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피플] 송필석 을숙도문화회관장
문화 불모지를 음악 요람으로…기적 일구다
[국제신문] 2015. 12. 28 (28)
김민정 기자 mj@koookje.co.kr
- 질 높은 공연 끊임없이 고심
- 부산 최초 오페라 축제 개최
- 지역 음악가에 기회 주려 노력
- 시민 위한 휴식공간 만들고파
낙동강을 건너 을숙도문화회관(부산 사하구 하단1동)으로 가는 길은 도심에서 벗어나는 여행처럼 멀게 느껴졌다. 하지만 막상 도착하고 보니 하단역에서 버스로는 한 정거장, 차로는 2~3분이면 금방 만날 수 있는 도심 속 자연이었다. 철새들의 쉼터 을숙도에 음악의 선율로 사람들을 불러 모은 을숙도문화회관 송필석(55) 관장을 최근 만났다.
그는 8년 전 을숙도문화회관 근무를 지원해 이 회관의 약점을 강점으로 바꿔놨다. 허허벌판 을숙도를 친환경 힐링 공간으로, 시내와 먼 약점은 공항과 가까운 이점을 살려 금호 아시아나와 협약을 체결해 세계 뮤지션을 초빙하는 강점으로 바꿨다. 또 서울·대구에 비해 열세한 오페라를 공연 비수기에 여는 역발상으로 의상·무대·세트 등을 어렵지 않게 준비해 부산 최초의 오페라 축제를 열었다. 그 결과 전국 평균의 3배를 웃도는 연간 100회 공연, 관객 만족도 94%, 평균 객석 점유율 70% 등으로 한때 문화 불모지로 불렸던 을숙도문화회관이 '기적의 공연장'이 됐다.
1987년 9급 부산시 공무원으로 출발한 송 관장은 대학 시절 전공한 음악학을 살려 문화예술과와 문화회관 등에서 현재는 부산문화재단이 하는 주요 업무를 20년간 맡아 처리했다. 2007년 경성대 예술경영 박사 학위를 취득하며 예술 전문·행정·경영 능력까지 두루 갖춘 그는 2008년 부산에서 가장 안되는 공연장인 을숙도문화회관에서 문화의 꽃을 피워보고 싶다는 '무모한' 결심을 한다. "모두 말렸어요. 당시 을숙도문화회관에 대한 인식은 동네 피아노 발표회장이나 놀이터에 불과했습니다. 로비에 서 있다 멀리서 한 사람 나타나면 달려가서 안아주고 싶을 정도였죠. 구 예산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예산도 부족하고, 조명 음향 무대 등 하드웨어도 낡고 여러 가지로 악조건이었어요."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으로 공연기획 계장 업무를 시작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이런 데 누가 오겠느냐'고 말하는 직원들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기적을 만드는 사람'이라 이름 짓고 다 같이 정말 노력했어요. 또 일을 벌여 성과를 내면 예산을 따는 방식으로 작전을 바꾸고, 한국문화예술회관 연합회 등 외부 예산을 확보해 밤낮으로 공연을 기획했습니다."
연령·직업별로 관객을 나눠 공연을 기획하고 포스터도 수십 번 수정하며 관객에게 어떤 정보를 주고 공연에 오도록 설득할 것인가 등 정성을 들였다. 업무량도 많고 공연 성공 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강승현 계장·이성섭 계장 등과 주말을 반납하며 공연의 질을 높이고자 했다. 사라장, 백건우, 조지 윈스턴 등 세계적인 뮤지션이 을숙도를 찾아 '대박'을 쳤고 그 능력을 인정받아 지난 7월 관장으로 승진했다.
송 관장은 지역 음악가에게 기회를 주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명품 콘서트에서 지역 작곡가의 창작 관현악곡을 반드시 연주해요. 관현악곡을 만들어도 오케스트라단을 고용하지 못해 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십여년 간 해오다 없어질 뻔한 대학가곡제를 열어 지역 인재들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명품 콘서트는 협연 요청이 줄을 이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협주곡 전 악장을 몇 주간 걸쳐 연주해 클래식 팬들의 인기를 얻었다. 그는 관객과의 높은 신뢰도가 가장 큰 자산이라 해석했다. "유명한 사람 온다고 해서 찾는 공연이 아니라 프로그램에 대한 신뢰도를 갖고 공연장을 찾는 고정관객이 있기 때문에 적어도 객석 70%가 차는 거죠."
을숙도는 점차 문화공간으로 변화할 전망이다. 부산현대미술관이 2017년 완공하고 장애인스포츠센터, 국립청소년수련원 등이 들어선다. 송 관장은 여기에 발맞춰 공연과 전시를 양 날개로 삼아 도약하려 한다. "전시실 3개를 활성화하려고 합니다. 오면 항상 볼거리가 넘쳐서 공연이 없어도 잔칫집처럼 북적북적한 시민 휴식공간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송 관장이 바라보는 을숙도문화회관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차별화·특성화에 그치지 않고 세계에서 우리를 배우러 오는 공연장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지금과는 또 다른 목표를 세운다면 조직 전체를 이끄는 힘이 되고 시민에게 돌아가는 게 더욱 많아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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