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처음 아주 특별한 경험을 했다. 한때 시의회에서 한 방을 썼던 노총각 김정인 씨가 늦깍이 장가를 들었다. 지난 토요일 해운대 어느 호텔 웨딩홀에서였다. 축의금을 건넸더니, 내가 내민 봉투보다 더 큰 봉투를 전해 주었다. 겉봉에는 "베풀어 주신 은혜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라는 글귀가 써 있었고, 열어 보니 고급용지에 다시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문장과 함께 하객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구구절절하게 씌어져 있었다.
그런데 그 속에는 또 다른 종이가 접혀 있었다. 펼쳐 보니, 한지에 '무불경(無不敬)', 즉 '세상에 공경하지 않을 것은 없다'는 아포리즘이 친필로 씌어져 있었고, 낙관도 세 군데나 찍혀 있었다. 물론 글씨 쓴 이의 함자도 또렷하다(金應律). 신랑의 부친이자, 현재 부산독립운동기념사업회 사무총장님이다. 그날 하객들 모두에게 이같은 것을 일일이 나눠 주었으니, 그 분의 섬세하고 정성 어린 성품에 내 어찌 경이로운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있으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