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문화

우리가 몰랐던 플루트

浩溪 金昌旭 2014. 8. 29. 01:26

 

 

『예술부산』 2014년 9월호(통권 제111호) 

 

마네(E. Manet 1832-1883), 피리 부는 소년

 

 

우리가 몰랐던 플루트 

 

김  창  욱

음악평론가

음악풍경 기획위원장

 

 

 

흔히 플루트 소리를 목가적(牧歌的)이라 한다. 전원의 고요함과 평화로움을 들려주기 때문이리라. 맑고 투명한 음색을 가진 그것은 목관앙상블의 리더로서 언제나 주선율을 연주한다. 더구나 플루트의 파트보(譜)는 오케스트라 총보(總譜, score)의 맨 꼭대기에 그려질 만큼 우뚝하다.

 

외형은 또 얼마나 매력적인가? 순은빛 찬란한 플루트는 금새라도 하늘을 날아오를 듯한 날렵한 몸매를 가졌다. 배우 이영애가 TV 아파트 광고에서 플루트를 부는 것도, 수필가 피천득 선생이 “무명(無名)의 플루트 연주자가 되고 싶은 때”가 있다고 고백한 것도 바로 그러한 까닭일 것이다.

 

 

동양에서 서양으로 건너간 가로 피리

 

플루트(Flute)는 목관악기로 분류된다. 본디 나무관에 호흡을 불어 넣어 소리를 내는 악기였던 터다. 그러나 오늘날 플루트는 대부분 금속제로 만들어진다. 백동·금·은·백금 등으로 제작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나무로 만들어진 목제 플루트는 쉽게 부러져 활용도가 매우 낮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금속제는 목제에 비해 소리가 가벼울 뿐 아니라, 세게 불었을 때 날카로운 소리도 얻을 수 있었다.

 

플루트의 원형으로는 가로로 부는 플루트[橫笛]와 세로로 부는 플루트[縱笛]가 있다. 관악기는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 등지에서 흔적을 찾아 볼 수 있지만, 중국에서는 기원 초에 가로 피리가 있었다는 기록이 있고, 인도에서도 1세기 경에 가로 피리가 사용되었다. 분명한 것은 가로 피리가 동양에서 서양으로 전해졌다는 사실이며, 이 무렵 가로 피리 연주자의 자세(입술 모양, 팔의 위치)가 오늘날의 플루트 연주모습과 매우 비슷하다는 점이다.

 

서양으로 건너간 가로 피리는 그리스에서 제조법·연주법이 크게 발달되었다. 여기서 플루트 음악이 러시아·독일·스페인·프랑스 등으로 널리 확산되었고, 이를 합주에 처음 사용한 사람은 바로크 초기 프랑스의 오페라 작곡가 륄리(J. B. Lully 1632-1687)였다. 그러나 이때만 해도 플루트는 둥근 나무관에 6개의 구멍이 뚫려 있는 형태로 높은 음역을 연주하기 어려웠고, 반음계 선율을 정확히 낼 수 없었다. 이에 새로운 악기로서의 플루트가 등장하기에 이른다.

 

플루트가 근대 악기로 발전한 것은 17세기 말이다. 프랑스의 작곡가이자 악기제작자였던 자끄-마르탱 오트테르(J. M. Hotteterre 1674-1763)에 의해서였다. 그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플루트의 구조는 물론, 건(鍵·Key) 장치와 음공(音孔·Tone hole)을 개발했다. 그는 한 개의 관으로 되어 있던 플루트를 세 부분으로 나누고, 건 장치로 음정을 조절했다. 특히 반음계의 음공 개발, 여기에 따른 키 장치는 유럽 전역에서 극진한 환영을 받았다.

 

 

다양한 테크닉과 풍부한 표현력

 

플루트가 일대 변혁을 이루게 된 것은 독일의 플루티스트이자 금 세공인이었던 테오발트 뵘(T. Böhm 1793-1881)에 의해서였다. 그는 기존의 플루트 구조와 작은 음량, 정확하지 않은 음정, 운지법 등에 문제점을 느끼고 다양한 실험을 통해 개선을 모색했다. 그 결과, 1847년 현대 플루트의 기본체계를 완성해 냈다. 그는 원추형 플루트를 원통형으로 대체했고, 취구(吹口)의 모양·크기·각도·구멍을 표준화시키는 한편, 금속으로 된 키를 장착시켰다. 과학적인 수식을 통하여 반음계 체계를 합리적으로 정립하였다. 게다가 악기의 재질을 목재에서 금속으로 바꾼 것도 그였다. 이른바 ‘뵘식’ 플루트는 19세기에 들어 한층 다양한 테크닉과 풍부한 표현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플루트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윗관(head joint)·본관(middle joint)·아랫관(foot joint)이 그것이다. 이들은 각각 분리가 가능하다. 윗관의 끝은 막혀 있고, 숨을 불어넣는 마우스피스 가운데 취구를 갖고 있다. 다른 두 부분은 일체된 기능을 행하는데, 13개의 구멍(tone hole)과 뵘식의 키가 붙어 있다. 그러나 플루트는 클라리넷·오보에·바순 등의 여느 목관악기들과는 달리, 소리를 떨게 하는 리드(reed)를 사용하지 않는다. 곧장 바람을 관으로 불어 넣어 소리를 내고, 뚫어진 구멍을 손가락으로 막거나 열어 음의 높낮이를 조절한다.

 

 

저음과 고음, 자유자재의 음향과 음색

 

플루트의 음역은 저음역·중음역·고음역·최고음역으로 구분된다. 저음역은 약하지만 부드러운 소리를 내고, 중음역은 밝고 화려한 음향을 낸다. 고음역은 화려할 뿐 아니라 힘차며, 최고음역은 매우 날카로운 소리를 낸다. 그러니까 저음역일수록 여린내기(p-pp-ppp)에 강하지만, 고음역일수록 센내기(f-ff-fff)에 강한 셈이다. 더구나 플루트는 가장 경쾌한 목관악기로서 온음계·반음계 진행에서 스타카토·레가토·트레몰로를 자유롭게 연주할 수 있으며, 2중음 주법으로 하모닉스의 특수효과를 내기도 한다.

 

전설적인 플루티스트로는 마리나 피치니니, 윌리엄 베넷, 장 피에르 랑팔, 줄리어스 베이커, 벨로체, 엠마누엘 파후드, 클로드 볼링 등이 있으며, 빼어난 플루트 연주곡으로는 비제의 「아를르의 여인」 가운데 ‘미뉴엣’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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