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음악회, 이젠 멈출 수 없죠"
[부산일보] 2010. 11. 08 (5)
이발관이 화요일 쉰다면, 음악 공연장은 주로 수요일 문을 닫는다. 교회 예배 때문이라는 설도 있으나, 수요일 연주 기피가 불문율이다.
지난 2004년 9월의 어느 수요일 저녁이었다. 부산 금정구 금정문화회관 소공연장에서 부산플루트앙상블의 연주회가 열렸다. 이후 매주 수요일이면 음악회가 열렸다. 6년 동안 한 주도 거르지 않았다. 오는 10일이면 300번째를 맞는다. 부산에서 유일한 수요음악 연주회다. 음악감상회도 어려운데, 연주회를 6년 간 지속한 건 쉽지 않은 기록이다. 음악가들은 "마라토너 이봉주 선수가 지구를 몇 바퀴 뛴 것보다 더 깨기 힘든 기록일 것"이라고 평가한다.
수요일 연주 기피 깨고
오는 10일 300회 맞아
6년 지속 "놀라운 기록"
부산 무형 인프라 안착
김원명(경성대 교수) 음악감독은 "수요일마다 금정문화회관은 개점휴업이었죠. 비워둘 수 없다는 금정문화회관 측의 요구에 따라 수요일을 받아든 거예요"라며 옛 기억을 떠올렸다.
중단 위기도 있었다. 2007년 금정문화회관이 적자운영을 개선하기 위해 '난타' 전용관화를 추진하면서였다. 수개월 전부터 대관을 예약하고 공연준비를 해오던 연주자들과의 약속이 깨질 처지였다. '금정수요음악회'라는 말이 사라질 찰나였다. 음악감독인 김원명 교수는 사비를 들여 6개월 간의 수요일 일괄대관이라는 카드를 빼들었고, 그제야 금정문화회관도 한 발 물러섰다.
금정수요음악회는 그동안 연주자에게 소중한 발표 무대를 제공했다. 부산지역의 거의 모든 전문 음악인이 이 무대를 거쳐 갔다. 또 부산예술중·고, 브니엘예술중·고와 붙어 있어 신인 음악도들이 꿈을 키우는 공간으로도 자리매김 했다.
"'수요일 저녁 금정문화회관에 가면 음악이 있다'는 것은 소중한 인프라입니다. 역에 가면 열차가 기다린다는 믿음처럼 말입니다. 적자에 열차가 멈출 수 없듯, 음악도 멈출 수 없지요. 무형의 인프라가 소중하다는데 공감하신다면, 이번 주 수요일 저녁 한 번 와 보세요."
300회 기념 음악회는 10일 저녁 7시 30분에 열린다. 프랑스 파리고등국립음악원 교수인 피아니스트 죠르쥬 쁠뤼더막헤르와 그의 제자인 피아니스트 이미소라의 초청무대로 꾸며진다.
이상민 선임기자 ye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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