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부산마루국제음악제 평가 의무화

浩溪 金昌旭 2015. 7. 17. 11:05

 

사단법인 한국예술문화비평가협회가 펴내는 계간지 『예술문화비평』 2015년 여름호(통권 제17호)가 나왔다. 여기에는 내가 쓴 부산마루국제음악제에 관한 글도 실렸다. 요컨대 일체의 음악제 예산이 국민 세금으로 투입되는 만큼 무엇보다 행사비 지출의 투명성과 합리성이 전제되어야 하며, 사후 행사에 대한 평가도 마땅히 의무화되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나아가 BSC(Balanced Score Card, 균형성과지표)에 의한 평가방법도 제안하고 있다. 2015. 7. 17 들풀처럼. http://www.음악풍경.com/  

 

 

 

부산마루국제음악제 평가, 의무화해야 한다

 

 

김 창 욱

본지 편집위원

문화네트워크 음악풍경기획위원장

 

부산에는 국제라는 이름을 단 예술제가 많다. 여기에는 부산국제영화제·부산국제연극제·부산국제무용제·부산국제록페스티벌·부산국제매직페스티벌 등이 있고, 부산국제음악제와 부산마루국제음악제도 해마다 열리고 있다.

 

그 가운데 부산마루국제음악제 추진위원회의 부산마루국제음악제’(BMIMF, Busan Maru International Music Festival)2010년에 출발해서 이미 네 차례나 열린 바 있다. 이 행사는 부산시와 중앙정부로부터 매칭펀드 형식으로 사업비 전액을 지원 받는다. 첫회에 3억이던 예산이 2회부터는 4억으로 치러졌다.

 

 

음악제 평가 의무화 이유

 

일체의 예산이 국민 세금으로 투입되는 만큼 무엇보다 행사비 지출의 투명성과 합리성이 전제되어야 하며, 사후 행사에 대한 평가도 마땅히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예산의 지출은 불투명하고, 사후 성과에 대한 평가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예컨대 2014년 음악제 홍보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었다. 부산의 양대 일간지인 부산일보와 국제신문에 전면광고와 관련 기사가 여러 차례 나갔고, 서울에서 발행되는 월간 음악춘추』에도 표지 광고와 관련 기사가 실렸다. 뿐만 아니라, 시내의 주요 육교와 버스에도 광고물이 설치되거나 부착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참여도는 갈수록 떨어졌고 애당초 세계 최고의 국제적인 음악제를 만들겠다는 추진위원회의 취지는 빛을 바랬다. 수용자의 눈높이를 맞추려는 주최측의 의지와 이를 뒷받침할 만한 콘텐츠 기획력이 부족하거나 부재했던 탓이다. 그것은 음악제 전반에 걸쳐 적잖은 문제를 노출시켰다. 요컨대 컨셉트·프로그램·레퍼토리 등에서 그러했다(김창욱, 부산마루국제음악제의 현황과 과제, 2013).

 

첫째 컨셉트(concept)는 해당 음악제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가 하는 철학적이념적 지표와 상관된다.

1회 때 컨셉트는 프랑스의 향기로 정해졌다. 이 컨셉트에 걸맞으려면 의당 프랑스적 음악, 프랑스 작곡가의 작품, 프랑스 출신 연주자의 연주가 주를 이뤘어야 했다. 그런데 메인의 전체 연주곡 가운데 프랑스 작품은 겨우 4곡에 머물렀고, 또한 이들이 레퍼토리의 핵심을 차지한 것도 아니었다.

 

2회 때는 컨셉트가 음악의 세계화로 잡혀졌다. 1990년대 중반 유행하던 세계화를 십 수년이 지난 오늘날, 세계화를 내세웠는지는 알 수 없다. 더욱이 지금, 여기에서 세계화란 무엇인지, 왜 세계화를 해야 하는 것인지, 무엇을 세계화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의식이나 깊은 성찰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추진위의 음악은 이미 세계화됐고, 세계화된 음악을 또 다시 세계화해 나가겠다는 슬로건은 한갓 공허한 주장에 머물고 말았다. 더욱이 여기서 말하는 세계화된 음악이 어떤 음악을 말하는지 알기 어렵고, “세계화된 음악을 또 다시 세계화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도 가늠하기 쉽지 않았다. 3회 때의 유럽, 그 찬란한 유산역시 진부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둘째 음악제의 프로그램은 컨셉트와 긴밀히 상관된다. 말하자면, 설정된 컨셉트로부터 프로그램과 같은 구체적인 가지와 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2010년 제1회 때는 프랑스의 향기라는 컨셉트 아래 개막연주회’, ‘폐막연주회’, ‘해피 버스데이’, ‘추억’, ‘맛보기 메뉴등의 작은 타이틀로 무대가 꾸며졌다. 2011년 제2회 때는 음악의 세계화라는 컨셉트 아래 개막연주회’, ‘국악의 진수’ ‘실내악의 밤’, ‘철새악사와의 가족콘서트’, ‘폐막연주회등의 작은 타이틀로 열렸다.

