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예총, 『예술부산』 2014년 12월호(통권 제114호)
스캔 바이 들풀처럼.
오케스트라 연주회에 가보면, 다양한 악기들을 만날 수 있다. 문지르고 불고 때려서 소리를 낸다. 제 각각 연주방식이 다르지만, 이들의 궁극적 이상은 너무도 자명하다. 특히 팀파니(Timpani)는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중요한 타악기다. 그것은 조율에 따라 음색·음질·음향의 구사가 자유로울 뿐 아니라, 오케스트라 전체 음량의 90%를 차지할 만큼 웅장하고 영웅적이다.
그런 까닭에, 피천득(皮千得)은 그의 수필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다.
“팀파니스트가 되는 것도 좋다. 하이든 교향곡 94번의 서두가 연주되는 동안은 카운터 뒤에 있는 약방 주인같이 서 있다가, 청중이 경악(驚愕)하도록 갑자기 북을 두들기는 순간이 오면 그 얼마나 신이 나겠는가?”(플루트 플레이어)
트럼펫과 콤비, 권력의 상징
‘팀파니’(Timpani)는 이탈리아 말로 ‘팀파노’(Timpano)의 복수형이다. 그렇지만 팀파니가 한 대라 해서 따로 팀파노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하나든 둘이든, 혹은 셋이든 팀파니는 그냥 팀파니로 불린다.
팀파니의 역사는 매우 길다. 이미 고대 때 의식이나 제례, 또는 군대 신호용으로 사용되었고, 때때로 춤의 리듬을 보강하기 위해서 쓰이기도 했다. 팀파니는 군악대의 케틀드럼에서 유래되었다. 케틀드럼은 가죽끈으로 묶은 드럼을 일컫는데, 두 개가 한 짝을 이룬다. 이처럼 쌍으로 연주하던 관습은 아프리카·인도·페르시아·이슬람·몽고 문화권에서 시작되었고, 유럽에 도입된 것은 13세기 십자군전쟁 때였다. 당시 팀파니는 트럼펫과 더불어 군악연주의 전위대로 기능했고, 이들은 언제나 한 쌍의 콤비를 이루었다. 특히 이 무렵 팀파니는 지체 높은 귀족들만 소유할 수 있는 권력의 상징으로 자리잡았고, 이후 16세기까지만 해도 그것은 유럽의 정예부대나 주요 궁정에서만 소유할 수 있었다.
팀파니는 17세기 중반에 이르러 오케스트라의 정규 악기가 되었다. 이 시기 팀파니는 로크의 「프시케」(Psyche, 1673)에서 처음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이때만 해도 그것은 표현력 강화를 위해서, 또는 금관악기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다가 18세기에 들어 으뜸음과 딸림음으로 된 2개의 팀파니가 즐겨 쓰였고, 18세기 후반에 이르러서는 오케스트라의 핵심 악기로 부상했다.
오늘날 팀파니는 구리나 청동으로 몸통을 만들며, 송아지나 염소가죽으로 만든 울림판을 금속테로 고정시킨다. 이때 장력의 조절은 음의 긴장과 이완, 음정의 조율을 가능케 한다. 통의 바닥에는 크게 두드릴 때 받은 울림통 안의 공기 충격을 줄이기 위해 구멍을 낸다.
팀파니는 ‘말렛’(Mallet)이라 불리는 드럼채로 북면을 쳐서 소리를 낸다. 이것은 쌍으로 이루어지며, 샤프트(shaft, 막대 부분)와 헤드(head)의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샤프트는 주로 참나무, 마호가니, 대나무로 만들며, 알루미늄이나 탄소섬유로 만들기도 한다. 말렛의 무게·사이즈·재료와 북면의 표면 등 모든 것이 팀파니의 음색에 영향을 미친다. 음색은 말렛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지만, 북면의 두드리는 위치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극적 표현 가능성 지향
팀파니를 혁신적으로 활용한 최초의 작곡가는 베토벤이었다. 이전만 하더라도 팀파니는 트럼펫과 함께 사용되면서 주로 리듬을 담당했고, 전통적으로 완전 4도나 완전 5도 간격으로 조율되었다. 그러나 베토벤은 그 밖의 다른 음정 간격으로 팀파니를 조율했고, 극적인 패시지나 화음을 연주할 때에도 팀파니를 사용했다. 그는 오페라 「피델리오」의 지하감옥 장면에서 무시무시한 효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팀파니를 감5도(A음과 e♭음) 간격으로 조율했다. 또한 교향곡 제7번 스케르초 악장에서는 단6도 간격(A음과 f음)으로, 교향곡 제8-9번에서는 한 옥타브 간격(F음과 f음)으로 조율했다. 특히 그는 바이올린 협주곡에서 4개의 팀파니 연주로 시작하는데, 그것은 팀파니를 독립적 성부로서 두드러지게 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혁신파 작곡가로는 베를리오즈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팀파니의 극적 가능성을 매우 잘 활용했을 뿐 아니라 ‘felt-covered’(실로 감긴), ‘wooden’(나무로 된) 등 말렛(Mallet)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를 한 최초의 작곡가였다. 더욱이 대편성 관현악법의 대가였던 그는 「죽은 자를 위한 대미사」(Grand Messe des morts, 1837)에서 16개의 팀파니를 요구하기도 했다.
팀파니는 대부분의 악곡에서 그다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은 음악이 클라이막스로 치닫을 때 마침내 우리의 심장을 고동치게 한다. 갑작스런 ff(매우 세게) 연주에 런던 귀부인들이 소스라쳐 놀라 잠을 깼다. 하이든의 교향곡 제94번에서의 팀파니 때문이었다. http://www.음악풍경.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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