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부산』 2019년 12월호(통권 174호)
예술인도 행복한 문화정책을
오 은 택
부산시의회 경제문화위원회 부위원장
민선 7기 부산시의 슬로건은 '시민이 행복한 동북아 해양수도'이다. '시민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문화를 비롯해서 복지·가족·건강 등 시민 행복의 기본 요소들이 두루 갖추어져야 한다. 특히 불특정 다수가 직·간접적으로 누릴 수 있는 분야가 바로 문화 쪽이다.
문화의 꽃을 피우려면 그것을 담아내는 그릇도 중요하다. 부산에는 각 지역마다 문화회관 공연장이 있고, 1000석 이상 규모의 공연장도 2곳이 있다. 부산문화회관 대극장(1403석), 부산시민회관 대극장(1606석)이 그것이다. 머잖아 1800석 규모의 오페라하우스 대극장, 2000석 규모의 국제아트센터 대극장이 들어서게 된다면, 부산의 대형 공연장이 4개에 이른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문제라 생각되는 것은 문화시설 건립에 드는 비용이 늘어날수록 현장 문화예술활동에 대한 예산이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문화예술분야의 예산은 그대로인데, 그 예산에서 문화시설 건립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다면, 시민들의 참여도와 만족도를 드높일 만한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차치하고라도, 마땅히 현장 예술인들에게 주어져야 할 인건비가 제대로 지급될 수 있을지 심히 우려되는 것이다.
가령, 부산시는 문화재단을 통해 매년 '찾아가는 문화활동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것은 시민들의 일상적 생활공간에서 벌인다는 점에서 시민친화적, 생활밀착형 문화활동이라 할 수 있다. 더구나 관객과의 적극적인 문화적 소통과 공감은 지역문화의 저변확대로 이어지고, 그것은 또한 공공 공연장의 수용자 확보라는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사업개요 ○ 사 업 명 :「찾아가는 문화활동 지원사업」 ○ 사업내용 : 공모를 통한 예술단체 및 공연 희망시설 선정, 지원 - 행사희망 수혜시설 : 시설 수혜자 대상 문화활동 무료지원 - 사업희망 예술단체 : 문화예술활동에 필요한 경비 중 일부 지원 - 지원분야 : 총 6개 분야(전통 및 국악, 무용, 시각, 연극, 음악) ○ 사업주관 : (재)부산문화재단 |
이 사업은 공모를 통해 예술단체를 선정한다. '공모'를 한다는 것은 예술적 역량이나 수준이 높은 단체가 응모할 것이고, 선정된 예술단체는 그들의 예술활동으로 관객의 참여도와 만족도를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 그래야만 '찾아가는 문화활동'이 일정한 성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선정된 예술단체에게는 "필요한 경비 중 일부 지원"해 준다. 그 나머지 경비는 모두 사업자로 선정된 예술단체가 책임을 져야 한다. 그렇다면 부산의 예술단체가 나머지 경비를 마련할 정도로 경제적 여유가 있을까? 문화체육관광부의 '2015년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업 예술가의 월평균 수입은 100만원 정도에 불과한 형편이다. 이 액수는 아르바이트생의 최저 임금에도 현저히 못 미치는 수준이다.
문화체육관광부, '2015년 예술인 실태조사' 예술인 개인이 예술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연평균 수입 1,255만 원 예술인 1인당 월평균 수입 1,045,833원 ※ 2019 최저임금 : 시급 8,350원, 월급 1,745,150원 |
최근 3년간 '찾아가는 문화활동'의 연도별 사업현황을 살펴보자. 연평균 사업비가 1억8천5백만원이고, 공연횟수는 158회에 이른다.
연 도 | 사업비(백만원) | 공연횟수 | 공연비(원, 회당) |
2016 | 145 | 131 | 1,106,870 |
2017 | 215 | 178 | 1,207,865 |
2018 | 195 | 165 | 1,181,818 |
평 균 | 185 | 158 | 1,165,518 |
예술단체별 1회당 평균 지원비가 116만원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 금액을 각각의 예술단체가 모두 갖고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본 사업의 심의위원, 현장 전문가 평가위원의 활동비가 일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뿐 아니다. 문화재단은 홍보물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도 예술단체에 의무화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홍보물 제작에 20~40만원 정도가 소요된다.
평가 반영사항 홍보물 제작 의무화를 통한 사업홍보 확대 |
이것저것 다 떼고 나면, 실제 예술단체가 받는 돈은 60~70만원, 이를 다시 출연자 1인당 수입(팀당 출연자 5명으로 가정할 때)으로 환산할 때 10여 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이렇게 열악한 조건 속에서 과연 예술인들이 제대로 된 문화활동을 벌일 수 있을까? 예술가들이 행복하지 않는데, 과연 문화로써 '시민이 행복'한 부산을 만들 수 있을까? 만약 그렇지 않다면, '찾아가는 문화활동'의 예산을 적어도 2배 이상 확대하거나, 활동 횟수를 절반 정도로 축소하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이지 않을까?
예술도 노동이다. 그것도 아주 힘든 노동이다. 예술인들이 만족할 만한 문화활동을 벌이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댓가를 지급해야 한다. 그래야만 질 높은 문화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다. 예술인들에게 지급되는 활동비는 그들의 생존을 위한 중요한 토대이다. '시민이 행복한 부산'이 중요한 만큼 '예술인도 행복한 부산'이 될 수 있는 부산시의 문화정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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