 

2012년 제3회 때는 유럽, 그 찬란한 유산이라는 컨셉트 아래 개막연주회 노르딕 멜로디’, ‘조이 오브 시즌’, ‘탄생과 서거’, ‘카르미나 부라나’, ‘체코와 영국의 추억’, 폐막연주회 음악의 트로이카등의 하위 타이틀로 꾸며졌다.

 

이와 같이 음악제의 단위 프로그램은 기능별(개막연주회, 폐막연주회), 장르별(국악의 진수, 실내악의 밤), 지역별(노르딕 멜로디, 체코와 영국의 추억), 작곡가별(탄생과 서거, 음악의 트로이카), 작품별(카르미나 부라나) 등으로 구분되었고, 그렇지 않으면 애매모호한 타이틀(해피 버스데이, 추억, 맛보기 메뉴)을 붙였다. 이들은 컨셉트와의 어떠한 일관성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셋째 구체화된 컨셉트인 레퍼토리도 문제가 없지 않았다. 음악제라면 으레히 다채로운 레퍼토리가 무대에 올려졌어야 했는데, 여전히 서양 고전·낭만시대의 음악이 지배적이었다. 더구나 성악곡 하나 없이 실내악·교향곡·협주곡 등 시종 무겁고 구태의연한 기악음악 일색의 무대는 서양음악의 다양성을 현저히 제한했을 뿐 아니라, 마치 축제 참여자들이 클래식의 지루함과 따분함을 얼마만큼 인내하는지에 대한 의지력를 실험하는 것 같기도 했다. 가령 제2회 음악제 개막연주회는 무려 2시간 이상이나 소요되었다. 그것은 부산마루국제음악제가 일반 시민을 위한 것인지, 연주자나 연주단체를 위한 것인지 도저히 가늠하기 어려운 일이기도 했다.

 

그런데, 실로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사후에 이에 대한 평가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신문과 잡지와 같은 매스미디어는 음악제의 사전 광고지로서의 역할에 충실했을 뿐 평가나 전망을 단 한 줄도 내놓지 않았다. 오늘의 반성과 성찰 없이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필자는 전문 예술비평기관에 의한 부산마루국제음악제 평가를 의무화해야 할 것을 제안한다.

 

 

BSC에 의한 평가시스템 도입

 

그렇다면, 음악제에 대한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평가방법이 있는가? 물론 있다. 바로 BSC(Balanced Score Card), 즉 균형성과지표가 그것이다.

 

BSC1990년 기업의 성과지표를 위해 미국의 캐플랜(Kaplan)과 노턴(Norton)이 개발한 것으로, 오늘날에 와서 전국 시·도 자치단체는 물론 공공기관의 평가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더구나 BSC에 의한 문화예술지원사업의 평가모형도 이미 개발된 상태다(최덕규, BSC에 의한 부산광역시 문화예술지원사업의 평가모형 개발 컨설팅, 2010). 이에 따르면, 평가모형은 크게 목표달성 관점, 관객 관점, 구성원의 학습과 성장 관점, 운영 프로세스 관점 등으로 구분된다.

