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문화

우리가 몰랐던 바이올린

浩溪 金昌旭 2014. 10. 3. 02:17

 

『예술부산』 2014년 10월호(통권 제112호)

 

 

 

 

 

김 창 욱

음악평론가

음악풍경 기획위원장

 

바이올린(Violin)은 에로틱한 악기다. 온몸을 흘러내리는 곡선미, 잘록한 허리가 미인의 황홀한 몸매를 닮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것은 바이올린·비올라·첼로·더블베이스 등 이른바 바이올린 족(族)의 총아(寵兒)이자, 바이올리니스트만이 오케스트라의 악장(樂長, orchestra leader)을 맡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악기로서 최고의 지위를 갖고 있기도 하다.

 

 

 

최고 위한 경쟁, 악기 발전 가져와

 

그러나 바이올린의 역사는 매우 짧은 편이다. 갈릴레이(V. Galilei 1520-1591)의 기록에 의하면, 최초의 바이올린은 1568년에 나폴리에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러니까 바로크 이전 시대인 16세기 르네쌍스 시기에 처음 제작된 악기다. 이후 바이올린은 ‘비올라 다 감바’(viola da gamba, 다리를 위한 비올, 오늘날 첼로처럼 다리에 끼고 연주함)와 같은 비올족(族)과 100년 이상 정상을 다투었고, 그것은 비올족에 영향을 미쳐 비올의 일종인 비올라(Viola)가 생겨났다. 최저음 악기 비올로네(violone)는 1520년 경 높은 음역까지 낼 수 있는 첼로를 낳았고, 비올로네 스스로는 바이올린과 음질이 균등하게 개량되어 오늘날의 더블베이스가 되었다. 이로써 바이올린 족이 완벽하게 구성된 셈이다.

 

바이올린 족의 재구성에는 수많은 악기 제작자 가문의 땀과 눈물이 배어 있다. 크레모나의 아마티가(家)를 비롯해서 과르네리가·스트라디바리가·베르곤찌가, 밀라노의 그란치노가·과다니니가, 베네치아의 세라핀가, 나폴리의 갈리아노가, 독일의 슈타이너가 등이 그러했다. 그들은 이후 어떠한 변형도 허용될 수 없을 만큼의 ‘물리적 음법칙’을 마침내 완성해 냈다. 

 

 

치밀한 구조, 정교한 기능

 

바이올린은 80개 이상의 부품으로 이루어져 있다. 크게 본체·현(絃)·활로 나눌 수 있는데, 본체의 길이는 약 60cm, 무게는 500g 미만이다.

 

재질은 나무로 되어 있고, 부위에 따라 쓰이는 나무가 다르다. 몸통은 옆판을 가운데 두고, 앞판과 뒤판이 붙어 있으며, 내부는 텅 비어 있다. 현에 진동이 가해지면, 줄받침(bridge)을 통해 앞판에서 공명이 일어나고, 그것은 버팀막대(soundpost, 앞·뒤판 사이에 세워져 있음)를 통해 뒤판에 전달된다. 앞판에는 F구멍(F-hole)이 좌우 대칭으로 뚫여 있고, 몸통의 공명으로 생긴 공기진동을 외부로 전한다. 옆판은 양 옆이 굽은 모양이어서 활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하며, 본체를 아름답게 보이게 한다. 몸통 상부에 붙은 목(neck)은 현을 조작하는 지판을 받치는 부분이다. 소용돌이 모양의 머리(scroll)가 달린 줄감개집(peg box)이 있고, 좌우에 2개씩의 줄감개(peg)를 꽂아 4줄의 현을 감는다. 4줄은 줄베개(nut)를 통하여 주로 흑단으로 만든 지판(指板, finger board) 위를 지나며 줄받침의 위를 거쳐 줄걸이판(tailpiece)에 줄을 맨다. 줄걸이판의 밑쪽은 실로 끝핀(endpin)에 묶는다.

 

4줄의 현은 개방현일 때(현에 손가락을 대지 않았을 때) 낮은 음부터 G·D·A·E현 순이다. 예컨대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에서 G선은 바로 가장 낮은 음을 뜻한다. 본디 4줄은 양의 창자로 만들었으나, 1700년 이후부터 음색 개량을 위해 G·D·A선은 은선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E선 만큼은 대개 강철 현이다.

 

한편 활은 탄력적인 목제 막대기에 말총(말꼬리털)을 빗질해서 고정시키고, 여기에 송진을 발라 현을 문지른다. 한 자루의 현에 필요한 말총 수는 현의 굵기에 따라 130-250개 안팎이다. 활 길이는 약 75cm 정도다. 운궁법(運弓法, bowing)은 활을 위로 긋는 올림활(up-bowing)과 아래로 긋는 내림활(down-bowing)이 있다. 또한 현 위에서의 운궁법으로는 레가토·데타쉐·마르틀레·스타카토, 현에서 떨어지는 운궁법으로는 스피카토·즈테 등이 있으며, 특수 음향효과를 위해 피치카토(활을 쓰지 않고 손가락으로 현을 뜯어서 연주함) 기법이나 약음기(작은 음량과 어두운 음색을 목적함)를 사용하기도 한다.

 

 

표현 가능성 극대화한 작곡가와 비르투오소

 

초기 바이올린은 대중음악이나 무도회를 위해 주로 쓰였다. 17세기에는 바이올린이 실내악의 중심악기의 지위를 차지했고, 몬테베르디는 오페라 「오르페오」(Orfeo, 1607)의 관현악에 처음으로 바이올린을 포함시켰다. 이후 코렐리·비발디·바흐·타르티니 등이 새로운 바이올린 음악에 크게 기여했다. 고전시대 이후 바이올린을 위한 독주곡이 대거 작곡되었는데, 모차르트·베토벤·슈만·브람스·힌데미트·쇤베르크·베르크 등이 그들이다. 이와 더불어 프란체스코 제미니아니, 니콜로 파가니니, 요제프 요아힘, 프리츠 크라이슬러, 다비드 오이스트라흐, 예후디 메뉴인, 아이작 스턴 등 세기적 비르투오소(virtuoso)들이 바이올린의 표현 가능성을 극대화시켰다. 특히 19세기 초 이탈리아 작곡가이자 바이올린 연주자인 파가니니(Paganini 1782-1840)는 신기(神技)를 방불케 하는 연주 테크닉으로 말미암아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라는 별명을 얻었고, 오늘날 그를 소재로 한 영화가 잇따라 만들어지기도 했다.

 

바이올린은 폭넓은 강약의 변화, 풍부한 표현력, 짙은 호소력을 지니고 있다. 넓은 음역에서 한결같이 유지되는 음질 또한 빼어나다. 화려한 음색과 눈부신 기교, 드라마틱한 열정과 뼈에 사무치는 서정성은 가히 ‘악기의 여왕’이라 할 만하다.   http://www.음악풍경.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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