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15 오후 1:45
“꿈과 희망 들려줄래요.”
부산청소년오케스트라, 재능기부 연주회
30일 사하구 지역아동센터 아이들 위해
부산의 한 청소년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어려운 환경의 어린이들을 위해 재능기부 연주회를 마련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미담의 주인공은 부산청소년오케스트라(전 부산YMCA오케스트라·지휘자 장 진)로 오는 30일 오후 7시30분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사하구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을 위한 꿈과 희망 음악회’를 펼친다.
1998년 창단한 부산청소년오케스트라는 부산에 사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대학교 2학년까지 50여 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매년 여름과 겨울 방학에 정기연주회를 개최하는 것을 비롯해 그동안 수차례 특별 및 초청연주회를 갖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펴고 있다.
오는 30일 공연을 앞두고 연습 중인 부산청소년오케스트라 단원들.
이들의 재능기부 연주회는 아주 작은 계기에서 비롯됐다. 재작년 정기연주회를 앞두고 떠난 여름캠프에서 마지막 총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이를 보게 된 장애인들이 행복한 표정으로 기꺼이 박수를 보내주는 모습을 보고 소외계층을 위한 공연을 떠올리게 된 것이다.
게다가 지난 2006년부터 이 오케스트라의 지휘를 맡고 있는 장 진 씨가 아이들의 실력과 열정을 가족들만 보고 즐기기에는 너무 아깝다며 한 사람이라도 우리 공연을 보고 즐거워할 수 있다면 공개해도 좋지 않겠느냐,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한 번 해보자고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적극 권유한 것이 가장 큰 계기가 됐다.
부산청소년오케스트라는 지난해 처음으로 재능기부 연주회를 가졌으며, 여기서 얻은 수익금 70여만원을 다문화학교인 아시아공동체에 내놓았다.
지휘자 장 진 씨.
올해에는 사하구 관내 15개 지역아동센터 700여명의 아이들을 위해 마련했다. 음악평론가 김창욱 씨로부터 사하구에 소외계층이 많고, 특히 올해 사하구지역아동센터협의회(회장 박상민)와 사하인터넷뉴스가 공동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희망을’ 이라는 저소득층 아동을 돕기 위한 캠페인을 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제목 그대로 ‘사하구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을 위한 꿈과 희망 음악회’를 갖게 된 것이다.
이번 기부행사는 관람객들이 공연장에 입장하기 전 초대권을 좌석권으로 바꾸면서 2천원 이상 각자 형편에 맞게 내면 공연이 끝난 뒤 수익금 전액을 사하구지역아동센터협의회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게다가 올해 재능기부 연주회는 지난해보다 한걸음 더 나아갔다. 얼굴도 모른 채 수익금만 내놓는 것이 아니라 지역아동센터 아이들 100명을 초청, 음악을 통해 서로 교감을 나누는 것은 물론 어려운 환경 속에서 자신의 꿈과 희망을 키워나가고 있는 아이들에게 작지만 격려와 용기를 불어넣어주고 싶다는 바람도 갖고 있다.
진지한 표정으로 연습에 열중하고 있은 학생들의 모습.
단원들은 요즈음 매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3시간동안 남구 대연동 부산예술회관에 모여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다시 한 번 더, 원 투 쓰리, 원 투 쓰리…베이스 크게, 원 투 쓰리, 원 투 쓰리…플루트…얘들아, 여기는 솔로야, 다 불지마. 원 투 쓰리, 원 투 쓰리…”
공연을 보름가량 남겨놓은 지난 14일 오후 부산예술회관 4층 연습실에서는 장마철 특유의 후텁지근한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40여명의 아이들이 요한 슈트라우스의 왈츠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를 맹연습 중이었다.
지휘자의 호령 속에 진지한 표정의 아이들이 너나없이 시선을 악보에 고정한 채 앞서거니 뒤서거니 음을 주고받으며 서로 화음을 맞춰나가고 있었다.
