 제 소리를 뽐낸다. 그 가운데 트럼펫은 관현악곡에서 유독 빛을 발한다. 팀파니와 더불어 환상의 콤비를 이룬다.  http://음악풍경.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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