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날들

통도사 입구에서

浩溪 金昌旭 2018. 10. 21. 15:31


어제 양산 영축산(靈鷲山) 통도사(通度寺)에 들렀다. 통도사는 2018년 6월 30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부석사(경북 영주)·봉정사(경북 안동)·법주사(충북 보은)·마곡사(충남 공주)·선암사(전남 순천)·대흥사(전남 해남) 등과 함께였다. 통도사는 자장율사가 창건한 절로 개산 1373년을 맞아 대제가 진행 중이었다. 이른바 개산대제(開山大祭)라는 것인데, 절을 창건일을 기념해서 여는 큰 법회를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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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싯적에 만덕 석불사(병풍사)에서도 본 일이지만, 통도사 근처의 바위에도 한자인명(漢字人名)이 빼곡히 새겨져 있다. 누가, 왜 새겼는지 문득 궁금증이 일었다. 하여,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이 강호제현(江湖諸賢)의 현답을 구해 보기로 했다.


"통도사 입구입니다. 바위마다 한자이름들이 마구 새겨져 있습니다. 대문짝 만한 이름도 있고, 귀퉁이에 곱사리 낀 이름도 있습니다. 글씨체를 보아하니, 분명 전문가에게 의뢰한 것 같습니다. 절에서 이름주인의 공덕을 기려서(시주를 많이 했거나 해서) 새겨준 것인지, 이름을 남기고 싶은 사람이 자신의 욕망을 주체하지 못해 돈 주고 새긴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어떤 연유나 절차로 사찰 바위에 이름이 새겨지게 되었는지를 아시는 분이 계시다면 현답을 부탁드립니다. 그렇잖아도 궁금한 터였는데, 암것도 모르는 소생에게 지나던 행인(여성)이 물어 보길래 궁금증이 불현듯 용솟음친 까닭입니다."


그랬더니 하루가 지나 한 현인의 다음과 같은 답글이 올라왔다. 현인의 현답에 그저 감읍할 따름이다.


"김석환 지금은 통도사로 유명하지만 예전에는 경승지 겸 여름 더위를 피하는 곳이었습니다. 양반이나 힘깨나 쓰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랬습니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다녀갔다는 표식을 남기는 것이죠. 돈 주고 의뢰하면 새겨 주는 석수가 그 시절에는 있었습니다. 무풍한송로 가다보시면 청음 감상헌 형제의 이름도 있습니다. 남한산성에 나오는 그 청음입니다. 그 후손들은 협상파들은 모두 유교이념의 배신자로 몰아붙이고 대표적인 기득권 노론 세력이 됩니다. 조선말에는 한일합방의 대가로 훈작과 포상금도 듬뿍 받기도 합니다. 안동김씨지만 고향을 돌본 적은 없었고 자신들이 살던 당시의 지명을 따서 장동 김씨라고들 불렸습니다."


하루가 지나니, 또 다른 현자가 이와 관련해서 '李武義의 사찰기행'이라는 블로그로 나를 안내해 주었다.

https://m.blog.naver.com/badre/220297466153?fbclid=IwAR0Oo22_Ls_N_x_0V8VCNeh7Tk7HRlN-Lqtl9-tG0J9QXRxTXX62rH3EOgM


여기에 따르면, '이름바위'는 첫째 무풍교(舞風橋) 석축을 쌓는데 불사비용을 시주한 사람들의 이름과 금액, 둘째 당시 통도사 주지였던 구하(九河) 스님의 시(詩), 셋째 이보다 먼저 새겨진 것으로 보이는 김용덕(金容德)·박채교(朴埰喬) 등 재력가와 채란(采蘭)·금화(金花)·난희(蘭喜)·만년춘(萬年春) 등의 기생, 넷째 사찰 입구 청류동천(靑流洞天) 바위에는 고을 수령과 암행어사·독립운동가는 물론 전국 갑부와 팔도기생 심지어 친일매국노의 이름과 그 자식들의 이름도 새겨져 있다. 요컨대 청류동천(靑流洞天)은 풍류객들이 모여들어 시회(詩會)를 즐겼던 전국 최대의 야외정자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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