연습 중인 학생들.
이번 연주회에는 단원들은 물론이고 바이올리니스트 김민경 씨와 여현민 군(부산예고 1년)도 협연자로 참여해 힘을 보태고 있다.
지휘자 장 진 씨는 “아직은 다소 부족하다. 오는 25일부터 2박3일간 창녕 우포마을에서 여름캠프를 갖고 집중연습에 들어갈 터인데 끝날 때쯤이면 실력도, 마음도 몇 뼘은 자라있을 것이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어 “요즈음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많이 한다. 물론 쓰레기 줍는 것도 봉사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남 다른 재능이 있는 만큼 그 재능을 다른 사람을 위해 아낌없이 내놓고, 게다가 그것을 계기로 다른 사람들도 기부를 할 수 있게 한다면 훨씬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라고 강조했다.
또 “돈이 기부의 전부가 아니다. 아이들이 이런 연주회를 통해 기부에 동참하게 된다면 어른이 되더라도 자연스럽게 또 다른 기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게 바로 산교육이다.” 라고 덧붙였다.
사실 연주회는 지역아동센터 아이들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각자 자신의 악기를 연주하면서도 절제하는 가운데 다른 악기들과 조화를 이루면서 불협화음을 아름다운 화음으로 맞춰나가듯, 아이들은 기부행위를 통해 나보다 더 어려운 친구들의 처지와 마음을 헤아리는 등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가운데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체득하게 되는 것이다.
오케스트라 악장인 이주연 양(두송중 3학년)은 “지난해 연주회에도 참가했는데 뭔가 뿌듯했다. 특히 올해에는 내가 사는 사하구의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을 위한 연주회라 그런지 마치 진짜 내 친구나 동생들을 위한 것처럼 더 가깝게 느껴진다. 더 잘하고 싶다.”라고 다부지게 말했다.
더블악장인 강지나 양(부산예고 1학년)은 “이번 연주회는 우리보다 환경이 좋지 않은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하는 것이다. 그래서 평소보다 더 열심히 하고 있다. 친구들도 같이 즐겼으면 한다.”고 말하면서 “우리가 연주를 아주 잘 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연에 많이 오셔서 작은 돈이라도 기부를 많이 해주셨으면 한다.”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장 진 씨는 “재능기부 연주회는 제가 지휘자로 있는 한 계속될 것이다. 현재 다른 방식의 봉사도 생각하고 있다.”며 “신규 단원을 모집할 때 음악적인 재능은 있으나 형편이 어려워 악기를 배울 엄두도 못내는 아이들에게 문을 여는 방법 같은 것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자 강지나 양은 “우리 연주를 보고 혹시 악기를 배워보고 싶은 친구가 있다면 도움을 요청했으면 한다. 기꺼이 도와주고 싶다.”고 한 마디 했다.
장 진 씨는 “전공이든, 비전공이든 간에 무대에 오르면 모두 연주인이다. 연주가로서 가장 감동적이고 기쁜 순간은 많은 청중들이 연주에 공감하고 즐겨주는 것이다. 부족하나마 좋은 일에 참여한다는 의미도 있으니 많이 와주시면 좋겠다. 가장 바라는 것이다.”라고 당부했다.
또 요즈음 아이들 뒷바라지에 여념이 없는 학부모 김수정 씨는 “예전부터 재능기부 연주회 같은 것을 생각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방법을 몰라서 미루고 있었는데 지휘자 선생님의 적극적인 권유로 지난해 처음 시작하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 같아 좋다. 아마추어지만 기를 쓰고 연습한다. 부모로서도 기쁘고 대견스럽다. 연주회가 잘 마무리 될 수 있도록 우리도 도울 수 있는 일이 없는지 즐겁게 뒷바라지 하고 있다.” 고 말하면서 “많은 분들이 동참하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성숙희 기자(prepine@korea.com)