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날들

[추억] 일본어 수료증

浩溪 金昌旭 2018. 3. 31. 13:57


이따금 나의 일본어 능력을 회의하거나 의심하는 자가 있다. 일부 몰지각한 자들이다. 나는 이미 20대 말에 일본국 총영사관에서 주관하는 일본어강좌(중급독해반)를 수료한 바 있다. 사설 학원에서 6개월 간 수련하고, 부산고등학교에서의 수많은 지원자가 몰린 경쟁시험에서 승리, 마침내 들어간 곳이다.


일본 문부성 예산으로 운영되는 강좌에는 일본어 전공자가 들어올 수 없었다. 그러니까 각 나라의 비전공자를 대상으로, 일본어를 전파할 목적으로 개설한 것이었다. 강좌는 1주일에 2회, 회당 3시간이었는데, 영사관 내 도서관 강의실에서 이루어졌다. 일본어 교육을 전공한 일본인 교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일본어로만 말했고, 뭔 소린지 못 알아듣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우리 반은 최초 12명으로 시작했으나 끝날 무렵이 되자 절반 정도만 겨우 살아 남았다.


슬픔의 날을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온다 했던가? 6개월을 참고 견뎠더니, 수료증이 나왔다. 수료식은 남천동에 소재한 총영사 관저에서 열렸다. 관저의 외벽은 드높았고, 경비는 삼엄했으나, 우리는 정문으로 유유히 들어갔다. 그간 수료생들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해 총영사가 기꺼이 만찬을 열어 주었기 때문이다. 토끼처럼 냠냠, 오물오물 먹은 기억이 있다. 2018. 3. 31 들풀처럼. 






'아름다운 날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서에 가다  (0) 2018.04.20
[다시 읽기] 나 하나 꽃 피어  (0) 2018.04.08
[추억] 신인논문상  (0) 2018.03.31
예문비 총회  (0) 2018.02.25
다여름 졸업식  (0) 2018.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