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것은 언제나 한꺼번에 무너진다.
무너질 때까지 참고 기다리다 한꺼번에 무너진다.
塔을 바라보면 무언가
무너져야 할 것이 무너지지 않아 不安하다.
당연히 무너져야 할 것이
가장 安定된 자세로 비바람에 千年을 견딘다.
이렇게 긴 세월이 흐르다 보면
이것만큼은 무너지지 않아야 할 것이
무너질 것 같아 不安하다.
아 어쩔 수 없는 무너짐 앞에
뚜렷한 名分으로 탑을 세우지만
오랜 세월이 흐르다 보면
맨 처음 塔을 세웠던 사람이 잊혀지듯
塔에 새긴 詩와 그림이 지워지고
언젠간 무너질 塔이 마침내 무너져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어디에 塔이 있었는지조차 알 수 없게 된다.
탑을 바라보면 무언가
무너져야 할 것이 무너지지 않아 不安하고
무너져선 안될 것이 무너질 것 같아 不安하다.
원구식 경기도 연천 출생. 197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으로 『먼지와의 싸움은 끝이 없다』, 『마돈나를 위하여』 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