 

첫째 목적달성 관점은 음악제 추진위원회가 당초에 세웠던 목표를 달성하고 있는지를 주된 평가기준이 된다. 정부 및 부산시가 추진위원회에 자금을 지원하는 목적은 부산시민들의 문화향수권의 확대, 지역문화예술의 질적 고도화, 문화의 사회적 기여도를 높여주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목표달성 관점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방법을 구성하면, 다음과 도표와 같다

 

관 점

전 략

핵심성공요인

핵심성과지표

성과측정방법

목적달성 관점

(실적평가)

시민에 대한 문화향수권 확대

양적 성과(상품성)

객석 점유율

티켓판매 자료

지역문화예술의 질적 고도화

질적 성과(예술성)

콘텐츠 기획 및 운영

현장평가(평가위원)

문화의 사회적 기여도 제고

저변확대(공공성)

프린지 콘서트

음악제 제출자료

재정자립도 제고

정부 및 기업후원 제고

정부지원금

지원액 증빙서류

기업후원금

 

둘째 관객 관점은 음악제가 관객(시민)으로부터 어느 정도 참여도와 호응도를 획득했는가하는 점을 확인하는 것이다. 음악제의 존재는 관객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만약 관객으로부터 외면받는 음악제라면 추진위원회의 존립도 의미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추진위원회의 성과평가를 위해서는 반드시 관객의 반응을 평가해야 한다. 관객 관점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방법을 구성하면, 다음과 도표와 같다

 

관 점

전 략

핵심성공요인

핵심성과지표

성과측정방법

관객 관점

(실적평가)

관객 만족도 제고

일반인 만족도

대중적 성취도

현장평가

(평가위원)

전문가 만족도

내용과 형식의 우수성, 출연진의 역량

 

셋째 학습과 성장 관점은 음악제 추진위원회의 학습과 성장에 대해 평가한다. 음악제의 장기적인 발전은 조직 구성원의 전문화와 고도화에 달려 있다. 특히 예술분야에서는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가 매우 중요하다. 구성원의 교육·훈련·연수, 그리고 객관적인 능력측정 등이 인적 자원에 대한 평가의 핵심적 요소다. 나아가 음악제의 장기적인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일회성이 아니라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실천하려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이러한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의 핵심적 요소는 콘텐츠의 개발과 구성원의 역량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같은 관점에서 구성원들에 대한 학습과 성장을 평가할 경우 음악제의 질적 수준도 매우 향상될 것이다. 학습과 성장 관점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방법을 구성하면, 다음과 도표와 같다

 

관 점

전 략

핵심성공요인

핵심성과지표

성과측정방법

학습과 성장

관점(실적/계획평가)

추진위원회의 역량 및 성장 잠재력 개발

역량개발 및 인프라 구축

정규 직원의 구성현황

인터뷰(평가위원)

 

브리핑 및

질의응답

프로그램 운영현황

공간활용 현황

중장기 발전계획과 실현 가능성

콘텐츠 기획 및

운영계획

구성원에 대한 인센티브 실시 계획

자체 평가시스템 운영계획

 

넷째 내부 운영 프로세스 관점에 대한 평가도 중요한 요소다. 조직 운영의 프로세스는 혁신적으로 개혁되어야 한다. 그 하나는 콘텐츠 개발의 혁신이며, 다른 하나는 운영방법의 획기적인 개선이다. 즉 관객이 원하는 내용와 수준이 무엇인지를 시장조사를 통해 파악해야 하고, 이에 합당한 공연작품을 기획·개발·생산·유통과정을 거쳐야 한다. 최종적으로는 소비자, 즉 관객으로부터 만족도를 평가 받아야 한다. 내부 운영 프로세스 관점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방법을 구성하면, 다음과 도표와 같다

 

관 점

전 략

핵심성공요인

핵심성과지표

성과측정방법

내부 운영프로세스 관점(계획평가)

콘텐츠의 혁신적 개발

콘텐츠 기획

아이디어와 컨셉트 완성도

인터뷰(평가위원)

 

브리핑 및

질의응답

콘텐츠 개발

프로그램 구성의 구체성

콘텐츠 계획

무대 형상화의 실현 가능성

운영 프로세스의 참신성

제작진의 구성

출연진 및 스텝의 전문성

마케팅 전략

핵심 관객에 대한 타겟 설정

홍보의 다양성과 적실성

효율적인 예산확보

정부지원을 위한 전략과 노력

기업후원을 위한 전략과 노력

회원과 회비 확보를 위한 전략과 노력

 

BSC는 음악제의 기획과 운영 전반에 걸쳐 포괄적이고 입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필자는 이 시스템이 부산국제마루음악제 평가에 적극 활용될 수 있기를 제안한다. 특히 그것은 의무화되어야 하며, 객관성과 공정성을 위해서 반드시 전문 예술비평기관에 의해 수행되어야 함을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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