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오십여 년 전, 내가 맨 처음 세상의 빛을 본 날이다. 시쳇말로 '귀 빠진 날'이다. 일본에서는 탄생일(誕生日, たんじょうび)이라 하고, 성인(聖人)들께는 탄강일(誕降日)이라 이른다. 또 어른들께는 생신(生辰)이라 말하고, 나 같은 범인(凡人)에게는 그냥 생일이라 칭한다.
하여튼 어제는 내 생일이었다. 해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날이요, 하릴없이 한 살을 더 먹을 수밖에 없는 날이다. 아무도 모르게 지났으면 하는 마음이었건만, 처(妻)와 셋이나 되는 여식(女息)들의 성화에 못 이겨 갓 나온 영화 '소년들'을 보고, 술과 고기로 배를 불리었다. 그러나 그들로부터 값비싼 지갑에 현금까지 선물로 받고 보니, 나름의 살맛도 없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