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겨울날이었을 거다. 겨울날 저녁이었을 거다. 가을걷이가 끝난지도 한참 오래, 텅 빈 들녘, 논둑길에 서 있는 내가 보였다. 바람은 찼고, 어두워 가는 하늘 높이 한 무리의 기러기떼가 줄 지어 날아가고 있었다. 그들이 날아가는 곳이 어디인지, 왜 날아가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때마침, 동네 굴뚝마다 밥 짓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고향의 노래」는 1968년에 만들어졌다. 김재호(시)와 이수인(곡)에 의해서였다. 김해출신의 김재호는 마산제일여고 국어교사, 마산출신의 이수인은 같은 학교 음악교사로 각각 교편을 잡은 바 있다. 이수인이 KBS어린이합창단 지휘자로 발탁되어 서울에서 활동을 벌일 때 김재호에게서 받은 시에 선율을 붙인 것이다.
한편 예술의전당이 지난 2015년 광복 70주년을 기념으로 '한국인이 좋아하는 한국가곡' 온·오프라인 설문조사를 벌였다. 여기서 「고향의 노래」는 18위를 차지했다. 총 1,778명이 참여한 조사였다. 배호를 지극히 좋아하는 나의 작은 형, 가장 애호하는 가곡이다. 2017. 1. 26 들풀처럼.
소프라노 김영미 님이 부르는 「고향의 노래」
국화꽃 져버린 겨울 뜨락에
창 열면 하얗게 무서리 내리고
나래 푸른 기러기는 북녘을 날아간다
아~ 이제는 한적한 빈 들에 서 보라
고향길 눈 속에선 꽃등불이 타겠네
고향길 눈 속에선 꽃등불이 타겠네
달 가고 해 가면 별은 멀어도
산골짝 깊은 곳 초가마을에
봄이 오면 가지마다 꽃 잔치 흥겨우리
아~ 이제는 손 모아 눈을 감으라
고향집 싸리울엔 함박눈이 쌓이네
고향집 싸리울엔 함박눈이 쌓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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