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군 문화회관 비문화적 행태에 클래식계 뿔났다
[부산일보] 2012. 01. 31 (20)
'부산 클래식 음악인들은 늘 '을(乙)'일 수밖에 없는가?' 부산 클래식 음악계와 지자체 운영 문화회관 간 갈등이 예사롭지 않다. 음악인들이 음악인 대접을 제대로 받는 것은 고사하고 대관조차 눈치를 봐야 하는 처지를 못 견디겠다며 집단 반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음악보다는 행정이 앞서는 행태가 문제의 발단이 되고 있다.
최근 금정수요음악회를 둘러싼 소동이 대표적이다. 금정문화회관 측은 올해 공연 전문 인력을 채용한 뒤 수요음악회를 비롯한 프로그램 손질에 나섰다. "수요음악회가 출연진이 제한적이고 관객도 많지 않아 연극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를 포함하는 발전적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나선 것이 갈등의 빌미가 됐다.
이에 수요음악회 음악감독을 맡아온 김원명 경성대 교수가 1월 중순 구청 홈페이지에 항의 글을 올리며 문제가 외부로 불거졌다. 이후 논란은 개선 요구 자체보다는 문화회관 측이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더욱 커진 분위기다. 수요음악회 측은 "100% 유료 관객인 점을 고려하면 300석의 소극장에서 180명 안팎의 관객이 든 것도 적은 수는 아니다. 8년간 정통 클래식 음악회로 키웠는데 문화회관 측은 첫 만남부터 일방적으로 폐지를 거론했다. 또 사전에 말 한마디 없이 팸플릿 제작을 중단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양측은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갈등 중이다.
'금정수요음악회 폐지' 논란 촉발
"8년 된 정통음악회 없애나" 반발
음악 보다 행정 앞서는 운영 태도
클래식계 내달 중 공식 문제 제기
하지만 외부로 이런 갈등이 알려지면서 지역 음악인들이 "금정만의 문제도, 어제오늘 일도 아니다"며 동조하고 나서 문제가 확대될 조짐이다.
수요음악회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각 지자체 문화회관들이 '갑(甲)' 위치에서 수시로 음악인들을 홀대하는 일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는 게 음악인들의 주장이다.
서부산권의 한 문화회관 상주단체로 있는 오케스트라는 지난해 수시로 문화회관 관장과 다퉈야 했다. "지역 수준이 낮아 클래식보다는 대중음악을 연주하라"는 문화회관 측 요구를 거부한 것 때문. 오케스트라 측은 "할 수도 있지만 비전문가인 공무원이 음악 수준 운운하는 데 음악인의 자존심이 있어 버텨야 했다"고 말했다.
얼토당토않은 갈등도 비일비재하다. "비용을 낮춰야 하니 공연 팸플릿을 A4 용지로 만들라고도 요구했다", "무대 피아노를 옮겨달라고 요청하니 귀찮다며 화를 내더라" 등등.
오래 잠복해 온 이런 물밑 갈등을 놓고 음악인들이 집단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부산의 몇몇 음대 교수 등 지역의 중견 음악가들이 금정수요음악회 소동을 계기로 만남을 갖고 구·군 문화회관들의 비문화적인 행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들은 2월 중 공개적인 의사표명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모 대학의 한 음대 교수는 "문화회관 관장을 비롯한 인력들은 공무원들의 순환 보직으로 대부분 1~2년마다 바뀌고 있고 공무원들이 바뀔 때마다 유사한 패턴으로 각종 비문화적 사례들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음악뿐 아니라 지역 문화판이 행정보다 문화가 중심이 될 수 있도록 나서겠다"고 말했다.
김영한 기자 kim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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