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날들

다시 읽기: 탑(塔)

浩溪 金昌旭 2018. 5. 9. 20:12


무너지는 것은 언제나 한꺼번에 무너진다.

무너질 때까지 참고 기다리다 한꺼번에 무너진다.

 

을 바라보면 무언가

무너져야 할 것이 무너지지 않아 不安하다.

당연히 무너져야 할 것이

가장 安定된 자세로 비바람에 千年을 견딘다.

이렇게 긴 세월이 흐르다 보면

이것만큼은 무너지지 않아야 할 것이

무너질 것 같아 不安하다.

 

아 어쩔 수 없는 무너짐 앞에

뚜렷한 名分으로 탑을 세우지만

오랜 세월이 흐르다 보면

맨 처음 을 세웠던 사람이 잊혀지듯

에 새긴 와 그림이 지워지고

언젠간 무너질 이 마침내 무너져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어디에 이 있었는지조차 알 수 없게 된다.

 

탑을 바라보면 무언가

무너져야 할 것이 무너지지 않아 不安하고

무너져선 안될 것이 무너질 것 같아 不安하다.



원구식  경기도 연천 출생. 1979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으로 『먼지와의 싸움은 끝이 없다』, 『마돈나를 위하여』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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